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4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하는 EU 기후법 개정안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이는 2030년 55% 감축 목표와 2050년 기후 중립 달성 사이의 중간 단계로 설정된 것입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유럽이 이에 대응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제안에는 2036년부터 국제 탄소 크레딧을 최대 3%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유연성’ 조치가 포함되어 있어, 환경단체와 과학자들 사이에서 날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연성과 실현 가능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EU의 기후 정책
이번 제안에는 회원국이 감축 목표를 보다 유연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들이 담겼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2036년부터 파리협정 제6조에 따라 국제 탄소 크레딧을 최대 3%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대목입니다. 이 조치는 EU 내부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7%까지 감축하고, 나머지 3%는 해외 감축 사업을 통해 상쇄됩니다. 예컨대 직접공기포집(DACCS)이나 바이오에너지 포집 및 저장(BECCS) 등을 통해 상쇄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연성은 환경단체와 기후 과학자들로부터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유럽 과학 기후변화 자문위원회는 “국제 탄소 크레딧 활용은 EU 경제의 구조적 전환을 지연시키고, 국내 산업의 가치 창출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해당 조치를 2040년 목표에서 제외할 것을 공식 권고했습니다. 시민사회 단체들 역시 이를 “창의적 회계”이자 “위험한 새로운 선례”라고 비판했습니다.
집행위는 관련 크레딧이 반드시 “고품질”이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법안 본문에는 구체적인 기술이나 프로젝트 유형이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보충 문서에서는 DACCS와 BECCS 기반 프로젝트가 예시로 제시되었으나, 현존하는 대부분의 상쇄 크레딧은 산림 보존이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기반하고 있어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즉, 제안된 유연성 조치가 실제로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 외에도 제안에는 유럽 배출권 거래제(EU ETS)에 영구적인 이산화탄소 제거를 포함하는 방안과,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 간 감축 목표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조치가 포함되었습니다. 집행위는 이러한 유연성이 목표 달성의 비용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원국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스페인과 덴마크는 90% 감축안을 강하게 지지한 반면, 폴란드와 이탈리아는 보다 완화된 목표를 요구했습니다. 독일의 새로 출범한 우파 연정 정부는 국제 탄소 크레딧과 같은 유연성 조치를 전제로 90% 감축 목표에 조건부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유럽의회 중도우파 유럽인민당(EPP) 소속 독일 의원 피터 리제와 크리스티안 엘러는 “유연성이 없다면 의회나 이사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제안이 법제화되기 위해서는 유럽의회와 회원국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합니다. 그 이후 EU의 2035년 국가결정기여(NDC)에도 반영될 예정입니다. EU는 당초 올해 2월까지 NDC를 UN에 제출해야 했지만 기한을 넘겼습니다. 목표는 9월 9일 열리는 UN 총회 전까지 확정할 계획입니다.
한편, 집행위는 이번 2040년 목표가 청정 산업 거래 전략, 에너지 접근성 확대 계획, EU 경쟁력 강화 전략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탄소화와 재산업화는 같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EU가 향후 글로벌 청정기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