미래 지도로 살펴본 국가별 그린수소 생산가격…2050년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에너지로 수소가 떠올랐습니다. 철강·항공·선박 등 전력화가 어려운 업계가 수소 개발 및 활용에 아낌없이 투자 중인데요. 청정수소의 끝판왕으로 분류되는 그린수소는 여러 수소 중 생산단가가 가장 비싸기로 유명합니다.

이에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연구개발(R&D)이 박차를 가하는 상황. 그렇다면 미래 그린수소를 가장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국가는 어디일까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서 발간한 ‘그린수소 비용 및 잠재력(Green Hydrogen Cost and Potential)’이란 보고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IRENA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과 2050년에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미래 비용과 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해당 요소들을 반영해 그린수소 kg당 생산단가를 국가 및 지역별로 시각화해 제공합니다.

 

© ‘물 스트레스(물부족도 측정지표)’를 고려한 2050년 지역별 그린수소 생산단가 시각화. 빨간색은 그린수소 kg당 생산단가가 0.6달러로 가장 저렴하단 뜻이다_IRENA, 보고서 캡처

IRENA, 파리협정 1.5°C 유지 위해선 그린수소 필수적 🌡️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 1.5°C 이내 유지’라는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해선 그린수소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IRENA는 강조합니다. IRENA는 이를 위해 현재 높은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전해조* 제조비, ▲운영비 등으로 인해 높은 생산단가를 자랑하는데요. 여기에 수전해**를 위한 물 수급도 생산단가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IRENA는 미래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선 해당 요소들의 비용을 낮춰야 함을 강조합니다.

더불어 규모의 경제, 공급망 및 기술혁신 등을 통해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IRENA는 덧붙였습니다.

IRENA는 낙관·비관 시나리오로 나눠서 미래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예측했습니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태양광 발전이 14TW(테라와트), 육상풍력 6TW, 수전해 4~5TW 배치가 예상됐는데요. 이 시나리오의 경우 2050년 국가 상당수의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kg당 1달러 미만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비관 시나리오의 경우 같은기간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kg당 1.5달러 미만의 비용에 접근했습니다. IRENA는 이 시나리오의 경우 재생에너지 및 전해조 설치비용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로 전제했습니다.

*전해조: 물(H2O)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며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로 수전해기술이 적용된다

**수전해기술: 물을 전기분해하여 분리막으로 이온을 이동시킴으로써 수소와 산소를 생성하는 기술.

 

©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전력화가 어려운 철강업계에서 수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_IRENA, 홈페이지 캡처

지역별 그린수소 생산단가 낮은 국가는? 🌍

IRENA는 2030년과 2050년의 수소 수요를 고려해 지역별 그린수소 생산단가(Levelised cost of green hydrogen, 이하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도출했습니다.

이를 위해 IRENA는 전 세계 토지를 1㎢로 나누고, 재생에너지와 수전해·전해조 용량을 조합해 추정했습니다.

토지의 경우 경작지, 국립공원, 습지, 도시, 산악지형 등을 제외한 가용성 토지만 고려했는데요. 수소 수요처로 운송하는 부문을 제외한 생산 부문으로만 한정했습니다.

 

© 태양광 발전, 풍력발전 등으로 본 국가별 수소 생산 적합 에너지 분류. 독일이 다른 나라보다 육상풍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더 유용함을 확인할 수 있다_IRENA, 보고서 캡처

1️⃣ 재생에너지: 태양광보단 풍력발전이 그린수소 생산단가↓ 💨

그린수소 생산에 적합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발전에 유리한 지형이어야 합니다. IRENA는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를 크게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으로 구분해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태양광 발전보다는 풍력 발전이 변동성이 낮아 그린수소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은 태양광 발전보다는 육상풍력 발전을 활용한 것이 그린수소 생산에 유리하다고 IRENA는 밝혔습니다.

