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 메타(구 페이스북)가 역대 최대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미국 루이지애나주 북동부에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사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메타는 해당 데이터센터가 ‘역대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될 것이라고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말했습니다. 투자금만 100억 달러(약 14조 3,50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메타는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가 “인공지능(AI) 진전 가속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는 메타의 AI 작업 처리 지원에 맞춤 설계됐을 뿐더러,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기존 사업 내 AI 기술 적용을 도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11일 확인한 결과,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했단 메타 측의 말과 달리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메타, 역대 최대 데이터센터 설립 발표 🏭
메타는 현재 전 세계에서 26개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는 완공 시 메타가 소유한 27번째 데이터센터가 됩니다.
메타는 해당 시설이 역대 최대 규모란 점을 강조합니다. 부지만 400만 제곱피트(ft2), 약 11만 평을 넘습니다. 공개된 가상 이미지에 따르면, 약 9개의 건물이 세워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측은 올해 12월 부지 공사를 시작해 2030년경 최종 완공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 완공 시 규모는 2GW(기가와트)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메타가 개발한 AI 모델인 ‘라마(Llama)’ 훈련에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메타의 AI 모델은 ‘라마 3입니다. 2025년에는 차세대 모델인 라마 4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공화당)는 메타의 발표에 환영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이번 투자가 기술 부문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100% 재생에너지 공언한 메타, 알고 보니? ⚡
다만, 데이터센터의 전력원과 관련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메타는 2020년부터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최소 1.5GW의 재생에너지를 지역 전력망에 추가로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의 전기소비량을 100% 충당할 만큼 충분한 규모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지역 에너지 기업 엔터지와 협업으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부 지역 환경단체들은 해당 데이터센터가 화석연료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실제로 엔터지 측은 지난달 주정부에 신청한 3건의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이 메타의 AI 데이터센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신규 발전소의 규모 역시 1.5GW로 확인됩니다.
엔터지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천연가스 선택이 불가피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속가능성 염두” 강조했지만 실제론 천연가스 발전 ⛽
데이터센터 발전원에 대한 메타의 구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화석연료 발전이 불가피한 대신, 그만큼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발·투자하여 환경 영향을 상쇄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접근법이 자칫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메타는 해당 데이터센터가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함에도 성명에서 이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건설한다”며 “데이터센터의 전기소비량을 100% 충당할 만큼 충분한 양의 청정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청정에너지를 직접 구매·사용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인증서만 사용해 구매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메타뿐만 아니라, 여러 빅테크 기업이 이같은 ‘언번들 재생에너지 인증서(Unbundle REC)’ 의존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메타는 빅테크 기업 중에서도 언번들 REC 의존이 비교적 낮은 곳이었단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올해 8월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4대 빅테크 기업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중 메타는 이른바 ‘고품질 재생에너지’ 비중이 82%로 가장 높았습니다.
아마존·MS의 경우 언번들 REC 등 저품질 재생에너지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과 비교됩니다.
재생에너지 추가 투자 발표, 사실상 ‘언번들 REC’ 🌤️
이 가운데 지난 9일 주목할 만한 발표가 하나 더 나왔습니다.
메타가 미국 재생에너지업체 인베너지와 760㎿(메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 계약을 체결했단 소식입니다. 메타는 이번 계약을 포함하면 총 1GW의 재생에너지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오하이오(150㎿) ▲텍사스(150㎿) ▲뉴멕시코(110㎿) ▲아칸소(350㎿) 등으로 구성됩니다. 각 프로젝트는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입니다.
메타는 해당 계약이 ‘환경 인증서 구매 계약(EAPA)’ 형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베너지가 미국 4개 지역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운영하고 전력은 지역 전력망에 공급합니다. 메타는 이 과정에서 나오는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받습니다. 언번들 REC 구매 계약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타가 이번 계약에 대해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회사(메타)의 헌신을 보여준다”고 자평한 것도 우려를 더하는 대목입니다.
물론 메타가 언번들 REC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에도 다수의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한편, 메타는 원자력발전소에 데이터센터를 공동배치하는 계획을 세운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부지 내 희귀종 꿀벌이 발견되며 중단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모습은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급증에 탈탄소에너지 수급난을 겪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