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 위해선 공적재원서 전환금융 지원 체계 구축 필요”

“K-택소노미 개편해야”…2030년 국내 전환금융 수요 1000조 전망

정부의 공적재원 만으로는 전환금융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민간재원을 끌어들여 공적재원과 결합하는 ‘혼합금융’만이 탈탄소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내용의 글을 최근 산업연구원에 기고했습니다. 오 교수는 국내에서 기후변화와 환경경제학을 연구해 온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일 기고문을 확인한 결과, 오 교수는 탈탄소 사회 전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까지 저탄소 전환에만 141조 원이 필요합니다. 저탄소 설비투자와 제품 제작에도 279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전환금융 확대 위한 가이드라인 등 정책 수립 시급 🚨

전환금융은 크게 철강·석유화학 같은 탄소집약적 산업이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존 친환경 업체만 지원하는 녹색금융보다 더 포괄적으로 지원합니다.

오 교수는 “재생에너지처럼 이미 친환경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녹색금융과 구별된다”며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처럼 탄소다배출 부문이 저탄소화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나 경제성장 등 다양한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녹색채권·지속가능성 채권에서 탄소집약적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합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들 산업의 탈탄소화 기술이 특정되지 않아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휩싸일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전환 활동에 대한 명확한 분류체계가 없는 점도 문제입니다.

명확한 분류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탄소다배출 업종에 투자할 경우 금융기관의 다배출 업종 대상 포트폴리오 비중이 늘어나 오히려 평판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금융배출량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이은하 신한금융지주 ESG기획팀 부장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비슷한 지적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는 “전환금융 확대 등의 방법은 단기적으로 ‘익스포저(Exposure)’ 증가로 이어져 금융배출량 증가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빠른 정책 수립과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 교수는 또한 현재의 악순환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탄소집약적 산업이) 탈탄소화 계획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본시장에서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그 결과, 경제 전반의 탈탄소화 전환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EU·일본 등 주요국 전환금융 지원 나서…한국은? 🤔

해외 주요국은 일찍이 전환금융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특히, 소재 산업의 탈탄소화에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미래 상품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먼저 유럽연합(EU)은 금융기관이 전환금융 운용 시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강제는 아닌 권고이기는 하나 기본적인 틀은 마련한 겁니다. EU 집행위원회는 탄소다배출 산업의 전환이 빨라질수록 전환금융 규모가 축소되는 한편, 녹색금융의 영역이 오히려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녹색전환(GX) 전략에 맞춰 ‘탈탄소 전환을 위한 부문별 기술 로드맵’을 도출했습니다. 이 로드맵에는 전환금융이 유입될 부문과 기술을 명시해 민간이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 요인을 경감시켰습니다.

향후 10년간 민관합동으로 1,500억 엔(약 1조 3,837조 원)을 투자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구상입니다. 공적재원만 200억 엔(약 1,845억원)입니다.

정부가 전환금융 체계를 설계함으로써 금융기관이나 투자자의 투자를 유도한 겁니다.

반면, 한국은 전환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가 모두 미비합니다. 2030년까지 국내 전환금융 수요는 약 1,000조 원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에서도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옵니다. 지난 12일 열린 기후금융 태스크포스(TF) 제6차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형 전환금융’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구성원은 “제조업 및 화석에너지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구조의 특성상 엄격한 녹색금융 추진은 오히려 탄소 고착화 등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전환금융을 도입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한국형 전환금융’도입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EU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자는 겁니다.

 

“전환금융 활성화 위해선 K-택소노미 개편 필요” 📊

오 교수는 “다소 늦은 감은 있다”면서도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수단의 하나로 ‘전환금융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안정적인 공급망과 소재 산업이 한국 경제의 건실한 성장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어 “(탈탄소화·저탄소화를 두고) 소재 산업에 대한 대내외적 전환 압박이 상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 교수는 전환금융 체계와 관련해 생각해봐야 할 지점을 하나 언급했습니다.

바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내 개편입니다.

해당 분류체계에서 산업 부문의 전환 활동은 ‘중소기업 사업장 온실가스 감축’에 한정돼 있습니다. 자본·인력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탈탄소화 역량이 적은 만큼 금융 지원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오 교수는 “그러나 산업 부문 전환 활동을 중소기업으로 제한할 경우 난감축(탄소다배출) 부문의 탈탄소화는 물론 소재산업의 탈탄소화를 통해 경제 전반의 녹색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전환금융의 목표는 극히 일부만 충족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현재의 경제여건과 미래 전략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과 논의를 통해 적어도 30년을 책임질 전환 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전환금융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그린비즈, 산업

트럼프 손잡은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 “AI 인프라 5000억 달러 투자”

그린비즈, 정책

트럼프 취임 첫날 쏟아진 행정명령 “역대 대통령 중 최다”

그린비즈, 정책

트럼프 신규 풍력발전 전면적 일시 중단 선언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