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1850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가운데, 탄소제거(CDR) 기술 확대가 시급하단 권고안이 나왔습니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각) ‘기후변화에 관한 유럽연합과학자문위원회(ESABC)(이하 자문위)’는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탄소제거 확대, EU에서의 기회와 위험 탐색을 위한 권고안’입니다.
자문위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제거의 병행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두 해법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지구 온난화를 멈추고 기후를 안정화하며, 기후변화의 가장 심각한 영향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에는 EU가 탄소제거 기술 배치를 가속하기 위한 9가지 권고안이 담겼습니다.
과거 자문위의 권고가 EU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쳐온 만큼, 이번 권고 역시 탄소제거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2023년 자문위가 권고한 2040년 탄소감축 90% 목표는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채택된 바 있습니다.
CDR 세부 목표 수립 권고…“민간투자·기술진보 절실” 💰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배출량보다 제거량이 더 많은 탄소네거티브(마이너스 순배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산림·토양 등 탄소흡수원의 능력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새로운 제거 방법의 도입이 지연되는 상황입니다.
보고서는 ▲배출량 ▲토지로부터의 일시적 제거 ▲신규 방법에 의한 영구적 제거에 대한 각각의 법적 목표를 설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는 민간에게 명확한 투자 신호를 제공하고 기술 진보를 촉진할 것이라고 자문위는 밝혔습니다.
또한, 혁신 자금 및 시장 인센티브를 늘려 초기 탄소제거 수요를 촉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위험 관리를 위한 강력한 모니터링과 인식 제고를 위한 사회적 참여 증진도 촉구됐습니다.
자문위는 영구적 탄소제거 기술을 단계적으로 EU 배출권 거래제(ETS)에 통합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이를 통해 영구 탄소제거 프로젝트에서 엄격한 지속가능성 기준 아래 탄소크레딧을 발행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민간 투자를 유발시켜 탄소제거 기술을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CDR 기술 지원, EU 공동부채까지 검토해야 🏦
자문위는 보고서에서 탄소제거 기술을 크게 자연 기반과 기술 기반, 2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자연적 방식은 숲이나 토양을 통한 탄소흡수를 말합니다. 반면, 기술적 방식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여 지하 깊은 암석에 저장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현재 EU는 주로 자연적 방식에 의존하고 있으나, 자문위는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기술적 방법은 이산화탄소를 수천 년간 저장할 수 있지만 아직 상용화 규모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과 저장 시설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기술입니다.
자문위는 EU가 탄소제거 기술 연구와 배치를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트마르 에덴호퍼 자문위 위원장은 “(보고서에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2050년 탄소중립이 아니라 탄소네거티브를 초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기술 혁신을 위해 EU는 공동부채 활용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27개 EU 회원국이 공동으로 부채를 지는 것을 말합니다.
자문위는 공동채권인 EU 회복기금을 연장해 2026년 이후로도 장기 탄소제거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해당 기금은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발행됐습니다.
공동부채로 인한 부담을 감안하면 온실가스다배출 기업이 제거비용을 부담하는 아이디어가 EU 정부들에게는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추가적 자금 조달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탄소다배출 기업에 ‘확장된생산자책임제’ 도입 제안 📜
자문위는 또한 ‘확장된 배출자 책임(EER·Extended Emitter Responsibility)’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자원순환에서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개념을 본뜬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식으로는 ‘배출자책임제거제도’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는 EPR의 문제의식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배출자들이 미래에 자신들이 배출한 온실가스 제거에 기여할 것을 제안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탄소다배출 기업들이 미래의 탄소제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3가지가 제시됐습니다.
- 첫째, 기업이 일정량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면 돌려받는 보증금 제도입니다.
- 둘째, EU 탄소시장에 통합된 ‘정화 인증서‘입니다.
- 마지막으로는 기업 대차대조표에 반영되는 부채와 같은 재정적 의무 방식 등이 있습니다.
에덴호퍼 위원장은 “EU는 정유 공장에 ’오늘 1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지만, 나중에 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심지어 1톤이 아니라 (가중치를 둬) 2톤을 제거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연 탄소흡수원 감소 추세, 전환 위한 당근 필요 🌳
자문위는 EU의 탄소흡수원 감소에 대해서도 경고했습니다. 산불·가뭄·홍수와 같은 극한기상의 영향으로 삼림 등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 EU의 토지 이용 정책이 기후 및 지속가능성 목표와 충분히 일치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농업 부문에 대한 친환경 규제는 농민 트랙터 시위와 정치적 반발로 약화된 상황입니다.
이러한 추세를 뒤집기 위해 자문위는 토지 기반 탄소제거에 대해 토지 관리자 또는 소유주에게 보상을 제공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어 토지 부문의 배출량에 탄소가격 책정 도구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토지의 탄소제거 능력 향상이 농민에게도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자문위는 농민들의 토지에서 이산화탄소를 격리함으로써 추가 수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최우선은 배출량 감축…CDR, 시장 테스트 기회 필요” 🔍
물론, 일각에서는 탄소제거 촉진이 기업과 정부의 배출 감축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세계 최고 기후 과학 기구도 탄소제거를 지구 온난화 대응의 필수 요소로 간주하였습니다. 하지만 기후 활동가들은 탄소제거 촉진이 기업과 정부의 배출 감축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자문위 역시 보고서에서 탄소제거가 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탄소제거는 항공이나 농업과 같이 제거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배출을 보상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는 데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자문위의 설명입니다.
에덴호퍼 위원장은 “시장이 탄소제거 기술의 확장성과 비용 절감 잠재력에 신뢰성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탄소제거 기술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