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트럼프 복귀 앞두고 세계 기후대응 협의체 탈퇴

보험공사 등 정부 금융기관 추가 탈퇴 예정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가 전 세계 중앙은행·감독기구 기후대응 협의체 ‘녹색금융협의체(NGFS)’에서 탈퇴했습니다.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금융계에 이어 금융당국까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우기 작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미 연준 이사회는 “NGFS의 업무 범위가 점점 확대돼 연준의 법적 의무 범위를 벗어나는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게 됐다”며 탈퇴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NGFS는 세계 중앙은행과 감독기구가 기후변화 위험 관련 작업을 연구하기 위해 2017년 설립된 국제협의체입니다. 한국 역시 2019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가입해 참여 중입니다. 미국 연준의 탈퇴로 NGFS에는 세계 90개국 143개 기관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번 발표는 최근 미국의 주요 6대 은행 및 자산운용사들의 탄소중립 이니셔티브 탈퇴 행렬에 이은 것입니다. 앞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넷제로자산관리자그룹(NZAM)’ 탈퇴를 밝혔습니다.

 

바이든 당선 맞물려 NGFS 가입…“퇴장도 함께”

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입니다. 연준 이사회와 12개의 연준은행,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독립기관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통화정책 수립과 달러 발행, 금융기관의 규제·감독 역할을 맡습니다.

사실 연준의 NGFS 가입은 시작부터 큰 갈등에 부딪혔습니다.

미 공화당은 중앙은행이 물가안정과 고용률 안정화 등 본연의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연준이 기후대응에 나서면서 자칫 화석연료 기업의 대출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입니다.

연준은 2020년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야 NGFS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입니다. 이후 통화감독청(OCC)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역시 2021년과 2022년 연이어 가입했습니다.

이후로도 공화당은 연준의 NGFS 탈퇴를 촉구해 왔습니다. 작년 9월에는 미국 하원 의원들이 정부회계감사원(GAO)에 연준의 NGFS 가입이 정당한지 조사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실제 탈퇴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 기후대응 소극적 태도 영향 끼쳤나

한편, 연준이 그간 기후대응 정책에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던 점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후변화에서의 적극적 조치에는 선을 긋는 태도를 여럿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은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입니다.

파월 의장은 2022년 의회 청문회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는 연준이 아니라 의회와 민간 부문의 역할이라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이듬해(2023년) 한 연설에서도 그는 “우리는 기후정책 입안자(climate policymaker)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정책은 입법 기구인 의회의 역할이며, 연준이 자체적인 통화정책이나 감독권을 사용해 녹색금융을 활성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연준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기 위해 우리의 범위를 넓히려는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NGFS 탈퇴 사유로 업무 범위 확대를 든 것도 이같은 입장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연준 이사회 7명 중 파월 의장을 포함한 5명이 NGFS 탈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연초부터 탈퇴 행렬, 예금보험공사 등 추가 탈퇴 예고

NGFS는 성명을 통해 연준의 탈퇴에 대해 “유감스럽지만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143개 회원 기관이 강한 의지와 결의, 헌신, 열정을 지닌 연합으로 남아있다고 피력했습니다.

NGFS의 결의와 달리, 연준의 탈퇴 후폭풍은 막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전(前) 재무부 차관이자 전직 연준 이사인 사라 블룸 라스킨은 연준의 탈퇴가 “실질적, 상징적으로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게 기후위험을 평가·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다는 것이 그의 평가입니다.

그는 “2025년 초부터 이런 움직임에 나섰다는 건 불길한 상징이다”며 향후 여파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금융기관의 추가 탈퇴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이미 연방예금보험공사의 NGFS 탈퇴가 기정사실화 됐습니다.

트래비스 힐 연방예금보험공사 부회장은 지난 10일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기관의 진화와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극한기상이나 자연재해로 은행이 실패한 기록이 없다”며 기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관의 NGFS 탈퇴를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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