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 산업계 로비스트 234명 등록…EU 전체보다 많아

EU 전체 대표단보다 많은 산업계 로비스트, 19명은 정부 대표단 포함

제네바에서 진행 중인 유엔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 석유·석유화학·플라스틱 업계를 대표하는 로비스트 234명이 참석해, 협상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 등록된 산업계 로비스트 수는 EU 27개 회원국 전체 대표단보다 많고, 과학자나 원주민 대표단 인원수도 크게 웃돕니다.

특히 이집트, 카자흐스탄,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정부 대표단에 산업계 로비스트 19명이 포함돼 있어, 협약 문안 작성 과정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는 2022년부터 이어진 협상의 연장선으로, 10일간 진행되며 오는 8월 14일까지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개국 정부 대표단에도 19명 포함…CIEL ‘기후협상 방해 공작 재연될 것’ 경고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협상(INC5.2)에 산업계 로비스트 234명이 등록돼 있으며, 이들의 대규모 참여가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수치는 협상 3일 차에 공개됐으며, 석유, 석유화학, 플라스틱 업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 로비스트 수는 EU 27개국 전체 대표단보다 많고, 과학자나 원주민 대표단보다도 훨씬 많은 규모입니다.

CIEL의 글로벌 플라스틱 및 석유화학 캠페이너 시메나 바네가스는 “화석연료 기업들은 플라스틱 생산의 핵심에 있으며, 전체 플라스틱의 99% 이상이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화학물질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후 협상에서 수십 년간 방해 공작을 벌여온 이들이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서는 갑자기 선의로 참여할 것이라 믿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CIEL은 특히 이집트, 카자흐스탄, 중국, 이란,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의 정부 대표단에 산업계 로비스트 19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공식 협상뿐 아니라 산업계가 주최하는 비공식 부대행사 등을 통해 협상 대표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특권적 접근권을 갖고 있어, 협약의 방향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협상은 지난해 12월 한국 부산에서 열린 INC5.1 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후, 스위스에서 재개된 것입니다. 주요 의제로는 플라스틱 생산 제한, 유해 화학물질 관리, 협약 이행을 위한 자금 조달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간 입장 차가 여전히 극명해, 협상 타결에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100개 이상의 국가는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를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요구하고 있지만,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석유 및 플라스틱 생산국이 주축인 ‘같은 생각을 가진 그룹(like-minded group)’은 생산 제한에 반대하며 폐기물 관리 중심의 접근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세계 2위 플라스틱 생산국인 미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산 감축에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이번 제네바 회의 전에는 생산 감축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메모를 각국에 회람했습니다.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같은 생각을 가진 그룹’과 보조를 맞추고 있으며, 협상 개시 전 산업계와만 사전 접촉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제화학협회협의회(ICCA)는 이번 협상에 플라스틱, 석유화학, 화학 제조 산업을 대표하는 인사 136명이 참석했다고 밝혔습니다. ICCA는 “우리는 1,500명 이상의 NGO 참가자들보다 훨씬 적은 수”라고 주장했지만, 시민사회 단체들은 단순한 숫자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들은 “산업계 로비스트들이 정부 대표단에 포함돼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다우, 엑손모빌, 쉘 등 7개 석유화학 대기업이 협약 논의가 시작된 이후 플라스틱 생산 능력을 총 140만 톤 증가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기업은 협상에 총 70명의 대표를 파견해 협약 문안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루이지애나의 석유화학 공장이 밀집한 ‘암 골짜기(Cancer Alley)’에 거주하는 조 배너는 미국 시민사회 환경정의 대표단의 일원으로 협상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이것은 그들(산업계)에게는 단지 직업일 뿐이지만, 우리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라며, 산업계의 로비와 지역사회가 처한 현실 사이의 괴리를 강조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제네바 유엔 본부 입구 지붕 위에서 “플라스틱 협약은 팔지 않는다(the Global Plastics Treaty is Not For Sale)”는 문구가 적힌 배너를 펼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린피스 대표단장 그레이엄 포브스는 “화석연료와 석유화학 거대기업들이 내부에서 협상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유엔은 이들을 협상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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