반면, IRENA는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광활한 영토와 풍부한 태양에너지로 태양광 발전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 ‘물 스트레스(물부족도 측정지표)’를 고려한 국가별 그린수소 생산 토지적합성 그래프. 해당 지표를 고려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의 그린수소 생산 토지 부적합성이 94%까지 상승한다_IRENA, 보고서 캡처

2️⃣ 물 스트레스: 물 부족할 경우 그린수소 생산 토지 부적합성↑ 💧

IRENA는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선 재생에너지와 함께 물 수급이 원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재생에너지에서 얻은 전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것이 그린수소이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호주 남서부 건조지대, 중국 북부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나 물 수급이 어려워 그린수소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IRENA는 평가했습니다.

앞서 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재생에너지는 풍부하나, 물 부족으로 인해 그린수소 생산 토지 부적합성이 최대 94%까지 상승했습니다. 이 경우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는 kg당 2달러로 추정됐습니다.

 

© IRENA는 그린수소 생산 및 소비에 최적화된 국가로 중국, 인도, 미국 등 세 국가를 꼽았다_greenium

IRENA는 그린수소 생산 및 소비에 있어 가장 최적화된 국가로 중국, 인도, 미국을 꼽았습니다.

이들 국가는 태양광, 태양열 등 태양에너지가 풍부해 그린수소의 원활한 생산이 가능한데요. IRENA는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그린수소가 kg당 0.65~0.78달러 수준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췄다고 평가했습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에서의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kg당 0.8~1.1달러로 분석됐습니다. 영국의 경우 흐린 날씨 탓에 태양에너지가 충분치 않아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유럽 평균보다 높은 kg당 1~2달러였습니다.

IRENA는 도시화로 가용성 토지가 낮은 국가별로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2050년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IRENA는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그린수소 기술혁신 및 공급망 최적화 등으로 생산단가가 낮춰질 수 있는데요.

IRENA는 일부 최적입지의 경우 그린수소 kg당 생산단가가 최저 0.65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2050년 국가별 그린수소 생산단가 비교 그래프. 비관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는 그린수소 kg당 4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_IRENA, 보고서 캡처

2030·2050년 한국, 일본 그린수소 생산비용 여전히 높아 🇰🇷🇯🇵

IRENA는 보고서에서 향후 미래 수요에 비해 그린수소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할 국가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꼽았습니다.

IRENA는 두 국가의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높단 점을 언급했는데요. 우리나라와 일본은 각각 국토의 87%와 91%가 그린수소 생산에 부합하지 않은 지형으로 분석됐습니다.

실제로 IRENA의 홈페이지를 통해 미래 국내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물 스트레스(물부족도 측정지표)’까지 고려하면, 2030년 우리나라 서남해안 일부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는 kg당 4달러로 높은 생산단가로 분석됐습니다. 제주도 동부에서는 kg당 2달러 정도로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한데요.

 

© 2030년 ‘물 스트레스(물부족도 측정지표)’ 지표를 고려한 국내 그린수소 생산단가 시각화. 서남해안 일대에서 생산된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kg당 4달러(보라색)임을 확인할 수 있다_IRENA, 홈페이지 캡처

이외 국토 상당수가 도시 및 산악지형, 물부족 등으로 인해 그린수소에 적합하지 않은 흰색으로 시각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50년 우리나라 국내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kg당 3~4.1달러 정도. 이는 같은기간 중국 0.7달러, 일본 2.4달러와 비교해 높은 생산단가인데요. 이 때문에 가격 면에서 우리나라는 그린수소 생산에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단 평가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들이 아직까지는 미래의 그린수소 생산까지 고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30년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설정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행계획이 설정한 20%는 95% 이상을 태양광 및 풍력발전이 공급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IRENA는 보고서에서 2030년 우리나라 그린수소 국내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의 3분의 1 이상이 생산에 투입돼야 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아쉽게도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들은 발전원의 다양화, 전력수요를 충족을 위한 정책들이라 국내 재생에너지들이 향후 그린수소 생산에 연계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그린수소보다는 블루수소나 원자력 기반으로 생산한 옐로수소(Yellow Hydrogen)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의 경우 100% 원전으로 생산한 수소도 또한 청정수소로 인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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