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불신임 투표, 폰데어라이엔은 왜 살아남았나

수년 만의 극우 주도 불신임 시도…유럽 정치의 균열 드러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극우 세력이 주도한 이번 불신임안은 통과 기준인 480표에 한참 못 미친 175표의 찬성에 그쳤고, 360명이 반대, 18명이 기권했습니다. 수년 만에 처음 시도된 이번 불신임 투표는 폰데어라이엔의 리더십과 EU 내 정치 세력 간의 긴장 관계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분열된 유럽 정치 지형도를 드러낸 불신임 투표의 내막

총 720명의 유럽의회 의원 중 553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불신임안은 찬성 175표, 반대 360표, 기권 18표로 부결됐습니다.

가결 요건인 3분의 2인 480표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 수치였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도우파 유럽인민당(EPP), 사회당(S&D), 자유주의 성향의 리뉴 유럽(Renew Europe), 녹색당, 일부 좌파 그룹 등 폭넓은 진영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다만, 이들 정당 소속 의원 중 상당수가 투표에 불참해 지지 기반의 균열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이번 불신임안은 루마니아 출신 유럽보수개혁(ECR) 소속의 극우 성향 게오르게 피페레아 의원이 발의했습니다. 그는 폰데어라이엔이 코로나19 백신 확보 과정에서 화이자 CEO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공개를 거부한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피페레아 의원은 집행위원회가 “투명성과 책임성, 민주적 거버넌스를 저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월요일 토론에서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그는 의혹 제기를 “단순한 거짓말”이라며 일축했고, 비판 세력들을 “음모론자”, “극단주의자”, “백신 반대론자”, “푸틴 옹호자”로 규정하며 정면 대응했습니다.

불신임안에 찬성한 의원들은 주로 유럽 애국자(Patriots for Europe), 유럽 주권국가(Europe of Sovereign Nations), 일부 ECR 의원들과 극좌 계열 일부였습니다.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은 소셜미디어에 폰데어라이엔의 사진과 함께 “떠날 시간(Time to go)”이라는 글귀를 올리며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ECR 내부에서도 의견은 갈렸습니다. 특히 ECR의 핵심 축인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의 정당 ‘이탈리아의 형제들'(FdI)은 폰데어라이엔과의 전략적 관계를 고려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초기에는 사회당(S&D)과 리뉴 유럽 양당 모두 기권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선택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이 다음 주 발표 예정인 EU 장기 예산안에서 빈곤 퇴치 및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유럽사회기금 유지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결과였습니다.

S&D 대표 이라체 가르시아는 “우리의 투표가 집행위원회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폰데어라이엔이 최근 “극우 공약에 가까운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리뉴 유럽의 발레리 헤이어 대표 역시 “지지는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경고하며, 폰데어라이엔에게 “EPP 내 극우 세력과의 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피페레아 의원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불신임안의 부결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시도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평가하며 향후 집행위원장을 향한 도전이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로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회복 컨퍼런스에서 연설 중이었습니다. 투표가 부결된 직후,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부 세력이 우리를 불안정하게 하고 분열시키려 할 때, 우리의 가치를 지키며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밝히며, “유럽 만세”라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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