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가 이달 25일 부산에서 열립니다.
국제사회는 5차 회의에서 최종적인 협약 내용을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협상이 타결될 시 2025년 중순 전권외교회의에서 최종 확정됩니다.
물론 주요 쟁점에서의 이견으로 인해 5차 회의에서 최종 합의가 무산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이에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위원회 의장은 최근까지의 논의 내용을 정리한 비공식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각) 공개된 ‘제3차 비공식 외교 문서(Non-Paper 3)’입니다.
11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79쪽 42개 조항의 협약 문서는 18쪽 31개 조항으로 대폭 간소화됐습니다.
그렇다면 발디비에소 의장은 현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요?
문서 곳곳에서는 부산에서 최종 타결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현실적인 고민들이 드러났습니다.
“부산에서 끝낸다”…단, 세부사항 ‘나중에’ ⚖️
문서에서 발디비에소 의장은 각국 대표단들의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회원국들의 의지를 고려하면 부산(5차 회의)에서 포괄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협약 성안과 별개로 쟁점에 대한 합의가 5차 회의에서 이뤄질지는 의문입니다.
발디비에소 의장 또한 ▲생산감축 ▲재정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문구 초안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각 쟁점에 대한 국가들 간의 입장이 여전히 격차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의장이 골격협약 형태의 이행 방식을 제안한 점에서도 확인됩니다.
사무국과 당사국총회(COP)를 두고 규칙 제정과 이행을 점검을 해나가자는 내용입니다. 기후총회처럼 ‘플라스틱 총회’를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방향 자체는 큰 틀에서 합의에 이루되, 세부사항은 의정서·협정 형태로 보완하는 방식을 골격협약이라고 말합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교토의정서·파리협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현재의 골격협약 형태가 유력한 또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의무가 포함된 일반협약 형태를 제정하려면 추가 협상이 불가피합니다.
국제사회는 2022년 결의안을 통해 올해(2024년)까지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한을 넘어 추가 협상을 마련할 경우 추진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앞서 최재연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국제환경협력센터 선임연구원 또한 핵심 의무 중 일부만 합의하고 나머지는 당사국총회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는 현재 한국 정부 대표단의 일원입니다.
시급성 고려…‘플라스틱 총회’ 전까지 사전 협의 강조 🤝
골격협약 방식에 대한 발디비에소 의장의 우려도 간접적으로 확인됐습니다.
골격협약은 전 지구적 단위의 환경문제에서 많은 국가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행을 논의하기 위해 추가적인 합의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앞서 사례로 들었던 유엔기후변화협약은 1992년 채택됐습니다. 이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의미 있는 행동을 약속한 파리협정이 체결되기까지 20여년이 걸렸습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이 제1차 플라스틱 총회(COP1) 이전에 임시 지침을 마련하는 내용을 언급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빠른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발디비에소 의장 “협약 성안, 회원국 역량에 달려” 💪
한편, 발디비에소 의장은 자신의 의견이 ‘의견’일 뿐이라고 피력했습니다. “협상을 주도하는 중심 역할은 회원국에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의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중국·러시아·산유국 등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비협조적인 국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일종의 회유책으로도 풀이됩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이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합의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대화와 타협을 촉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일종의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같은 타협의 필요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대통령 선거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됨에 따라 급격한 국제정세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석유화학 산업계와 러시아 정부 등 강력한 협약 반대 측에 친화적 관계를 피력해 왔습니다.
단,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이후 플라스틱 국제협약 비준을 거부하거나 혹은 탈퇴한다면 유사한 입장의 국가들이 연이어 탈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