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의장으로 화석연료 기업 임원 출신인 무크타르 바바예프 아제르바이잔 환경자원부 장관이 임명됐습니다.
작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화석연료 업계 고위직이 기후총회를 주도하는 가운데 이번 임명을 둘러싼 반응은 엇갈립니다.
지난해 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UAE 국영석유기업 애드녹(ADNOC) 최고경영자(CEO)인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가 의장을 맡아 논란이 일었습니다.
UAE COP28 의장단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COP29 의장으로 바바예프 장관이 지명됐습니다.
이번 임명과 관련해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전날 사무총장 성명으로 해당 임명을 공식적으로 환영했습니다.
구소련에서 태어나 모스크바대학을 졸업한 바바예프 장관은 1994년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기업 소카르(Socar)에 입사해 2018년 임원으로 퇴직했습니다.
2010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하기 직전 회사 생태 담당 부사장직을 수행했습니다. 당시 그는 3년간(2008~2010년) 석유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토양오염 개선 사업을 벌였습니다.
2018년 소카르 퇴직 후 아제르바이잔 환경자원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COP29 의장에 화석연료 기업 출신 인사 소식에 엇갈린 반응 📢
이번 임명 소식을 둘러싸고 일각에선 올해 COP29에 회의론을 제기합니다.
비영리단체 오일체인지인터네셔널(OGI)은 “기후총회 의장에 석유업계 리더가 임명되면서 총회의 앞날이 다시 미궁에 빠졌다”고 비판했습니다. COP29에서는 작년 기후총회 합의문에서 나온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논의해야 하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단 것이 단체의 지적입니다.
영국 비영리단체 글로벌위트니스 또한 성명을 통해 바바예프 장관의 COP29 의장 임명 소식을 비판했습니다.
단체 내 화석연료 캠페인 담당자인 앨리스 해리슨은 “화석연료가 만들어낸 (기후)위기에 논하는 자리에 석유 국가의 전직 석유 관리가 임명됐다”며 “데자뷰가 시작된 것 같다”고 일침했습니다.
반면, 세계 최대 기후단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은 의장 선임을 환영한단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6일 다스님 에솝 CAN 대표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바바예프 장관의 COP29 의장 선임을 환영한다”며 “COP28에서 나온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합의를 그가 더 강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COP29 의장, 바바예프 장관 둘러싼 외교가 평가 대체로 긍정적인 이유는? 😮
이처럼 의견이 엇갈린 것은 바바예프 장관의 과거 행적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가 아닌 탓에 정부 고위직의 이력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의 언론자유지수는 2023년 180개국 중 15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럼에도 과거 바바예프 장관을 직접 만나본 직접 외교관을 중심으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앤 더스 아제르바이잔 전(前) 주미대사는 바바예프 장관이 환경에 대한 회사의 태도를 바꾸고 싶어했던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소카르에서 생태학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첫해인 2008년 아제르바이잔 역사상 최초로 생태학 콘퍼런스를 주최했을뿐더러, 화석연료로 인한 토양오염 복원에도 앞장섰기 때문입니다.
더스 대사는 바바예프 장관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아제르바이잔인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단 일화를 전했습니다. 더스 대사는 이어 “(바바예프 장관이) 열정적이고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후총회서 의미 있는 결과만 도출된다면 의장 이력 중요하지 않아” 🤔
기후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도 바바예프 장관이 이전 의장과는 차별화된 인물이란 소식을 전했습니다.
최근 바바예프 장관을 만난 익명의 협상가는 그에 대해 “COP28 의장인 알자베르처럼 귄위주의를 느끼진 못했다”며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아닌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후총회에서 의미 있는 결과만 나올 수 있다면 의장의 이력이 중요하지 않단 의견도 나옵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지난해 COP28 정부대표단 대국민포럼에서 “산유국을 끌어들이지 않고 기후대응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UNFCCC에 의하면 COP29에서 아제르바이잔 외무장관이 수석협상가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장이 기후총회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수석협상가는 합의문에 들어갈 문구를 총괄하는 역할입니다.
라피예프 장관은 기후외교 분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입니다. UNFCCC를 통해 기후총회 참가 기록을 확인해본 결과, 라피예프 장관은 2021년 26차 당사국총회(COP26)과 2022년 27차 당사국총회(COP27)에 모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작년 독일 본에서 기후총회 개최를 위한 사전회의와 COP28에 참석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산하 환경·에너지·천연자원 거버넌스센터(CEENRG) 연구원인 조안나 디플레지 박사는 “라피예프 장관은 외교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디플레지 박사는 이 때문에 COP29에서 실무 협상이 어려울 수 있단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COP29에 에너지와 자원을 투입할 시간은 남아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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