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가 올해 8월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지지 입장을 밝힌 지 불과 3달여만입니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논의하기 위한 마지막 회의는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립니다. 협약 내 핵심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감축’입니다.
특히, 1차 플라스틱 생산감축은 이번 협약 최대의 쟁점으로 꼽힙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산부터 줄여야 한단 입장과 재활용·폐기물 관리로 가능하단 입장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등은 생산감축을 지지하는 반면, 중국·러시아 등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기후전문매체 그리스트는 최근 백악관 관계자들이 환경단체와의 비공개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12일 열린 비공개 회의에는 브레이크프리프롬플라스틱(BFFP) 등 미국 주요 환경단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장 부산에서 열릴 마지막 플라스틱 국제 회의가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정부, 생산감축 ‘상한’ 지지 철회 ↩️
환경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1차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규제 입장을 철회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사라 마르틱 콜필드정의센터(CCJ) 이사는 “미국은 8월 세계 (플라스틱) 생산 상한과 목표 기한(설정)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에서 후퇴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 대표단이 생산 상한 관련 의무 설정이나 1차 플라스틱 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일정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마르틱 이사는 설명했습니다.
그 대신 각국이 자발적인 플라스틱 생산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접근방식을 지지할 것이라고 미국 대표단이 말했다는 것이 마르틱 이사의 말입니다.
미국 정부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논란이 시작되자 백악관의 환경품질위원회(CQC)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미국이 생산 상한을 지지한 적은 없다고 지난 15일 말했습니다.
품질위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북극성(Polar Star)’, 즉 야심찬 목표를 지지한다고 밝혔단 것은 재확인했습니다. 동시에 이것이 생산 제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단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플라스틱 생산·소비 감축을 달성에는 (상한선 규제 외에도) 다양한 경로가 있다”는 것이 대변인의 말입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생산감축을 지지했단 언론 보도에 지난 3개월간 반박하지 않았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입장을 바꾼 적 없다’는 미국 정부의 해명을 반박한 것입니다.
8월 발표 직후 미국화학협회(ACC)가 미국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단 점도 당시 미국 정부가 강력한 생산감축을 지지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석화협회 “바이든 만들고 트럼프 이행, 바뀐 것 없어” 📢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의 배경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꼽힙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석유화학 업계에 친화적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크리스 잔 AC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5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표단은) 분명히 선거를 알고 있으며 부산에서 합의를 이루기 위해 생산적으로 일할 의향을 보여왔다”고 말했습니다.
대선 결과가 미국 대표단의 입장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암시한 대목입니다
그는 국제협약에 업계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합의가 우리의 관점에서 적절한 영역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반대 의사를 표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 대통령이 누구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미국 정부 입장 다시 ‘안갯속’…부산 회의 향방은? 🤔
미국 정부가 생산감축을 위해 강도 높은 규제를 설정하자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입니다.
부산에서 열릴 마지막 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규제를 지지할지는 불명확합니다. 생산감축을 지지하는 방안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플라스틱 생산에 세금을 매기는 ‘플라스틱세’가 거론됩니다. 일회용·문제성 플라스틱 등 일부 플라스틱에 대한 생산 금지도 생산감축을위한 수단에 포함됩니다. 이는 플라스틱 생산 제한보다는 덜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받습니다.
비욘 빌러 국제유해물질반대네트워크(IPEN) 이사는 미국의 태도가 매우 모호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의미 있는 협약을 만드는 작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런 태도가 다른 국가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됩니다. 많은 국가가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소비국인 미국의 입장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달 초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생산감축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이같은 입장과 별개로 생산감축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중국 등의 반대가 거세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