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클린테크 산업이 전반적인 투자 위축을 겪는 가운데 딥테크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일 ‘글로벌 클린테크 100’ 보고서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24년 딥테크 분야 투자는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녹색철강·시멘트·차세대 배터리·지열 발전 등 핵심 기술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각) 공개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첫 상용화 설비(FOAK·First-Of-A-Kind) 프로젝트가 급증하면서 기술의 경제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중국의 클린테크 혁신이 글로벌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앤서니 디오르시 클린테크그룹 컨설턴트는 “2025년은 클린테크 산업이 정부 지원에서 벗어나 순수 경제성으로 승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리니엄이 2025년 클린테크 업계에서 주목해야 할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① “클린테크 新물결, 딥테크가 이끈다” 🚀
클린테크 산업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체 클린테크 투자는 감소했으나 딥테크 부문 투자는 전년 대비 증가해 전체 투자의 16.47%를 기록했습니다.
딥테크는 공학·과학 등 심도 있는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특정 기술을 좁고 깊게 파고들어 혁신을 만드는 분야를 말합니다. 기후테크에서도 딥테크가 주목받는 상황은 시장의 투자 중심이 점진적 개선에서 근본적 혁신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최근 진전에서는 산업 탈탄소화 기술이 투자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6년 연속 글로벌 클린테크 100에 선정된 미 녹색철강 스타트업 보스턴메탈이 대표적입니다. 보스턴메탈은 2024년 브라질에서 용융산화물 전해(MOE) 설비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3년 연속 선정된 서블라임시스템즈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 매사추세츠주 홀리요크에 상온 시멘트 생산 시설을 구축 중입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기술의 잠재력을 넘어 실제 경제성을 입증하는 것이 2024년의 핵심 과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② 배터리·원자재 공급망 지정학적 재편 🌍
공급망 확보와 순환경제 역시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보고서는 “원자재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순환경제 모델이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기화 및 첨단 소재의 필수재인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 공급망의 80% 이상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미국과 유럽은 배터리 재활용과 핵심 원자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 정부는 미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라이인더스트리’에 5,500만 달러를 지원하며 공급망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라이인더스트리는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시설 구축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또다른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엔스사이클 작년 9월 미국 최초로 생산스크랩이 아닌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니켈·코발트 생산시설을 가동했습니다.
③ AI 시대, 전력 인프라의 대전환 ⚡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급증도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1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클린테크 기업들에게 도전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열스타트업 퍼보에너지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 기업은 2023년 미 네바다주에서 구글 데이터센터용 지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작년 2월에는 2억 4,400만 달러(약 3,515억 원) 규모의 성장 자본을 유치해 2026년 유타주 지열 발전소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④ 중국발 혁신, 글로벌 시장의 블랙스완 🎭
한편, 2025년 글로벌 클린테크100에서 중국 기업은 단 2곳만이 선정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중국의 혁신 역량이 실제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에너지 저장과 원자력 기술 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무역갈등으로 인한 탈동조화가 중국 클린테크 기업들의 글로벌 가시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향후 글로벌 클린테크 시장의 경쟁 구도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⑤ 기후적응 기술 새로운 도약 🌿
기후적응 기술에 대한 투자도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기후 적응 관련 투자는 전체 클린테크 투자의 8~9%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전력망 회복력과 산불관리 기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 고효율 전선 생산기업 ‘TS 컨덕터’와 초전도 전선 생산 스타트업 ‘베이르’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고온 초전도체와 질소 기반 냉각 시스템을 개발해 그리드의 기후 회복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클린테크 2025년 중대한 전환기 맞을 것” 🔄
2025년 클린테크 산업은 기술 혁신과 경제성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순수 경제성으로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에 앞서 설명했듯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예상됩니다.
첫째, 딥테크 기업들의 상용화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무게중심이 기술 잠재력에서 실질적 경제성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둘째, 배터리와 핵심 원자재를 둘러싼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순환경제 모델이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셋째, 중국의 클린테크 혁신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상은 향후 시장 판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클린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과 기후 적응 기술 수요 증가라는 새로운 기회 요인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술적 혁신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의 균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