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재활용보다는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장관 취임 100일을 맞아 열렸습니다.
이번 발언은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릴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를 앞두고 나왔습니다. 이 회의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간 정부는 생산감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세계 4위의 플라스틱 생산국으로서 산업계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다는 입장이 계속 반복됐습니다.
김 장관은 5차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면서도 “결론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생산 감축에 동의…“단, 협약 포함 여부 불투명” 🔍
플라스틱 생산감축은 협약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꼽힙니다.
노르웨이 등 유럽과 남미 국가들은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생산부터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에는 지난 8월 미국 정부 역시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지지 입장을 표명하며 힘을 실었습니다.
반면, 중국·사우디아라비아 등 플라스틱 생산국과 산유국들은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피력해 왔습니다. 대체재가 불명확하고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 장관은 협약에서 구체적인 생산감축 목표를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해 9월 제25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중국 측이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제시하자는 제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당시 중국 정부는 플라스틱 자체가 아닌 플라스틱 관리가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장관은 “(플라스틱이) 관리가 잘 안 될 것이 뻔하다”며 “감축하지 않고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목표를 단계적으로 설정하게 될 것 같다고 그는 전망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에 대해 환경단체는 환영을 나타냈습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가 생산감축에 대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에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가 5차 회의 개최국으로서 이와 같은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입장서 ‘감량’ 의지 강조 🥤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자율시행을 추진한단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철회하겠단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대신 지방자치단체 자율시행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김 장관은 “현행 시스템의 일괄 전국 확대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며 제도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목적은 ‘일회용컵 사용 줄이기’이지 ‘보증금제 전국 확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제도든 일회용컵이나 일회용품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입장이) 명확하다”고 단언했습니다. 정책 시행에 있어 보증금제라는 형태보다 일회용컵 감량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환경부는 일회용컵 감량을 위해 유상 판매 제도 시행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해서 환경부가 일회용컵 유상 판매 제도를 추진할 것이라는 내부 문건이 지난 9월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재사용vs감량 프레임 벗어나야” 📣
한편, 환경부가 플라스틱 문제에 대응하는데 있어 국내 정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도 나왔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은 그리니엄과의 인터뷰에서 환경부의 생산감축 지지는 환영하지만, 플라스틱 국내 정책에 있어서는 아쉽다고 논평했습니다.
홍 소장은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비판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기여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기여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홍 소장은 정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역할을 재활용 확대로만 축소해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또한 설계와 운용에 따라 플라스틱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환경부가 종합적인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