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공시, 즉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3일 발의됐습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아산시을) 등 10인이 발의했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투자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를 주기적으로 작성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도록 의무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보 역시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 법안 발의의 취지입니다.
강 의원 등 10인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법안 제안 이유를 이같이 밝혔습니다.
“유럽연합(EU)·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발표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EU는 2025년, 미국은 2026년, 일본은 2027년, 영국은 2026년, 호주는 2026년부터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의무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 시점 여전히 ‘불분명’한 한국, 왜? 🤔
한국은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 시점이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당초 금융위는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등을 담은 기후공시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2025년부터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작년 10월 돌연 연기됐습니다. 이후 금융위는 기후공시 도입 시점을 추후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도입 시점은 ‘2026년 이후’가 거론됐습니다. 이 가운데 경제계는 기업부담을 이유로 기후공시 도입 시기를 2028년 이후로 미룰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정공시 대신 자율공시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를 두고 올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지적이 나왔습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양 동안갑)은 금융위에 서면질의를 통해 “금융위는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2026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강 의원 역시 당시 국감에서 “산업과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업들의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ESG 공시제도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금융위가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후공시 등) ESG 공시 시행시기를 못 박기는 어렵다”며 “국제적인 동향을 조금 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스코프3 포함…“시행 첫해 부실공시 법적 책임 면제” 📊
발의안에는 기업이 기후목표 수립 시 파리협정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부합해 수립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신뢰성을 담보하고자 인증제도와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발의안의 핵심은 스코프3 공시 보고 요구사항이 담긴 겁니다. 물론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행 첫해에는 부실공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이 마련됐습니다.
단, 고의 또는 중과실은 제외됩니다.
법안은 현재 국회에 접수된 상태입니다.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정무위 소관)에 넘겨 전체회의를 거칩니다. 정무위를 통과한 후에는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칩니다. 이후 국회 본회의 심의를 거쳐 마지막으로 정부에 이송됩니다.
법안이 빠르게 절차를 거쳐 내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시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후 시행됩니다. 물론 정확한 시행 시점은 부칙으로 정해야 합니다.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여지도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 일부 의원들 역시 지속가능성 공시에 관심이 있습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올해 9월 한 토론회에 참석해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지 않아 생기는 리스크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기업에서 커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빠르게 법안을 발의해 추진할 것이란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단,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서울 동봉갑) 역시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경총 “긴 호흡 갖고 세계 동향 예의주시 필요” 💰
일단 경제계는 여전히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같은날(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에 대한 우려를 한국회계기준원에 전달했습니다. 경총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4년 제2차 ESG 경영위원회’를 개최했습니다.
행사에는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장이 참석했습니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올해 4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새로운 규제일수록 변동성도 많은 만큼 좀 더 긴 호흡으로 전 세계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제조업 비중이 높고 기업규모에 따라 역량의 차이가 뚜렷한 국내 산업구조 현실을 고려해 과도한 비용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완성도 높은 공시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에 관한 정책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수록 기업들의 부담과 피로도 가중될 수 있다”며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