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화석연료 공적금융 중단 사실상 실패 “한국·튀르키예·호주 반대 거세”

기후단체 “트럼프 취임 전 절호의 기회 놓쳐”

화석연료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노력이 사실상 좌초됐습니다.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 등이 제안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안 합의에 실패한 것입니다. 해당 개정안은 OECD 회원국의 공적 수출신용기관이 화석연료 사업에 신용을 제공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OECD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수개월의 협상과 노력에도 (회원국들이)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는데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기후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일부 회원국의 반대가 거셌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협약은 회원국 만장일치로만 개정될 수 있습니다.

OECD는 해당 개정안이 향후에 다시 논의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함에 따라 합의는 더 어려울 전망입니다.

 

OECD 공적금융 지원 중단, 석탄→화석연료 확대 논의

OCED 수출신용협약에 따라 회원국들은 공적 수출신용기관의 기준을 준수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가 해당 항목을 적용받습니다.

탄소감축 필요성이 커지면서 OECD 회원국들이 선도적으로 공적 수출신용기관의 화석연료 금융 지원을 중단하자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2021년, 회원국들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에 대한 지원 중단에 합의했습니다. 이른바 제6조입니다.

2년 뒤인 2023년, EU 등 일부 회원국들은 지원 중단 대상을 신규 석탄에서 화석연료 전체로 확장하는 6조 개정안을 제안했습니다. 석유·천연가스 등이 모두 금지 대상에 포함됩니다.

38개 회원국 중 다수가 목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한국·튀르키예(터키)·호주의 거센 반대로 협상은 지지부진했습니다.

 

한국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마지막 기회 놓쳐

그중에서도 한국은 초기부터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개정안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며 국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최근 5년간 수출입은행 및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관련 산업에 지원한 규모는 490억 달러(약 71조 5,600억 원)에 달합니다. 정유·석유화학 프로젝트에 121억 달러(약 17조 6,700억 원),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선박에 369억 달러(약 54조 원)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덕분에 국내 산업의 수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공사 측의 주장입니다.

또, 협약이 비(非)OECD 회원국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강조했습니다.

한국 등 OECD 회원국 기업과 달리, 중국 등 주요 경쟁국 기업들은 여전히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 결과, 협약의 실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한편, 기후환경단체들은 트럼프 취임 전 마지막 기회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지구의벗(FOEI) 국제금융 부국장인 케이트 데안젤리스는 “(회원국들이)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상당히 기대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미국의 역할이 부족했던 것을 가장 큰 아쉬움으로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11월 이후에야 조 바이든 정부가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단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데안젤리스 부국장은 미국 정부가 한국을 설득하지 못한 점도 크게 비판받을 지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과거 OECD의 석탄 지원 중단에서는 적극적으로 설득했던 모습과 비교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다음 전선은? 기후단체 “한국·일본 CETP 가입 촉구할 것”

OECD 내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며 향후 전선은 또 다른 국제 협력체인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ETP)’으로 옮겨갈 전망입니다.

CERP는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출범했습니다. 화석연료 에너지 사업에 대해 수출금융을 포함해 공적 지원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OECD 수출신용협약보다는 제한 범위가 좁습니다. 대신 개별 국가 단위로 참여할 수 있어 빠른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국·캐나다·EU 등 40개 이상의 국가와 공적금융기관이 가입했습니다. 그중 영국·캐나다·뉴질랜드·프랑스·벨기에·핀란드·스웨덴 등 6개 국가는 이미 공약을 완전히 이행한 상황입니다.

데안젤리스 부국장은 다음 목표는 한국과 일본의 CETP 가입 촉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지속가능개발연구소(IISD)는 CETP 미가입 국가 중에서 화석연료 수출 금융을 가장 많이 지원하는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꼽은 바 있습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정권이 교체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화석연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지하는 야당 출신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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