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J, “행성 전체의 존립 위협”… 온실가스 배출은 인류 책임이라 명확히 명시했다

91개국 참여, 500쪽 분량의 역사적 권고의견… 지구 1.5°C 목표는 이제 '국제법상 의무'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국가의 법적 의무를 명확히 밝히는 역사적인 권고의견을 발표했습니다. 재판소는 기후변화를 “행성 규모의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모든 국가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 피해를 겪는 취약국에 대한 지원과 배상에 법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환경법과 기후정의 분야에서 새로운 법적 기준을 제시한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ICJ, “기후위기 대응은 국제법상 의무”…1.5도 목표 이행 명문화

이번 권고의견에서 ICJ는 기후변화가 “자연 생태계와 인간 사회에 심각하고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해 모든 생명 형태와 지구 건강을 위협하는 실존적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유지 이와사와 재판소장은 온실가스 배출이 “명백히” 인간 활동에서 비롯되었고, 이는 단순한 법적 쟁점을 넘어선 “행성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판소는 두 가지 핵심 질문에 답했습니다.

첫째, 국제법상 국가들은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둘째,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법적 결과가 따르는가? 이에 대해 재판소는 유엔 헌장,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교토의정서, 파리협정, 기타 환경조약 및 국제 인권법 등 국제법 전반을 근거로 국가의 기후 대응 의무를 총체적으로 해석했습니다.

특히, 일부 선진국들이 내세운 ‘특별법(lex specialis)’ 주장. 즉, 파리협정 등 특정 조약만이 기후 관련 법적 의무의 근거가 된다는 논리를 재판소는 명확히 기각했습니다. 대신 국제법 전체가 국가의 기후행동을 규율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재판소는 모든 국가는 국제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피해를 예방하며, 취약 인구를 보호하기 위해 협력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여기에는 화석연료의 사용과 채굴, 보조금 지급, 규제 감독 등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하는 모든 활동이 포함됩니다.

파리협정과 관련하여, 재판소는 1.5도 목표를 유일한 온도 한계로 인정하며, 협정이 각국에 “엄격한 감축 의무(stringent mitigation obligations)”를 부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오염국들이 주장한 국가결정기여(NDC)의 ‘재량적 성격’에 대해서도, 재판소는 모든 NDC가 집합적으로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하며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특정 기후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 역시 관습국제법에 따라 기후 관련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로써 국제사회 전체에 적용되는 법적 기준으로 한층 강화하였습니다.

인권 측면에서도 중대한 판단이 나왔습니다. 재판소는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권리”가 모든 인권 향유의 전제 조건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이것은 유엔 총회가 2022년에 해당 권리를 보편적 인권으로 인정한 결정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번 권고의견은 2019년부터 태평양 도서국 학생들로 구성된 ‘태평양 도서국 기후변화 대응 학생단체(PISFCC)’가 주도한 글로벌 캠페인의 결실입니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 미만을 차지하지만, 해수면 상승과 해양 산성화 등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놓여 있습니다.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번 의견은 국제법에 기반한 해석으로서 기후 관련 소송의 확산에 강력한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환경법센터의 세바스티앙 뒤익 선임변호사는 “ICJ가 행위와 법적 규범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인정함으로써, 추가적인 법적 주장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런던 소재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소송은 갈수록 최고 법원까지 도달하며, 피고에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도 포함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번 권고의견은 국제해양법재판소(2024년 5월), 미주인권재판소(2025년 7월)의 유사한 판단과 함께, ICJ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 세 번째로 입장을 공식화한 사례입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탄소 배출을 해양 오염물질로 간주하며, 각국이 이를 방지·감소·통제해야 한다고 밝혔고, 미주인권재판소는 기후위기를 인권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국가와 기업 모두가 이에 대응할 법적 의무를 진다고 판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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