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는 오는 10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이끄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칩니다. 극우 성향 의원들이 제출한 이번 안건은 가결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적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폰데어라이엔을 지지해온 중도 정당들조차 그녀의 리더십과 유럽인민당(EPP)이 극우 세력과 협력하는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번 표결은 유럽의회 내 정치 연합의 균열을 드러내는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불신임안을 둘러싼 유럽의회 내 정치적 균열과 갈등
유럽의회 내 대부분의 정치 그룹은 집행위원회 해임을 요구하는 불신임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8일 열린 본회의 토론에서는 폰데어라이엔에 대한 각 정당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해당 불신임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전체 의원 과반수이면서 동시에 투표에 참여한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므로, 실제로 안건이 가결될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황입니다.
폰데어라이엔이 소속된 유럽인민당(EPP)은 그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EPP 의장 만프레드 베버는 “우리는 만장일치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이번 불신임안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가까운 극우 의원들에 의해 발의되었다며 “푸틴은 자신의 친구들이 여기서 벌이는 일에 기뻐할 것이다. 독일 AfD와 루마니아 AUR은 푸틴의 꼭두각시”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사회민주당(S&D), 리뉴 유럽(Renew Europe), 녹색당/유럽자유연합(Greens/EFA) 역시 불신임안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폰데어라이엔에 대한 비판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S&D 대표 이라체 가르시아 페레즈는 불신임안을 “반동적 공격”이라 규정하면서도, 폰데어라이엔이 보수 세력과 손잡고 ‘그린 클레임’ 지침을 철회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일부 S&D 의원들은 기권도 고려 중입니다.
리뉴 유럽의 대표 발레리 아예르는 “불신임안은 음모론과 국방 예산, 선거 개입 등 뒤섞인 주장들의 집합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 또한 “집행위원회가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이고 경직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폰데어라이엔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녹색당/유럽자유연합의 바스 에이크하우트 대표는 불신임안을 “극우의 정치적 쇼”라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EPP가 극우 세력과 협력하는 행보에 대해 “그 괴물을 먹이고 있다. 언젠가 그 괴물이 당신을 삼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그룹 소속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 또는 표결에 불참할 계획입니다.
좌파 그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공동대표 마틴 시르데바는 “우리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도구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이탈리아 오성운동과 아일랜드 소속 의원 등 일부는 찬성표를 던질 예정입니다.
유럽보수개혁(ECR) 그룹은 의원들에게 자유투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CR 공동의장 니콜라 프로카치니는 “이 안건은 실패할 것이며, 오히려 정치적 반대 세력에게 선물일 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보다 급진적인 우파 그룹인 ‘애국자들(Patriots for Europe)’과 ‘유럽주권국가(Europe of Sovereign Nations)’는 불신임안에 적극 찬성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국민연합의 파브리스 레제리는 “화이저게이트는 명백한 권력 남용이었다. 당신은 민주적 틀 밖에서 독단적으로 행동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폰데어라이엔은 강경한 어조로 맞섰습니다. 그녀는 불신임안을 “음모”라고 규정하고, 발의자인 게오르게 피페레아를 “극단주의자”라 부르며, 비판자들을 “음모론자”, “백신 반대자”, “푸틴 옹호자”라고 직격했습니다. 그녀는 “브뤼셀을 악마화하는 오래된 극단주의 전략의 일부일 뿐이며, 이는 EU 제도 간 분열을 조장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표결은 결과와 무관하게 정치적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큽니다. 다수의 기권표는 집행위원회의 해임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폰데어라이엔의 정치적 입지에는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유럽의 이른바 ‘중도 다수파’(EPP, S&D, Renew Europe)가 집행위원회의 성과와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1년 전 그녀를 재신임했던 연합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