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가 이상기후에도 강한 생존력을 가진 커피 종자를 개발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으로 인해 커피 원두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번 종자 개발이 커피 산업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스타벅스 사회적 영향 및 지속가능성 담당 수석 부사장인 미셸 번즈는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스타벅스가 기후저항성을 갖춘 아라비카 품종 커피 종자 6종을 새로 개발했단 사실을 전했습니다.
같은날 스타벅스 측도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과거 스타벅스는 다른 연구단체에서 개발한 기후저항성 종자를 농가에 보급한 적은 있으나 신품종 개발을 직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후저항성 커피 종자 직접 개발한 스타벅스, 그 이유는? 🤔
86개국 스타벅스 전체 매장 중 3만 6,000개 이상이 아라비카 품종을 사용합니다.
사실 스타벅스가 이번에 개발한 아라비카 품종은 세계 전체 커피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아라비카 품종의 적정 재배 온도 범위는 18~21℃입니다. 여기서 온도가 1℃만 올라도 커피 생산량이 급감합니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이 악화함에 따라 커피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이같은 기온상승이 향후 세계 커피 생산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단 연구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CSIRO 연구팀이 1980~2020년 사이 커피 생산 상위 12개국의 기후요인 영향을 분석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기후리스크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근 11년간(2010~2020년) 커피 재배 지역에서 기후리스크가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1월 스위스 취리히대학 연구팀 또한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취리히대 연구팀은 최악의 경우 커피 농가가 원두가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영국 큐왕립식물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아라비카 품종이 2080년에 멸종될 수 있단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같이 기후변화로 커피 산업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단 전망이 계속 나오자 스타벅스가 기후저항성 종자를 직접 개발하게 된 것.
스타벅스 측은 자사가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전체 원두의 약 3%를 구매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스타벅스 알사시아 개발센터서 600가지 커피 품종 조합해 연구 🧪
스타벅스는 몇 년전부터 기후저항성 커피 종자 연구에 나섰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기후저항성 원두는 남미 코스타리카에 위치한 커피농장 ‘하시엔다 알사시아( Hacienda Alsacia)’에서 개발됐습니다.
2018년 문을 연 알사시아 농장은 스타벅스 전역에 제공되는 원두 농장입니다. 동시에 커피 재배 연구가 진행되는 개발센터이기도 합니다.
알사시아 개발센터는 그간 기후변화가 커피 종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을뿐더러, 동시에 원두가 이상고온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연구해 왔습니다.
개발센터 연구 책임자이자 농업경제학자인 카를로스 마리오 로드리게스 박사가 관련 연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2016년 미 경제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Fastcompany)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인물’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로드리게스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600가지가 넘는 커피 품종을 조합해 가뭄과 병충해에 강한 원두를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품종별 유전 형질 분석 후 기후·질병 저항성 갖춘 커피나무 개발” 🌴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열매를 맺고, 커피나무 잎에 생기는 ‘커피녹병(Coffee Leaf Rust)’에 저항성을 갖춘 품종 개발에 초점을 뒀습니다.
커피녹병이 발생하면 대개 잎이 말라 죽고 원두 수확량이 크게 줄어 농가가 치명적인 손해를 입습니다. 커피녹병은 기온이 높을수록 잘 생기며, 전염성도 강합니다.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한 아라비카 품종이 이 병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보존협회는 “커피녹병과 기후변화 사이의 명확한 연관성이 확인됐다”며 “(남미를 중심으로) 주요국에서 커피 원두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이 병이 급속하게 확산된 이유는 기후변화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커피 품종의 유전 형질을 분석했고, 이후 각각의 품종과 교잡종 씨앗을 심어 커피나무의 질병 저항성과 영양분 흡수력을 모니터링했습니다.
이후 맛과 향 그리고 스타벅스 요구사항에 맞춘 6가지 원두가 최종 개발돼 나온 것.
스타벅스 기후저항성 종자 6개 모두 수확량·고온 및 질병저항성 ↑ ☕
실험 결과, 스타벅스가 개발한 6개 종자는 기존보다 짧은 기간 재배해도 더 많은 수확량을 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이들 신품종 모두 커피녹병에 저항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번즈 부사장은 “(스타벅스가 개발한) 일부 종자는 3~4년이 아닌 2년을 주기로 수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6개 종자 중 가장 기후저항성이 높은 종자를 알기 위해선 최소 10~15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로드리게스 연구팀은 덧붙였습니다.
기후저항성 종자 개발을 위해 예산이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이 소요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스타벅스, 오픈소스 이니셔티브 통해 기후저항성 종자 정보 공개 📖
주요 농가와 공급업체 모두 스타벅스 신품종 개발을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커피녹병으로 시름하던 남미 커피 농가가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입니다.
알사시아 개발센터가 개발한 기후저항성 종자와 관련된 정보는 ‘오픈소스 농업경제학 이니셔티브(Open-source Agronomy Initiative)’를 통해 농가에 공유되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가 주도한 이 이니셔티브는 알사시아 개발센터를 비롯해 세계 8개국에 흩어진 농업 연구원과 농가가 모여 지속가능한 원두를 재배하는 방법과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스타벅스에 원두를 납품하지 않는 농가 또한 이번 기후저항성 종자를 구매할 수 있을뿐더러, 종자의 생육주기 등을 비롯한 정보를 모두 공유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번즈 부사장은 앞으로도 기후적응과 탄력성을 갖춘 새로운 품종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라비카 맛과 향을 지닌 기후탄력성 갖춘 커피 품종 개발 시급” 👀
한편, 과학자들은 기후저항성을 갖춘 품종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미국 코넬대 다이슨 응용경제대학원의 식품마케팅 교수인 미구엘 고메즈 박사는 CNN에 “기후저항성 품종 개발의 ‘시급성’이 높다”고 피력했습니다. 고메즈 박사는 커피녹병과 기후저항성을 갖춘 이번 종자가 농가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아라비카 품종이 아닌 다른 품종으로 산업계가 눈을 돌려야 한단 지적도 나옵니다.
로부스타나 리베리카 등 커피 품종은 다양할 뿐더러, 이들 품종은 커피녹병이나 이상고온에도 비교적 잘 견딜 수 있습니다.
고메즈 교수는 소비자들이 아라비카의 맛과 향을 더 좋아해 업계가 아라비카를 더 고수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아라비카의 맛과 향을 가지고 있으나 탄력성을 갖춘 커피 품종이 개발돼야 함을 피력했습니다.
국제공정무역기구의 커피 담당매니저인 모니카 피어는 “특정 조건에서 번성하도록 최적화된 품종은 다른 조건에서 불안정할 수 있다”며 관련 연구가 계속 진행돼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비영리단체 월드커피리서치(World Coffee Research)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기후저항성 커피 품종 연구개발을 위해선 최소 4억 5,200만 달러(약 6,100억원)가 필요한 것으로 집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