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 10곳 중 7곳은 2025년 투자 계획을 줄이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 계획이 있는 기업들 역시 그 규모를 줄이겠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지난 3일 내놓았습니다. 조사는 11월 13일부터 25일까지 이루어졌습니다.
500대 기업 중 응답기업은 122곳입니다.
응답기업의 56.6%는 내년도 투자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11.4%는 투자 계획이 아예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32%에 그쳤습니다.
‘계획 미정’이라고 답한 기업은 2023년 조사 때보다 6.1%p(퍼센트포인트) 늘어난 겁니다.
투자 축소, 2024년 10.2% → 2025년 28.2% 📊
대기업들마저 내년도 투자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응답기업의 37.7%는 ‘조직개편·인사이동’을 가장 먼저 꼽았습니다. 이어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와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이 꼽혔습니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2025년 투자 규모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곳은 59%에 이르렀습니다.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란 응답은 28.2%였습니다. 이는 같은기간 투자 규모가 ‘증가’할 것이란 응답(12.8%)을 상회한 겁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자 확대(28.8%)’가 ‘축소(10.2%)’보다 많았습니다. 불과 1년 사이에 역전된 겁니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2025년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33.3%) ▲국내 투자환경 약화(2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 등을 지목했습니다.
대기업들은 내년도 기업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 리스크로 ‘글로벌 경기 둔화’를 42.9%로 가장 많이 택했습니다. ‘고환율·물가상승 압력(23%)’과 ‘보호무역주의 확산·공급망 교란(13.7%)’가 뒤를 이었습니다.
한경협은 “내년도 글로벌 경기가 올해보다 소폭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교역 위축과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에 따른 공급불안 등 경제 하방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경협, 기업 투자 확대 동력 사라져…투자 유인 필요 💸
국내 투자를 저해하는 애로사항으로는 ‘설비와 연구개발(R&D)에 대한 세금·보조금 지원 부족’이 37.4%로 가장 많이 꼽혔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규제’ 역시 21.3%로 뒤를 이었습니다. 입지규제나 인허가 지연 등 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도 15%로 또한 주요 애로사항으로 거론됐습니다.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의 경우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 확대(21%) ▲법인세 감세·투자 공세 등 세제지원 강화(16.9%) ▲지배구조·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순을 꼽았습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투자가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됐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이 투자 확대의 동력을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하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8.15%p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