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후대응 늦어질 경우 GDP 급감…무대응 시 2100년까지 21% 감소

“온실가스 감축정책 조기 강화만 장기적으로 유리한 전략”

적극적인 기후대응이 없을 경우 210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1%나 감소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특히, 정유·화학·철강·자동차·발전 등 탄소집약적 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일 이같은 내용의 ‘기후변화 리스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기후대응 시나리오별 분석’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한은 지속가능성장실이 금융감독원·기상청과 공동으로 작성했습니다.

한은은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 등 자연재해의 빈도와 규모가 확대될 경우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탄소가격 상승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산업의 생산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보고서의 메시지는 명료합니다.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조기에 강화하는 것이 한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유리한 전략이란 겁니다.

시행 초기에는 정책과 비용면에서 부담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발전과 재난 피해 축소 등을 유도하며 한국 경제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기후변화 영향 한국 실물경제 타격 불가피 🔥

보고서는 크게 4가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기후변화의 위험이 한국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했습니다.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①1.5℃ 이내로 유지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로 ②상승폭을 2℃ 이내로 억제하는 경로와 ③대응 자체가 지연되는 경로 그리고 ④한국 등 전 세계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무대응 시나리오 순입니다.

한은은 한국의 성장 추세를 바탕으로 한 ‘기준 시나리오’와 각 시나리오를 비교했습니다.

 

1️⃣ 1.5℃ 대응 시나리오|GDP, 2050년 -13.1% → 2100년 -10.2%

기후대응 정책이 가장 강한 1.5℃ 시나리오에서는 국내 성장률이 연평균 0.14%p(퍼센트포인트)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GDP는 기준 시나리오 대비 2030년에는 1.8% 감소합니다. 이후 2050년 13.1%, 2100년까지 10.2%로 늘어납니다.

 

2️⃣ 2℃ 대응 시나리오|GDP, 2050년 -6.3% → 2100년 -17.3%

2℃ 대응 시나리오의 경우 연평균 성장률 하락세가 소폭 커집니다. 한국 성장률은 해마다 0.21%p씩 낮아져 GDP가 기준 시나리오보다 2030년은 2%가 줄어듭니다.

2050년에는 6.3%, 2100년에는 17.3%나 감소합니다.

 

3️⃣ 대응 지연 시나리오|GDP, 2050년 -17.3% → 2100년 -19.3%

대응 지연 경로는 2030년까지 기후대응을 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늘다가 이후 2℃ 이내로 억제하고자 급격히 감축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 연평균 성장률 하락세가 0.28%p에 이릅니다.

이후 GDP가 2050년 17.3%까지 감소하고, 2100년까지 19.3% 줄어듭니다.

 

4️⃣ 무대응 시나리오|GDP, 2050년 -1.8% → 2100년 -21%

무대응 시나리오의 경우 국내 성장률이 연평균 0.3%p씩 감소했습니다. GDP가 기준 시나리오 대비 2030년까지는 오히려 0.4% 증가합니다. 2050년까지도 1.8% 감소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2100년에는 21%나 감소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성장하지만 뒤로 갈수록 GDP 성장률이 크게 줄어든다는 겁니다. 기후대응이 없을 경우 기후변화가 악화일로를 걸어 강수량과 폭염일수가 많이 늘어 산업 전반이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한국은행은 재생에너지나 수소 같은 청정전력을 활용한 생산 기술개발이 더 빨라져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NREL

충격 완화 위해선 저탄소 기술개발·투자 서둘러야 📈

기후변화는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책이 없는 경우 2100년 생산자 물가는 기준 시나리오 대비 1.8%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5℃ 대응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 생산자 물가가 기준 시나리오 대비 1.9% 상승하여 무대응 시나리오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이는 탄소가격 정책 도입으로 기업의 생산 비용이 늘어나 2050년까지 물가 상승 압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2050년 이후에 단계적으로 완화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입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국내 만성리스크에 따른 영향이 현재 분석 결과에 포함돼 있지 않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무대응 시나리오의 경우 만성리스크 적용 시 생산자 물가 상승폭이 현재 추정치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은은 이야기했습니다.

산업별 분석도 진행됐습니다.

농업·식료품 제조업 등은 온도 상승과 강수 피해가 증가하는 2100년에 가까워질수록 부가가치 감소폭이 커졌습니다. 이와 달리 정유·화학·시멘트 등 고탄소 업종은 탄소가격이 상승하는 올해부터 2050년까지 부가가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생에너지나 수소 같은 청정전력을 활용한 생산 기술개발에 나서지 않을 경우 생산과 이익 모두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경고했습니다. 이로 인한 충격은 여타 제조업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이에 보고서는 “저탄소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며 “선제적인 기술개발 투자 확대로 탄소집약적 생산기술이 친환경 기술로 대체돼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경우 기업의 전환리스크 충격이 일정 부분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발전 부문이 좋은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발전 업종 역시 과거 전환리스크로 인해 피해가 큰 업종으로 인식됐습니다. 보고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이 이미 상용화됐다”며 “다른 고탄소 산업보다 이른 시기인 2040년 전후에 전환리스크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변화 따른 타격? 관건은 충격 완화에 있어” 🔥

기후대응을 시행하든 시행하지 않든 기후변화로 인한 한국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말입니다. 단, 그 타격 폭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현재의 기후대응 정책에 달려 있다고 한은은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탄소감축 정책 도입을 미루다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2030년 이후에 탄소가격을 급격히 인상할 경우 한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국내 기업의 기술발전 속도를 더 지연시킬뿐더러, 한국 경제가 기후리스크 충격에서 회복하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재윤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과장은 “물가 측면에서 무대응 시나리오가 처음엔 변동폭이 작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변동성이 점점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2050년 이후 기후변화가 더 심각해지면서 무대응 시 GDP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습니다.

보고서 속 분석자료는 금융당국의 ‘기후스트레스 테스트’에 기초자료로 사용됩니다. 이는 기후 기후변화로 인한 충격을 시나리오로 만들고 그에 따른 금융산업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은과 금감원이 올해 3월부터 15개 금융회사와 공동으로 시범 실시 중입니다.

한편, 한은은 보고서 속 분석모형에 여러 잠재적 리스크를 반영하지 못한 점도 언급했습니다. 가령 가까운 미래 해외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해 세계 공급망 전체가 차질을 받을 시 국내 경제 역시 타격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따라 탄소집약 제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경우 국내 수입물가 역시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에 한은은 추후 해외 부문의 기후리스크 영향을 후속 연구과제로 남겨 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환경부, 2035년 감축목표 60% 상향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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