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권 사기, 유럽 시장을 뒤흔들다

독일서 2천만 달러 인증 취소, 중국발 프로젝트 21건 사기 의혹

룩셈부르크 검찰이 중국 기반 탄소 배출권 프로젝트와 관련된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해 공식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독일 당국이 유사한 사건에서 약 2천만 달러(약 281억 원) 상당의 배출권 인증을 취소한 이후 이어진 후속 조치입니다.

룩셈부르크 환경부 대변인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실이 현재 이 사안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으며, 검찰 측은 이번 사건이 지난 3월 환경부로부터 접수된 민원과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법적 조치나 관련 기업, 프로젝트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잇따른 조사 착수는 유럽 탄소 시장의 신뢰성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유럽 탄소 시장을 뒤흔드는 중국발 배출권 사기 스캔들

룩셈부르크 당국의 이번 수사는 지난해 독일에서 시작된 유사한 조사에 뒤이은 것입니다. 독일 정부는 중국에서 운영된 일부 탄소 배출권 프로젝트에서 심각한 불규칙 사항을 확인하고, 약 2천만 달러 규모의 크레딧을 전면 취소했습니다. 베를린 검찰은 해당 프로젝트를 감독한 기관의 소속 직원 17명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독일 연방환경청(UBA)은 중국 내 69개 배출 감축 프로젝트 가운데 40개에 대해 조사를 확대했고, 이 중 21개는 명백한 사기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UBA는 2024년 7월부터 중국 내 신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의 승인을 전면 중단했으며, 법적·기술적 결함이 확인된 7개 프로젝트와 검증 기준을 따르지 않은 1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크레딧 발급을 즉시 중지했습니다.

독일 공영방송 DW와 ZDF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이 사기 의혹의 핵심에는 ‘베이징 카본(Beijing Karbon)’이라는 중국 컨설팅 회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는 탄소 감축 및 인증을 전문으로 하며,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자문도 수행해왔습니다. 조사 결과, 독일에서 승인된 66개 중국 프로젝트 중 최소 16개가 사기일 가능성이 높은데, 대부분이 베이징 카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들 프로젝트는 기존 시설을 신규 프로젝트로 가장하는 수법을 공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바이오 연료 생산업체 버비오(Verbio)의 이사회 멤버 슈테판 슈라이버는 중국 신장 지역의 석유 추출 현장에서 메탄을 포집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했으나, 위성 사진 분석 결과 해당 시설은 보고된 시점보다 1년 이상 앞선 2019년에 이미 완공된 상태였습니다.

사기 가능성은 검증기관과의 공모 의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국 탄소 시장 내부자들이 독일 환경청에 보낸 메일에 따르면, 일부 프로젝트 감사자들이 베이징 카본과 사전에 협력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뮐러-BBM 서트(Müller-BBM Cert)와 베리코 SCE(Verico SCE) 두 검증기관이 검증했으며, TÜV 라인란드는 의심이 제기된 두 건의 프로젝트를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를린 검찰은 현재 이 세 회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공동 사기 혐의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 기관 모두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베리코 SCE는 “우리의 감사 업무나 감사자들의 행위에 대해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고, 뮐러-BBM 서트는 “우리 직원들이 범죄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TÜV 라인란드는 “조사 결과는 우선 당국에 제출한 뒤,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가 된 중국 배출권은 ‘업스트림 배출 감축(Upstream Emissions Reductions, UER)’ 방식으로 생산된 것으로, 석유 및 가스 생산 단계에서 배출량을 줄이는 조치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 배출권은 일반적인 자발적 탄소 시장이나 유럽 배출권 거래 시스템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어 왔습니다. 아르구스 미디어에 따르면, 2022년에는 톤당 약 €440(약 70만 원)에 거래됐으나, 현재는 €140(약 22만 원) 수준으로 급락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2040년까지의 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역외 상쇄 크레딧의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기 사건은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흔들고 있으며, 검증 체계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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