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이끌어갈 기본계획이 확정됐습니다.
환경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이하 4차 기본계획)’ 최종안이 심의·확정됐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계획은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2026~2030년)과 5차 계획기간(2031~2035년)의 배출권거래제 목표·운영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이 처음으로 국제 사회에 약속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시기가 포함된 것이 특징입니다.
환경부는 이러한 점에서 “이번 계획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유상할당 확대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 역시 “배출권거래제가 우리 기업의 탄소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도록 역할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초안의 내용 대부분이 최종안에서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환경부, 발전 유상할당 대폭 상향 방침 최종 확정
최종안의 주요 내용은 ①배출허용총량 강화 ②유상할당 상향 ③배출권 시장 거래 활성화 ④제도운영 개선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배출허용총량 강화와 유상할당 상향입니다.
우선 정부는 각 사업장에 허용하는 배출허용총량 산정 방식을 재정의할 방침입니다. 그간 별도로 편성됐던 ‘시장안정화조치 예비분’을 배출허용총량 내에 포함합니다. 배출허용총량을 줄여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의무를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배출허용총량 부문은 기존 6개에서 ‘발전’과 ‘발전외(外)’ 부문 등 2개로 단순화합니다. 발전외 부문에는 산업·폐기물·수송·건물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정부는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우선 대폭 상향한다는 방침을 확정했습니다. 이후 발전외 부문에서도 부문·업종별 여건을 반영해 유상할당 확대가 차등적으로 추진됩니다. 구체적인 상향 수준은 추후 마련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5차 계획기간에는 산업 보호조치를 전제로 ‘탄소누출업종’을 유상할당 대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됩니다. 철강·시멘트 등 온실가스 다배출업종 중에서 국내 규제 강화 시 타국 이전 우려가 있는 업종을 말합니다.
세계적으로 탄소시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탄소무역장벽이 본격화되는 상황을 대비할 필요성이 언급된 것과 관련됩니다. 정부는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국내 배출권 관련 제도가 주요국과 상반된 경향성을 보이지 않도록 관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후환경단체 “예비분 산입, 배출허용총량 강화 효과 미미”
정부는 최종안 발표에서 배출권거래제가 NDC 달성에 기여하도록 하겠단 의지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기후환경단체들은 이번 계획이 배출권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일 기후솔루션 등 6개 기후환경단체는 이같은 공동 입장문을 공개했습니다.
단체는 시장안정화조치 예비분 산입으로는 배출허용총량 강화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예비분의 물량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3차 계획기간(2021~2025년) 내 시장안정화조치 예비분은 1,400만 톤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3년간(2021~2023년) 배출권 공급 과잉분이 6,000만 톤을 넘는 것과 비교됩니다.
철강 등 산업 부문에 대한 유상할당 도입 검토를 5차 계획기간으로 연기한 점도 비판했습니다. 유상할당을 도입하면 국내 기후대응기금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이 자칫 무역관세로 지불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되는 2026년 한해에만 한국 철강사가 부담할 비용은 8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발전사 유상할당 비중 논쟁, 6월까지 지속 전망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중에 대한 논쟁도 당분간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정부가 유상할당 상향 비율 등을 포함한 세부기준을 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할당계획은 올해 6월까지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후환경단체는 발전 부문의 배출권을 100% 유상할당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합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이미 발전 부문에 유상할당 100%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법정 유상할당 비중은 10%입니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한 민간위원 역시 유상할당 100% 확대 검토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중을 50%로 높일 경우 2030년까지 한국전력공사 발전자회사 5곳이 20조 원 상당의 탄소배출권 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단 추정이 나온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