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의회가 식물성 대체 식품에 ‘버거’, ‘스테이크’, ‘소시지’ 등 육류 관련 용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찬성 355표, 반대 247표, 기권 30표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번 결정은 오랜 기간 축산업계가 요구해온 사안으로, 법안이 최종 시행되기 위해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27개 회원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동안 식물성 제품도 ‘버거’, ‘소시지’, ‘스테이크’ 등 육류 명칭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단 제품이 식물성이라는 점을 명확히 표시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해당 용어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육류가 실제로 포함된 제품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축산업계 요구 수용 vs 환경단체 반발, 소비자 70%는 ‘혼란 없다
프랑스 출신의 유럽의회 의원 셀린 이마트는 이번 법안을 주도하며 “삽은 삽이라고 부르자”는 표현을 인용했습니다.
그녀는 식물성 제품에 육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조치가 소비자에게 명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축산 농가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 법안은 ‘버거’, ‘스테이크’, ‘소시지’뿐 아니라 ‘계란 노른자’, ‘계란 흰자’, ‘에스칼롭(escalope)’과 같은 용어도 육류 함유 제품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미 EU는 ‘우유’라는 단어를 “정상적인 유선 분비물”에서 유래한 제품으로 한정하고, ‘귀리 우유’를 ‘귀리 음료’로 표기하게 한 기존 유제품 규제와 유사한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환경단체, 소비자 단체,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독일 녹색당의 안나 카바치니 의원은 “세계가 불타고 있는데, 유럽인민당은 이번 주에 소시지와 슈니첼에 관한 논쟁에 우리 모두를 끌어들였다”고 비판했습니다. 환경 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지속가능성과 기후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럽 소비자 단체(BEUC)가 2020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약 70~80%는 제품에 식물성임이 명확히 표시된다면 ‘버거’나 ‘소시지’ 같은 명칭 사용에 혼란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BEUC의 식품 정책 담당자 이리나 포페스쿠는 “정책 입안자들은 제품 포장을 보다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독일은 EU 내에서 식물성 식품의 최대 시장으로, 알디, 리들, 버거킹, 그리고 소시지 제조업체 뤼겐발더 뮐레 등 주요 기업들이 공동 공개서한을 통해 이번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친숙한 용어의 금지는 오히려 소비자의 정보 기반 선택을 방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독일 보수당(EPP 소속)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소시지는 소시지다. 소시지는 비건이 아니다”라며 법안을 전폭 지지했습니다. 프랑스 육류 산업 역시 이번 제안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식물성 식품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육류 섭취를 줄이려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육류 대체 비건 제품의 세계 최대 시장입니다.
한편, 이번 법안은 2020년에도 유사한 내용으로 발의되었으나 당시에는 부결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유럽의회를 통과했지만, 입법 절차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향후 몇 주 안에 EU 집행위원회, 이사회, 의회 간의 삼자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며, 연말까지 27개 회원국이 이를 법률로 제정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