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빠르게 ‘전기국가(Electrostate)’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난 12일자(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습니다.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당시 중국은 석유와 석탄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가 안보 위협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이후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 외부 리스크가 확대되자, 중국은 전력화(electrification)를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강화해왔습니다.
특히 자국 내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과 보급을 적극 추진해 왔으며, 그 결과 2023년에는 청정에너지 부문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고 전체 경제성장의 25%를 견인했습니다.
이와 같은 정책 기조 아래, 중국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증가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전체 발전 설비용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3,300GW 이상을 기록하였고, 이런 청정에너지 설비 확대는 전력 부문의 탄소배출 감축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후 전문매체 카본브리프(Carbon Brief)는 2025년 1분기 중국의 전력 부문 CO₂ 배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기차 돌풍부터 초고압 전력망까지
시진핑 주석은 집권 초기부터 중국의 에너지 시스템 혁신을 국가적 우선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2014년 당시 그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기존 시스템의 기술적 낙후를 지적하며, 근본적인 개혁을 주문했습니다.
이후 중국 정부는 기술 격차 해소와 에너지 자립 기반 강화를 목표로 청정에너지 기술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투자 규모는 미국의 약 5배, 일본의 15배에 달합니다.
중국의 전력화는 특히 운송 부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전기차 보급은 급증해 2024년에는 약 1,250만 대가 판매되며 사상 처음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량을 추월했습니다. 운송 부문 전력화는 철도 인프라 확장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고속철도 네트워크는 이미 45,000km에 달해 EU 전체의 5배를 넘어서며 세계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전력 수요처 확대에 발맞춰, 중국은 송배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 현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망 업그레이드에 약 8,000억 달러(약 1,121조 원)를 투입할 예정이며, 특히 초고압 송전망(UHV) 구축에는 올해와 향후 몇 년간 약 1,000억 위안(약 19조 원)을 배정할 예정입니다.
청정에너지 중심으로의 전환은 실제로 탄소 배출 감축 효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1분기, 전력 수요가 2.5%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풍력·태양광·원자력 발전 확대가 석탄 발전 비중을 낮추면서 전력 부문 CO₂ 배출량은 전년 대비 5.8% 줄었습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전력 수요 증가분을 초과하면서 전환 정책의 효과가 수치로 입증됐습니다.
다만 성과 이면에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석탄 발전 설비의 80%를 보유하며,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청정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급 안정성을 고려해 석탄을 보완적 에너지원으로 유지하려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국내에서 쌓은 에너지 전환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은 이를 국제적 경제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2023년 이후 해외 청정기술 관련 프로젝트에 총 1,560억 달러(약 218조 원)를 투자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무역 전쟁과 기술 봉쇄에 집중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를 원하는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산업과 외교를 결합한 전략적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