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노력이 강화되는 것은 맞으나 실제 감축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은행의 추가적인 감축노력이 동반되지 않을 시 2030년 중간목표 역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기후금융 어디까지 와 있나, 그 선결과제’란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행사는 기후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가 더불어민주당(강훈식·오기형·정태호·김영환)과 조국혁신당(차규근) 의원실과 함께 주최해 열렸습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대건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연구팀 팀장은 국내 은행권의 금융배출량을 중점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금융배출량은 금융기관이 투자나 보험 등을 제공해 간접적으로 발생한 온실가스의 양을 말합니다. 금융기관들의 탄소감축 노력을 측정·평가하는 핵심지표로 여겨집니다.
금융배출량 중간 감축목표 달성 못할 시 평판리스크 직면 ⛅
올해 7월 한은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은행의 금융배출량은 1억 5,700만 톤으로 추정됩니다. 2021년 1억 6,800만 톤을 기록한 이래 2년 연속 감소한 겁니다.
이는 은행들 역시 탈탄소화 기조에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4월 기준 국내은행 20개 중 13곳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감축전략을 자율공시했습니다. 이중 11개사는 2030년 중간목표를 수립했습니다. 단, 금융배출량 측정 방법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어 공시 정보의 시점과 은행 간 비교는 어렵습니다,
한국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이 실현될 경우 국내 은행의 금융배출량은 같은기간 1억 2,190만~1억 2,230만 톤까지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30년 감축목표에 따라 국내 은행의 금융배출량 역시 일정 부분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이들 기관이 자체 설정한 중간목표에는 도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이 팀장은 밝혔습니다.
자체적으로 설정한 중간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이들 기관이 ‘평판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 팀장은 경고했습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 투자가 줄면서 국제 경쟁력 역시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팀장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있어서 금융기관의 금융배출량 관리 중요성이 커졌다”면서도 “자체 설정한 중간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은행권의) 추가 감축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韓 금융배출량 감소 어려운 이유 3가지는? 🤔
국내 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소가 어려운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①높은 제조업 비중 ②중소기업 중심 여신(與信) 구조 ③녹색금융 인프라(기반시설) 부족 순입니다.
먼저 한국의 경제구조는 탄소배출량이 높은 제조업의 비중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금융배출량을 감축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또 국내 은행의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가 큽니다. 이는 특정 기업이나 금융기관과 연관된 위험 노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팀장은 “중소기업은 탄소감축을 유인할 의무 대상 기관이 아니다”라며 “실제 저탄소 경제에 필요한 인적 자원이나 기술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녹색금융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색금융 분류 기준 ▲성과 지표 ▲배출량 정보 등이 중요하나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기후공시·금융배출량 표준화 중요…“명확한 인식 필요” 🔔
이에 대한 방안도 크게 3가지입니다.
①금융배출량 관리지표 다양화 ②기업 녹색투자 유인 제고 ③기후공시 및 녹색금융 표준화 순입니다.
이 팀장은 녹색 전환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비율을 높이는 방향을 언급했습니다. 또 중소기업이 녹색투자를 통해 줄인 감축분을 은행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공하는 기회도 고려할 수 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표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팀장은 “기후공시와 녹색금융을 얼마나 조기에 표준화를 만들어주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형별 금융배출량을 표준화시켜 제시하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공시를 통해 은행과 기업들이 모두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명확한 인식을 갖게 하는 부분이 중요한 것으 보인다고 그는 피력했습니다.
금융업계 “금융배출량, 방법론·세부 지침 마련해야” 📢
한편,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융배출량 목표 달성과 관련해 여러 애로사항을 쏟아 냈습니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경영전략그룹 ESG경영부 부장은 “국내 기업들은 금융배출량 산정이나 추정 영향 예측 공시가 혹여 허위 공시라며 법적 소송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방법론 근거나 가정 합리성만 갖추면 법적 소송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다만, 정보 구축과 공시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 부장은 우려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지침과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유 부장은 “금융배출량이 최근 이슈가 되는 이유는 시장과 정책의 니즈(수요)를 모두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비용을 최소화하는 건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은하 신한금융지주 ESG기획팀 부장 또한 정부가 금융배출량 산정 방법론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이 부장은 “전환금융 확대 등의 방법은 단기적으로 ‘익스포저’ 증가로 이어져 금융배출량 증가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탄소 전환에 꼭 필요한 기법이니, 금융당국의 빠른 정책 수립과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기후공시 내 금융배출량 포함 여부에 대한 의견도 나왔습니다. 올해 말 발표될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위원회(KSSB)의 공시기준에는 금융배출량이 의무공시 대상인지 아닌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장은 “일반 기업의 기후공시가 안정된 후 금융배출량 공시가 의무화되는 것이 단계적으로 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그는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들이 녹색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금융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이승우 한화생명 금융서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의 녹색채권 발행이 둔화하고 있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정부의 환경 대응 의지가 약화됐다”며 “아무리 좋은 투자 목적이 있더라도 투자자가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상품은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CFO는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실제로 녹색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피력했습니다.
2023년 한국의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7조 4,000억 원입니다. 2021년 12조 5,000억 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입다. 올해 2분기까지의 발행액도 6조 3,000억 원에 그쳤습니다.
[기후금융 세미나 모아보기]
① “기후금융 생태계 활성화서 한국은행 역할 중요”
② 韓 은행 13곳 금융배출량 중간 감축목표 설정
③ 금융위, 중소기업 대상 녹색채권 발행 기준 완화 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