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탄소시장(ETS)의 범위를 발전 부문에서 철강·알루미늄·시멘트 산업으로 확대합니다. 이로써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시장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60%를 포괄하게 됩니다.
중국 생태환경부(MEE)는 이달 초 발표한 정책 초안에서, 2024년부터 발전 부문 외에도 철강·알루미늄·시멘트 산업을 탄소시장에 포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치로 중국 ETS의 시장 커버리지는 기존 40%에서 최대 60%로 확대됩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해당 산업 기업들은 총량(Cap) 제한 없이 무상 할당배출권을 받으며, 2027년부터는 할당량이 점진적으로 제한됩니다. 그러나 배출 총량이 아닌 ‘배출 집약도(단위 생산당 배출량)’에 기반한 현행 시스템은 고탄소 산업에 대한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라우리 밀리비르타(Lauri Myllyvirta) 선임연구원은 이 제도가 “고탄소 배출 기업에 실질적인 가격 신호를 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석유정제, 화학, 제지, 항공, 기타 건축자재 및 비철금속 산업까지 포함될 경우, ETS는 전체 배출량의 최대 75%까지 포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상 할당의 덫… ETS 실효성 흔들 💡
중국 ETS가 확대되는 가운데 가장 큰 과제는 과잉 공급된 무상 할당배출권으로 인한 가격 하락과 거래 위축입니다. 2021년 씽크탱크 트랜지션제로(TransitionZero)에 따르면, 발전 기업들은 2019~2020년 의무 이행 주기에서 필요한 양보다 평균 17% 더 많은 배출권을 할당받았습니다.
이처럼 관대한 무상 할당은 ETS의 실효성을 약화시키고, 시장 기능을 왜곡할 우려가 제기됩니다.
배출량 데이터의 신뢰성 부족도 주요 문제입니다. 2022년 중국 생태환경부는 석탄 샘플링 조작, 배출량 수치 조작 등 발전소의 배출 데이터 위조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 2월, 당국은 데이터 조작 방지를 위한 새 규정을 도입했으며, 2025년까지 완전한 배출량 측정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초안에는 국가-성-지방 3단계 검토 메커니즘이 새롭게 추가되어 검증 체계의 정밀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델피(Adelphi) 컨설팅의 첸 지빈(Chen Zhibin) 수석 매니저는 “2년 전보다 검증 요구 수준이 훨씬 높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철강 산업의 편입은 ETS 벤치마킹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전기 아크로(EAF) 도입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의 고로-전로(BF-BOF) 방식과 동일한 벤치마크를 적용할 경우, 저탄소 설비 채택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라우리 밀리비르타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전기 아크로 활용이 크게 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배출 집약도 중심의 현재 ETS 설계가 소규모·비효율 업체를 철강 산업에서 자연스럽게 퇴출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루유에 탄(Luyue Tan) 분석가와 첸은 이러한 구조조정이 ETS 내 배출권 공급을 줄이고, 시장 매력도를 높이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봤습니다.
CBAM 대응 카운트다운, ETS 총량제로 전환 예고 🏭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5월 보고서에서 중국 ETS의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무상 할당 대신 배출권 경매 도입(유상)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IEA는 “경매 방식은 탄소 가격 신호를 강화하고, 비용 효율적인 감축과 저탄소 투자 유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총량 기반 상한제(cap)’ 도입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이후, 탄소 정책의 중심을 ‘탄소 집약도’에서 ‘총배출량’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ETS도 2030년 이후부터는 총량 기준으로 구조가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라우리 밀리비르타는 “중국의 탄소 배출 정점이 확인된 이후 총량 상한제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ETS 확대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안의 1단계 종료 시점인 2026년은 CBAM 시행 시기와 맞물리며, 중국 ETS에 포함된 산업은 CBAM 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전문가들은 “ETS가 기업들에 부담이 아니라 유럽 수출에 유리한 혜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