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의 마지막날인 1일 새로운 비공식 문서(5차 문서)가 공개됐습니다.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이날 오후 22장으로 구성된 5차 문서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11월 29일 오후 4차 초안이 공개된 후 이틀 만입니다.
의장의 초안은 협상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당사국들의 의견을 절충한 겁니다. 그런데 5차 초안에서는 오히려 선택지가 더 늘어났습니다. 플라스틱 원료인 1차 폴리머 생산감축 등을 다룬 제6조를 비롯해 주요 쟁점사항이 여러 선택지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문건을 두고 오늘 저녁 7시 30분부터 5차 회의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립니다. 합의를 이루지 못할 시 회의가 오는 3일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이미 5차 회의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의 대관 일정도 3일까지 연장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그리니엄에 “물리적으로는 오늘이나 내일(2일) 중에 끝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어떤 방식으로 끝날지는 모르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41쪽 → 22여쪽…5차 문서서 선택지 오히려 ↑ 🤔
이날 나온 5차 문서는 이틀 전 나온 문서 대비 분량이 41쪽에서 22여쪽으로 절반가량 줄었습니다.
당사국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괄호([])’ 역시 300여개 이내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대한 조항은 오히려 복잡해졌습니다.
당장 핵심쟁점인 6조의 제목을 ‘공급(Supply)’ 또는 ‘지속가능한 생산(Sustainable Production)’으로 할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6조가 빠질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산유국들은 해당 내용이 완전히 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선택지 자체는 크게 2가지로 동일합니다.
선택지1은 텍스트 없음(no text), 즉 플라스틱 생산 관리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는 겁니다.
반면, 선택지2는 여러 괄호로 나열됐습니다. 플라스틱을 두고 감축(reduce)할지, 유지(maintain)할지, 관리(manage)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채 괄호친 형태로 나열됐습니다.
이전 4차 문서에서는 폴리머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전지구적 목표를 채택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그 대상을 플라스틱의 ▲생산 ▲생산과 소비 ▲생산·소비·사용 중 어느 문구를 선택할지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4차 문서에 대해 각국이 제시한 의견이 선택지 내 세부내용 형태로 반영된 겁니다. 달리 말하면 막판 협상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플라스틱 협약 목적 규정 수위 대폭 약화 📉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목적을 다룬 제1조에도 괄호가 확인됐습니다. 이전 문서와 달리 1차 폴리머에 대한 언급이 아예 사라졌습니다. 그 대신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주기를 다루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라는 내용이 괄호로 표기됐습니다.
또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인간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으로 협약의 목적 수위를 대폭 낮췄습니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 당시 나온 결의안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 목적이었습니다.
이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플라스틱의 오염 정의를 5차 문서 속 괄호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전주기나 폐기물을 볼 것인지를 두고 혼란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밖에 ▲우려 화학물질(3조) ▲재원(10조) ▲건강(19조) 등 주요 쟁점에도 괄호가 다수 포함됐습니다. 환경부와 외교부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절충안이 아닌 제시된 의견을 단순 취합한 성격이 크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협약 초안은 여전히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다양한 선택지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 개최국연합 통해 생산감축 지지 ♻️
이를 두고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마지막날까지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포함한 강력하고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이 성안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이미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파나마와 유럽연합(EU) 등 89개국은 ‘첫 당사국총회(COP)에서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하는 방안’를 지지한다는 제안서를 내놓았습니다.
이른바 ‘플라스틱 총회’에서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정하자는 말입니다. 현재 100여개국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성명은 이른바 ‘파나마 성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파나마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는 캐나다 정부 주도의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플라스틱 회의를 개최한 우루과이·프랑스·케냐·캐나다 등 개최국연합(HCA+) 장관 명의입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유엔 공식 문서로 올라갈 수 있는 파나마 성명의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한편, 사우디·이란 등 산유국들 역시 완강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협약에서 플라스틱 공급이나 생산과 관련한 내용이 모두 삭제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 국가의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