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 등장한 거대 젠가, 생물다양성 대응 시급성 보여줘

COP16 기간 공개...콜롬비아 생태계 40여개 블록에 담아

지난 24일부터 11월 1일(이하 현지시각)까지 콜롬비아 칼리에서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가 개최됩니다.

COP16을 맞아 행사장 인근에 거대한 젠가가 등장했습니다. 높이만 6.4m에 달합니다. 캐나다 환경운동가이자 유명 설치예술가 벤자민 폰 웡의 작품 ‘생물다양성 젠가’입니다.

웡 예술가는 거대한 젠가를 통해 우리가 보호해야 할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군데군데 블록이 빠져 있어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젠가의 모습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COP16에서 당사국들은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국가 행동계획을 점검하고 생물다양성 기금 등 재원 마련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콜롬비아
▲ 생물다양성 젠가는 콜롬비아 생태계를 표현한 34개의 블록과 생태계 파괴를 담은 6개의 블록으로 구성됐다. ©Von Wong Productions 2024

40여개 블록에 담긴 생태계…250여명 협업 통해 탄생 🙌

생물다양성 젠가는 34개의 나무 블록을 쌓아 제작됐습니다. 각각의 나무 블록은 여러 생태계를 보여주는 ‘디오라마(Diorama)’로 제작됐습니다. 일종의 미니어처입니다. 젠가 제작에만 한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콜롬비아 출신 조경 디자이너 밀톤 두아르테가 34개 블록을 설계했습니다. 각각은 COP16 개최지인 콜롬비아의 육지와 바다 생태계를 보여줍니다.

여기에는 해초숲·산호초·맹그로브숲 등 수생 서식지부터 아마존 열대우림·안데스 산맥 등이 담겼습니다. 각 생태계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현지 학생 200여명이 수공예로 직접 조각해 만들었습니다. 동물 조각만 무려 150개에 달합니다.

젠가 주변 바닥에는 6개 블록도 놓여져 있습니다. 각각은 생태계 파괴의 주요 원인을 보여줍니다. 콜롬비아 현지 예술가인 사샤 에레라는 각 블록에 ①공장식 축산 ②환경 오염 ③단일작물 재배 ④도시확장 ⑤ 플라스틱 폐기물 ⑥삼림벌채 등을 표현했습니다.

생물다양성 손실을 역전시키기 위해 인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 벤자민 폰 웡 예술가는 생물다양성 젠가는 블록을 원 위치로 돌려 놓아 블록탑이 계속 유지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Von Wong Productions 2024

“생물다양성 젠가, 게임 아니란 사실 깨달아야” 🎮

그런데 웡 예술가는 왜 하필 젠가를 선택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생물다양성의 정의를 짚고 가야합니다.

생물다양성이란 ①생물종의 다양성 ②생태계의 다양성 ③생물종 내 유전자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말입니다.

모든 생명체가 얽혀있는 생태계를 은유하기 위해 여러 상징이 사용되곤 합니다. ‘침팬지의 어머니’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는 생물다양성을 거미줄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젠가 또한 생물다양성에 대한 유명한 은유 중 하나입니다. 여러 블록이 쌓여서 균형을 이루고 서 있는 모습이 지구의 생태계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나무 블록 한두 개가 빠진다고 무너지지 않지만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상황은 인류가 망가뜨린 생태계와 닮았습니다.

달리 말하면 하나의 블록을 시작으로 젠가가 무너지듯, 지구 생태계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하나라도 티핑포인트(임계점)을 넘는다면 지구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젠가 게임과 인류의 생물다양성 젠가의 결말은 달라야 한다고 웡 예술가는 강조합니다. 일반적인 젠가 게임은 탑이 무너져야 끝납니다.

생물다양성 젠가는 블록을 원래 위치로 돌려놓아 블록탑이 계속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생물다양성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생물다양성 젠가 꼭대기에 앉은 어린이 조각상은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행동을 촉구한다. ©Von Wong Productions 2024

인류에게 필요한 것? “쌍안경·물뿌리개·확성기” 💪

웡 예술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행동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꼭대기의 3명의 어린이 조각상에서도 드러납니다. 각각 쌍안경·물뿌리개·확성기를 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환경을 관찰하고 돌보고 주변에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는 생물다양성 젠가가 COP16 논의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한 COP16 대표단으로부터 많은 사람이 생물다양성 젠가를 언급하며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화를 나눴단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웡 예술가는 전했습니다.

웡 예술가는 COP16이 끝나면 생물다양성 젠가를 칼리 식물원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기념물은 절망의 상징이 아니라 희망의 상징”이라며 “자연은 스스로 재생할 수 있기에 (우리는) 그저 기회를 주면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 벤자민 폰 웡 예술가는 COP16에서 행사를 열고 생물다양성 블록의 취지를 설명하며 행동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Von Wong Productions 2024

생물다양성 크레딧, 문제 해결 열쇠 될까 🔑

한편, 이번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 시트리의 생물다양성 크레딧 ‘시트리 생물다양성 블록’ 출시에 맞춰 공개됐습니다.

시트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후원하며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으로서 ‘생물다양성 크레딧’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생물다양성 크레딧을 통해 생태계 복원을 지원함으로써 ‘빠진 블록’을 채워 넣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단체의 설명입니다.

생물다양성 크레딧이란 산림복원·보존 등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프로젝트를 통한 인증서를 말합니다. 생물다양성 재원을 위한 조달 노력이 증가하면서 최근 주목받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50년까지 생물다양성 크레딧 수요가 690억 달러(약 9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자칫 자발적 탄소시장(VCM)처럼 과대발행이나 그린워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탄소크레딧과 달리 생태적 이점을 측정할 수 있는 보편적 지표가 없다는 것도 난제입니다.

프랑스 국제개발농업연구센터(CIRAD)의 경제학자 알랭 카르센티 연구원은 “탄소의 경우 이산화탄소 1톤이라는 명확하고 일관된 단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생물다양성은 이같은 보편적 지표가 없어 국제표준을 만들기가 훨씬 복잡할 것이라고 그는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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