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 해상시추 금지, 취임 즉시 철회할 것”

기후변화에 요충지 떠오른 그린란드 인수 의사 피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석유·천연가스 시추 금지 조치를 취임 즉시 해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미 의회의 대선 승리 인증 절차가 종료된 다음날 열렸습니다.

그는 “(바이든의) 해상 시추 금지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며 “(취임) 즉시 철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20일 취임할 예정입니다.

적극적인 화석연료 개발 허용, 풍력 프로젝트 규제 등 반(反) 기후대응 정책에 대한 추진 의지도 밝혔습니다. 미국 내 석유·가스 시추 확대를 뜻하는 ‘드릴, 베이비, 드릴’도 거듭 언급됐습니다.

 

퇴임 앞둔 바이든, 해상 시추 금지 발표

이번 발언은 전날(6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연안에서의 시추 금지 조치를 발표한데 이은 것입니다.

대서양·태평양·멕시코만 등에 걸쳐 약 6억 2,500만 에이커(약 253만 ㎞) 면적에서 신규 석유·가스 개발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한반도 면적의 11배에 달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지역에서의 시추가 “국가의 에너지수요를 충족하는데 필수적이지 않다”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후위기가 미국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고 청정에너지 경제로 전환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자손을 위해 해안을 보호해야 할 때”라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이번 조치는 1953년 제정된 ‘외대륙붕 토지법’에 기반합니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은 미국 내 수역 일부를 석유·가스 개발로부터 영구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해당 법에는 영구 보호 지역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더라도 조치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취임 즉시 해제”…해상풍력 혐오 발언도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직후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즉각 해제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이튿날 기자회견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조치는 “미국 해역 전역에서 (시추를) 중단하는 것과 같다”며 최소 50조 달러(약 7경 원)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풍력발전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도 드러냈습니다. 그는 최근 미국 뉴잉글랜드 남부 해안에서 증가한 고래 사망 사건이 풍력발전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풍차가 고래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어 풍력발전은 “지금까지 가장 값비싼 에너지”라며 “(풍력발전을) 원하는 사람은 보조금을 타려는 사람들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물론 이같은 발언에 대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하기 어려운 주장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시추
▲ 그린란드 동쪽 해안의 빙하가 기후변화로 인해 떨어져 나가고 있는 모습. ©Christian Åslund, Greenpeace

기후변화로 요충지 된 그린란드 “북극항로, 미국 확보해야”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 인수에 대한 의지를 거듭 피력했습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자치령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9년 첫 재임 시절에도 덴마크에 그린란드 인수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인수 제안의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단 것입니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그린란드가 기후변화로 인해 새로운 전략 요충지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린란드의 빙상이 녹으며 새로운 항로가 개척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북극항로’입니다. 북극해를 따라 유럽·북미·아시아를 연결할 수 있어 수에즈 운하보다 훨씬 짧은 경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린란드 자체도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지입니다. 공급망 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으로서는 그린란드 개발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북극이 중요한 운송 경로가 될 것”이라며 “미래의 중요한 전장”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후변화는 사기이지만,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점은 취하겠다’는 태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만·파나마 운하 등 영토 확보 주력 나설 듯

물론 덴마크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그린란드는 판매 매물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덴마크 왕실 역시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북극곰이 강조된 새 왕실 문장을 공개하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그럼에도 그린란드 인수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인 강제력을 써서라도 관철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그린란드의 미국령 편입을 위해 군사적·경제적 강제력을 사용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린란드 주민들의 독립 투표를 덴마크가 방해할 경우, 덴마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성 발언도 나왔습니다.

그는 이밖에도 영토 관련 이익 확보에 주력하겠단 계획도 밝혔습니다. 멕시코만(Gulf of Mexico) 이름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고 파나마 운하 소유권을 가져오는 계획이 거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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