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시행을 1년 연기하고 소규모 수입업체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내용이 담긴 입법 초안을 입수했다고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CBAM은 탄소배출 감소와 탄소누출을 막기 위해 EU 역외 생산 제품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당초 올해까지 전환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CBAM 인증서 구매 의무가 적용될 예정이었습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전기 등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2026년 1월 1일부터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합니다.
매체에 따르면, 집행위는 CBAM 인증서 구매 의무를 2026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이 법안은 오는 26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조치로 CBAM 적용 대상 수입업체의 약 90%가 면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변경안은 서유럽 발칸 국가들을 포함한 준비가 부족한 국가들에게 환영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 전체 배출량의 99%는 여전히 규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150유로 이상’→중소업체 면제, 규제 약화 배경은? 🏭
EU 집행위가 추진하는 이번 CBAM 변경안은 유럽 기업의 규제 부담 경감을 목표로 하는 EU의 ‘규제 간소화’ 정책의 일환입니다. 입법 초안에 따르면, 적용 기준에 ‘수입량 기준 50톤’을 도입하여 “CBAM의 기후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겠다는 취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붑커 훅스트라 EU 기후·탄소중립 담당 집행위원도 최근 “CBAM 적용 대상 기업의 20% 미만이 전체 배출량의 95%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행정적 업무 부담 측면에서 약 80%의 기업을 면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연간 50톤 미만의 제품을 수입하거나 내재 이산화탄소가 100톤 미만인 소규모 수입업체는 적용을 면제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50유로(약 22만 원) 이상의 CBAM 대상 분야 제품을 수입하는 모든 개인·기업’이란 현행 규정에서 대폭 완화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법안 초안에는 ▲주요 위반 시 처벌 강화 ▲일부 중간제품 면제 ▲배출량 계산 간소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집행위는 CBAM 규정 준수를 단순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마련 중입니다. 그중 하나는 제조업체가 이미 탄소가격제를 시행 중인 국가에서 수입된 제품에 대한 CBAM 비용 감면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기업이 해당 국가에서 지불한 CO2 가격을 직접 계산해야 합니다. 2027년부터는 집행위가 다른 국가의 연간 평균 탄소 가격을 계산하여 발표한다는 구상입니다.
산업보호·탄소감축 위한 CBAM, 국내외 우려·비판도 ⚙️
EU가 설계한 CBAM의 목적은 유럽 산업의 경쟁력 보호와 탄소 누출 방지에 있습니다. 실제로 아돌포 우르소 이탈리아 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월 유럽 경쟁력 지표에 CBAM 규정 검토가 포함됐다며 이에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산업 단체들은 국제 공급업체로부터 CBAM 준수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영국 경제전문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4년의 경우 마감 시한까지 배출량 보고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독일 기업은 10% 미만, 스웨덴은 11%에 불과했습니다.
독일 산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행 규정 아래에서는 독일에서만 약 2만 개 기업이 탄소국경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EU 전체로 확대하면 상당한 규모의 기업이 영향을 받게 됨을 시사합니다. 철강 업계에서는 EU 내에서 생산되어 수출된 후 해외에서 가공되어 다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유럽 수입업체들은 이 탄소비용을 전 세계 공급업체에 전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중국·남아프리카·브라질 등 무역 국가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EU, 기후-산업 균형 모색 본격화”…오는 26일 공식 발표 ⚖️
EU 집행위 대변인은 관련 내용에 대한 질의에 “예정된 제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인 내용 확인을 피했습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규제 간소화 제안이 유럽의 기후 공약을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공식 발표를 앞두고 초안의 내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시행됩니다. 집행위는 2월 말 발표 예정인 ‘간소화법’의 일환으로 CBAM 개혁을 통과시키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 실제 통과는 3월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CBAM 변경 논의는 EU가 기후목표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글로벌 무역 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환경규제 철폐를 약속한 상황에서, EU의 규제 간소화 움직임은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응하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