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영향과 피해가 취약계층과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기후불평등’ 문제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기후불평등이 한국의 불평등 문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경기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경기도 기후격차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23일 발간했습니다. 연구는 기후불평등 실태를 파악함으로써 기후격차 완화를 위한 경기도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수행됐습니다. 기후적응 정책 중심 접근에서 정의로운 전환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입니다.
기후격차란 기후대응과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응능력이나 취약성 등의 차이로 계층 또는 지역 간 불평등이 커지는 것을 말합니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기후환경연구실장은 “기후불평등 또는 기후격차 문제는 지역·계층·산업 등에 걸쳐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며 “정작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 실장은 이어 “기후격차 해소는 피해와 영향의 불평등뿐 아니라 기회 활용과 혜택의 불평등을 모두 포함하여 접근해야 한다”며 “맞춤형 정책 개발을 위해 정기적으로 현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기후영향·피해, 회복력서 격차 발생 📊
연구원은 경기도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3가지 측면에서 주요 기후불평등이 발견됐습니다.
첫째,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불평등하게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2022년 기준경기도 31개 시군 중 상위 10% 지역(3개)이 하위 61% 지역(15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에너지소비량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같은연도를 기준으로 경기 화성시가 36만 5,200만toe(석유환산톤)로 최종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평택시(30만 3,300만toe), 용인시(25만 2,800만toe), 안산시(19만 3,600만toe)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연구원은 “화성·평택·안산·이천시 같이 산업이 발달한 지역은 산업 부문의 최종에너지 소비량이 많았다”며 “수원·용인·성남·고양시 등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은 주로 가정이나 상업 부문의 에너지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소득이 높은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것이 확인됐습니다. 최하위와 최상위 소득 가구 간의 배출량 차이는 약 42.7%에 달했습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에너지비용 부담이 크고 서비스 만족도 역시 낮았습니다.
둘째, 기후리스크에 대한 노출과 피해 역시 지역별로 불균등하게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경기 북동부 도농복합지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았으나 자연재해 피해는 오히려 심각했습니다. 또 고소득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원은 “기후취약계층은 상대적으로 (경기) 북동부 지역에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며 “기후변화 잠재적 취약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득이 높을수록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인식은 높았으나, 실제 피해 경험은 소득이 낮을수록 많았습니다.
이는 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도 확인됩니다. 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기후질환으로 인한 건강 위험은 저소득층에서 서 더 높았습니다. 저소득층의 온열질환 발병률은 고소득층(건강보험료 상위 20%)보다 약 3배 더 높았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불평등이 확인된 겁니다.
셋째, 기후대응에 있어 회복력 역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소득 지역은 전반적으로 더 높은 회복력을 보였습니다. 소득이 높을수록 이상기후 예방이나 저감 활동에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해당 지역의 산업 역시 탄소중립 전환에 있어 잠재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이와 달리 저소득 지역은 회복에 있어 더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도, 탄소중립 전환 과정서 부정적 영향 상대적 작아 🏭
한편, 경기도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석유화학이나 철강 같은 탄소집약업종 배출량이 산업 부문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습니다.
탄소중립 전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전국 평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뜻입니다.
단, 탄소세 도입이나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탄소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고전환비용 종사자들이 더 크게 타격을 입습니다.
연구원은 “탄소중립 대응 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경기도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해 지역의 경제적 타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컴퓨터 ▲전자·광학기기 ▲운송서비스업에서 생산수요 감소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기본권 관점서 기후격차 해소 필요…거버넌스 구축 중요” 🗺️
기후대응 과정에서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되고 기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원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연구원은 경기도 기후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방향으로 크게 4가지를 제언했습니다.
첫 번째, 기후취약지역 내 정책 패키지를 집중 지원해 발전격차가 기후격차로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저스티스40 이니셔티브’를 모델 삼을 수 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소외되거나 과도한 부담을 지닌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과 재생에너지 생산 격차를 계속 점검해 목표 달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두 번째, 경기도민 기후복지의 실현입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기본권 보장과 함께 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이 전반적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 기후취약계층 보호대책을 기후복지 체계로 통합하는 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언급됐습니다.
나아가 기후재난 관련 정책보험 범위를 확대하고, 탄소집약산업 노동자를 위한 직업전환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됐습니다.
세 번째, 중소기업과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는 겁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 탄소중립 규제에 대한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이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탄소집약도가 높은 업종의 전환을 유도하고자 ‘경기도 정의로운 전환 특구’ 시범사업을 실시하자는 제언도 포함됐습니다.
네 번째, 기후격차를 전반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기반과 거버넌스 구축입니다. 기후격차 현황을 정기적으로 수집할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도정에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연구원은 “기후격차 해소 정책이 기존의 관련 정책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정책 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명확한 지침과 제도적 기반 그리고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수단과 실행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