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美 전기차 정책 폐지 “청정에너지 생태계 초기화 우려”

韓 배터리·車 업체 공급망 불확실성 가중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임 정부의 전기자동차 장려 정책을 전면 폐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각) 취임식 이후 ‘미국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과 연비규제를 철회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전기차 구매 장려를 위한 보조금도 중단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에서 “바이든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 일자리의 40%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화석연료 산업계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전기차 정책의 배경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단, 미국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장려 정책의 폐지보다는 수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연차 규제완화…캘리포니아 전기차 친화 정책 원천 차단

미국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발표한 26개 행정명령 중 하나입니다.

미국 내 ▲에너지 탐사 및 생산 촉진 ▲비연료 광물 생산 강화 ▲에너지 접근성 보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구축한 환경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2032년까지 신차 판매의 56% 전기차 전환’ 목표가 폐기됩니다. 바이든 정부는 해당 목표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의 평균 탄소배출량이 56%까지 감축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연비기준 역시 2019년 수준인 35mpg(마일/갤런) 수준으로 하향 조정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연비기준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매년 2%씩 증가하도록 설정할 예정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규제가 “미국인들의 가솔린 자동차 선택권을 제한하는 민주당의 강압적 조치”라고 비판합니다.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7,500달러(약 1,076만 원)도 중단됩니다.

행정명령에는 주정부 차원의 독자적인 배기가스 배출 기준 설정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해 12개 주정부가 2035년 신차 중 전기차 비중 100% 목표를 내걸고 있습니다. 주정부가 독자적으로 전기차 친화 정책을 펼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겠단 뜻으로 해석됩니다.

 

전기차 장려책 폐지에 업계 난색 “테슬라만 지지”

이번 규제 변화는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 미국 주요 완성차업체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1,46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관련 투자가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내에서 건설 중인 배터리 생산시설도 30여개에 달합니다. 이에 이들 기업 역시 전기차 장려책의 완전 폐지보다는 수정안을 요구하는 방안으로 로비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 동안 미국 자동차산업연합은 42개 자동차 제조사를 대표해 트럼프 행정부에 규제의 완전한 폐지가 아닌 이행기간 연장과 처벌 기준 완화를 요청했습니다.

IRA 수혜를 기대해 미국에 대거 투자를 진행한 한국 기업 역시 피해 및 사업 축소가 예상됩니다.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주요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이 속합니다.

이 가운데 전기차 선두 기업인 테슬라는 전기차 장려책 폐지에 공개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막 전기차 시장에 들어선 경쟁사의 피해가 자사보다 더 클 것이란 분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보조금 중단이 테슬라에는 약간의 타격이지만, 경쟁사들에게는 치명적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전기차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맞추기 위해 경쟁사들이 테슬라의 탄소크레딧을 사야 한다는 점도 테슬라에게는 유리한 지점입니다. 테슬라는 2024년 1~3분기 동안 크레딧 거래로 21억 달러(약 3조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 변화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기후변화 대응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정명령이 자동차 산업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과 글로벌 경쟁력에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킬 시작이 될 수 있단 진단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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