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가 2024년 연매출 1,070억 달러(약 157조 원)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미국 테슬라 977억 달러(약 143조 원)를 추월했습니다.
BYD는 지난 25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작년 차량 판매량이 전년 대비 29% 증가한 427만 대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테슬라가 기록한 179만 대의 두 배 이상입니다.
특히 BYD는 멕시코, 칠레, 한국 등 비서구권 10개국에서 테슬라보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최근 5분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는 초고속 충전 시스템과 무료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출시하며 기술력에서도 테슬라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BYD의 급성장은 가격 경쟁력과 현지화된 유통 전략, 빠른 기술 혁신에 기인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격·기술·현지화로 테슬라 압도한 BYD 전략은? 🔋
BYD는 지난해 중국 신에너지 차량 시장에서 32% 점유율을 기록하며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습니다. 이는 기록적인 판매량에도 6.1% 점유율에 그친 테슬라를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BYD의 강점은 우선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입니다. Rest of World의 분석에 따르면, BYD는 멕시코, 칠레, 아랍에미리트, 중국 본토, 한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등 10개국에서 테슬라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국 시장에서는 BYD의 가장 저렴한 모델이 테슬라보다 훨씬 낮은 약 70만 태국 밧 (약 3,000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돼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습니다.
BYD의 가격 우위는 배터리 크기에서 비롯됩니다. 전기차 전문 분석 기업 로모션(Rho Motion)의 조지 휘트컴 분석가는 “BYD의 시걸(Seagull)과 돌핀(Dolphin)은 테슬라의 모델3보다 크기가 작아 더 작고 저렴한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으로, 이를 소형화하면 원가 절감이 가능합니다.
또한, BYD는 현지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소비자 직접 판매 방식을 고수하는 반면, BYD는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현지 유통업체 및 딜러십과 협력해 기존의 판매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합니다.
BYD의 최근 기술 혁신도 눈에 띕니다. 지난주 공개된 BYD의 초고속 충전 시스템은 단 5분 충전으로 최대 400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슈퍼차저가 15분 충전으로 약 320km를 달리는 데 비해 성능 면에서 우위를 점했습니다.
아울러 BYD는 ‘갓스 아이(God’s Eye)‘라 불리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대부분의 차량 모델에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해, 구독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테슬라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작년 판매된 전기차의 약 60%를 BYD가 차지했습니다. 휘트컴 분석가는 “BYD는 경쟁자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시장을 먼저 점령해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BYD에도 난관은 존재합니다. 미국이 지난해 9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해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렵습니다. 아랍에미리트(5%), 칠레(6%), 한국(8%) 등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관세 장벽이 존재합니다.
이에 BYD는 글로벌 생산시설 확대 전략을 통해 관세 및 수출 비용을 줄이고,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로모션의 휘트컴 분석가는 “BYD가 글로벌 생산능력을 키우면 향후 어느 제조사보다도 낮은 가격에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테슬라는 여전히 약 8,000억 달러(약 1,172조 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BYD 1,570억 달러(약 230조 원)보다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BYD의 빠른 성장과 기술적 혁신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 판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