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기업 엑손모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환경단체를 명예훼손으로 제소했습니다. 엑손모빌의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을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폄훼했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입니다.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엑손모빌은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과 시에라클럽 등 4개 환경단체(이하 피고)를 텍사스주 버몬트 연방법원에 고소했습니다.
피고 측이 작년 9월 엑손모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엑손모빌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가짜라고 폄훼해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피고 측은 엑손모빌이 화학적 재활용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기만적인 홍보를 이어왔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 엑손모빌이 명예훼손으로 반격에 나선 것입니다.
엑손모빌 vs 캘리포니아주, 화학적 재활용 두고 갈등
화학적 재활용은 오염도·색상 등에 관계없이 여러 번 재활용이 가능한 기술입니다.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고부가가치의 재활용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엑손모빌은 미국에서 단 2곳뿐인 화학적 재활용 시설 중 한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텍사스 베이타운 정유소에 2번째 화학적 재활용 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도 추진합니다. 사측은 이를 ‘고급 재활용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작년 9월 캘리포니아 당국은 자체 조사 결과, 엑손모빌의 주장과 대치되는 자료가 발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측이 화학적 재활용의 에너지소비량이 높고 일부 폐플라스틱은 처리가 어렵단 사실을 알면서도 숨겼단 주장입니다.
당시 피고 측은 허위광고·수질오염·불공정 경쟁 금지 등의 주법을 위반했단 혐의로 엑손모빌을 고소했습니다.
명예훼손·경제적 피해 호소…‘포테스큐 배후설’까지
엑손모빌은 피고 측의 주장이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근거로 지금까지 엑손모빌이 7,000만 파운드(약 3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했단 점을 들었습니다.
또, 2026년까지 화학적 재활용 시설 확장에 2억 달러(약 2,9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도 제시했습니다. 확장이 완료되면 화학적 재활용 처리량은 연간 5억 파운드(약 22만 톤)로 증가할 예정이라고 사측은 설명했습니다.
엑손모빌은 자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주장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습니다. 본타 법무장관 등이 화학적 재활용을 신화, 거짓말 등으로 폄훼하면서 잠재적 사업 거래가 무산됐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입니다.
따라서 피고 측이 즉각 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엑손모빌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호주 철광석 기업 포테스큐의 설립자이자 억만장자 앤드류 포레스트가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포레스트 전(前) 포테스큐 회장이 후원하는 비영리단체 IEJF를 통해 소송을 주도했다는 주장입니다.
엑손모빌은 포테스큐가 재생에너지·청정수소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업계 경쟁자인 엑손모빌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해 이같은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단, 포레스트 전 회장과 IEJF는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란 입장을 밝힌 상황입니다.
“변론할 날 기대” 캘리포니아 당국, 자신감 내비쳐
피고 측은 즉각 반박 입장을 냈습니다.
시에라클럽은 이번 소송은 “뻔뻔스러운 협박 시도”라며 “엑손모빌이 명예훼손과 책임의 차이를 혼동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단체는 엑손모빌은 “수십년 동안 기후변화를 알고 있으면서도 책임을 회피해 왔다”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엑손모빌이 1970년대부터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 위험을 알았으나 이익을 위해 감춰왔단 정황을 지적한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법무부 대변인 또한 “이번 소송은 엑손모빌이 자신의 불법적 사기에서 주의를 돌리려는 시도”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는 이어 “본타 법무장관은 엑손모빌을 제소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고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변론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