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이하 현지시각)부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G20 정상 대부분이 참석합니다. 유럽연합(EU)에 이어 2번째로 G20 회원국에 이름을 올린 아프리카연합(AU) 역시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합니다.
올해 G20 정상회의의 공식 주제는 ‘정의로운 세계와 지속가능한 지구 구축’입니다. 핵심 화두는 기후위기입니다.
G20 정상회의 준비 작업을 총괄하는 마우리시우 리리우 브라질 외교부 차관은 “전례없는 기후위기 속에서 에너지전환 문제 역시 이번 G20 회의 핵심 주제 중 하나”라고 지난 9일 밝혔습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주요 쟁점이 G20 정상회의에서 풀릴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G20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신규 기후재원에 대한 합의가 일부 도출됐다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변수도 있습니다. 일부 회원국이 기후위기 등 핵심의제에 반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입니다.
아르헨 대통령, 파리협정 목표 달성 단결 문구에 반대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파리협정 목표 재확인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공동선언문에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G20 회원국이 단결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문구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해당 문구에 밀레이 대통령이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겁니다.
그는 ‘글로벌 초부유층세’ 부과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극우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취임했습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기후변화 부정론자입니다.
취임 첫날부터 환경부 등을 없앤 후 해당 기능을 대통령 비서실로 옮겨 대폭 축소했을뿐더러, 경제발전을 이유로 삼림과 빙하보호 같은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시켜 현지 환경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주요 기후과학 연구개발(R&D)을 위한 예산 역시 삭감해 학계에서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현재 밀레이 행정부의 명령으로 아르헨티나 정부 대표단이 COP29에서 철수했습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당선인 덕에 밀레이 대통령 역시 본인의 반(反) 기후변화 성향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최근 아르헨티나의 행보에 대해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 모든 국가가 의제에 합의할 수 있기를 요청한다”며 “G20 회원국들이 분열될 경우 국제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 가운데 G20 정상회의 전날(1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을 만나 기후대응 등 주요 의제에 동참해 줄 것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파리협정 탈퇴 우려 ↑…“트럼프 위한 ‘쇼’일수도” 🤔
아르헨티나가 미국보다 먼저 파리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밀레이 대통령은 앞서 후보 시절 파리협정 탈퇴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헤라르도 베르타인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은 일단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언했습니다. 그는 COP29에서 대표단을 철수한 것은 국제 기후외교에서 아르헨티나의 역할을 재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모든 전략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베르타인 장관은 덧붙였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아르헨티나의 파리협정 탈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파리협정 탈퇴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파리협정 등 국제협약은 헌법적 지위를 지닙니다.
야당인 시민연합의 막시밀리아노 페라로 대표는 성명을 통해 “밀레이 행정부가 파리협정을 탈퇴하기로 결정하면 아르헨티나는 헌법적 기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지 주요 기후환경단체들 역시 파리협정 탈퇴 시 기후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페라로 대표는 아르헨티나의 파리협정 탈퇴 거론이 일종의 ‘정치적 쇼’ 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밀레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의 호감을 얻기 위한 ‘쇼’일 수 있다고 그는 평가했습니다.
밀레이 대통령은 평소 트럼프 당선인을 선망하는 언행을 보여왔습니다. 또 지난 1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밀레이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가진 바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행사장에서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등 밀레이 대통령은 훌륭한 일을 했다”라며 “그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지지자라는 의미)”라고 추켜세웠습니다.
러시아·사우디·중국, 파리협정 탈퇴 있어선 안 돼 🤝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해 COP29에 참석한 보리스 티토프 특별대표는 FT에 미국이나 아르헨티나가 파리협정을 탈퇴하는 것이 결코 옳은 결정이 아니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티토프 특별대표는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며 “(아르헨티나 대표단의 철수 결정이) 옳은 결정이 아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협정에 잔류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역설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측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칼리드 알메 하이드 에너지부 장관도 역시 비슷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파리협정이 석유 생산국, 특히 개발도상국인 석유 생산국에게 큰 도전이었다”면서도 “이제는 (파리협정에서)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류전민 중국 기후특사 역시 COP29에서 트럼프 당선에 따른 국제정세 흐름 변화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차기 미국 행정부의 파리협정 재탈퇴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