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투자 패러다임 전환, ESG 대신 ‘리질리언스’ 주목

ESG에서 리질리언스로…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의 재정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 및 투자 업계에서는 ‘리질리언스(resilience)’라는 개념이 ESG를 대체하는 주요 용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을 완화하고 적응하기 위한 투자를 ‘리질리언스’라는 용어로 통칭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기존 ESG 개념이 가진 불명확성과 정치적 논란을 피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투자 전략을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스피어(Sphere) 자산운용사의 제이슨 브리튼 최고제품책임자는 “과거에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재생(regenerative)’, ‘트리플 바텀 라인(triple bottom line)’ 같은 다양한 용어가 사용됐지만, 현재는 ‘리질리언스’가 업계의 새로운 핵심 개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ESG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발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BNP파리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주요 기관들은 최근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해 ‘리질리언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투자 전략의 핵심 요소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극한 기후에서도 작동이 가능한 중국산 태양광 장비 계약을 체결하며 ‘리질리언스’를 핵심 용어로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급변하는 기후 환경 속에서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지가 투자 성과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이 ‘ESG’에서 ‘리질리언스’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리니엄

 

ESG의 시대는 끝났나? 리질리언스 투자 부상 🚀

‘리질리언스’ 개념의 부상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ESG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후 및 환경 정책에 대한 강한 반대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모든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연방 청정에너지 프로그램 역시 트럼프의 지출 삭감 정책으로 인해 직원의 4분의 1 이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압력 속에서 블랙록(BlackRock), JP모건(JPMorgan),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넷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et 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와 ‘넷제로 은행 연합(Net Zero Banking Alliance)’에서 탈퇴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여전히 기후 목표에 대한 장기적 의지는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스피어의 브리튼 최고제품책임자는 ESG 개념이 모호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광범위한 투자 카테고리로 인식되면서 점차 외면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ESG는 가치 중심 투자(Value-oriented investing)를 설명하는 광범위한 용어일 뿐, 구체적인 프레임워크나 방법론이 아니다”라며, “현재 투자 업계는 보다 실질적인 대응 전략을 반영하는 ‘리질리언스’ 개념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와 관련된 투자는 여전히 금융 시장에서 중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 연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에너지 전환 관련 글로벌 투자액은 2조 달러(약 2,894조 원)에 달했으며, 이는 재생에너지, 전기차(EV) 및 공공 인프라 투자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비용, 기업 전략 변화의 원동력 💡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국제상공회의소(ICC)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기후 관련 극단적 기상 현상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2조 달러(약 2,894조 원)의 경제적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허리케인과 같은 기상 재해로 인한 피해액이 5,000억 달러(약 723조 원)에 달했으며, 지난달 발생한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피해 규모도 현재 500억 달러(약 72조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 및 기업 시장에서는 물리적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실뱅 산타마르타(Sylvain Santamarta) 전무이사는 “기업이 운영하는 시장은 높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ESG 투자를 넘어, 기업이 실제로 기후 변화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회복력을 높이는 전략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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