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제로웨이스트 레스토랑 ‘사일로’, 발효공장 세운 까닭

‘쓰레기 없는 식당’ 10년…핵심은 발효에 있어

최근 영국 런던에서 개장한 발효식품 공장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레스토랑 ‘사일로’가 지난 9월 문을 연 발효공장입니다.

발효공장 건설에는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올해 7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1만 2,330만 파운드(약 2,240만 원)를 모금하며 펀딩에 성공했습니다.

사일로는 쓰레기통이 없는 식당’을 원칙으로 설립된 2014년 영국 브라이튼에 문을 연 식당입니다. 2019년 수도 런던으로 이전해 현재까지 제로웨이스트 식당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글러스 맥매스터 사일로 설립자 겸 셰프는 공장 설립 배경에 대해 “발효는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인 식품폐기물에 대한 중요 해결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10년간 제로웨이스트와 발효운동이 주류로 편입되는 것을 보았다”면서 낙관적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 사일로는 일본 누룩인 ‘코지’를 활용해 다양한 발효식품을 만든다. 각종 식품폐기물에 코지를 더해 발효하는 방식이다. ©Silo

‘쓰레기통 없는 식당’ 사일로…“비결은 일본 누룩” 🫘

맥매스터 셰프는 2011년 예술가인 주스트 바커와 협업을 계기로 제로웨이스트란 개념을 처음 접합니다.

폐기물로 지은 팝업 레스토랑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음식을 대접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는 당시 바커 예술가로부터 ‘왜 식당에서는 쓰레기통을 없앨 수 없냐’는 말을 듣고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 고민이 지금의 사일로까지 이끌었다는 것이 맥매스터 셰프의 설명입니다.

이후 사일로는 ‘영국에서 가장 윤리적인 레스토랑’, ‘미쉐린 그린스타’ 등에 이름을 올리며 명성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설립 약 10년 만인 올해 확장을 위해 대규모 발효공장 설립한 겁니다. 해당 공장은 폐쇄된 나이트클럽 건물을 개조해 만들어 졌습니다.

공장에서는 사일로의 제로웨이스트 철학이 반영된 다양한 식재료들이 생산됩니다. 주로 일본 누룩인 ‘코지(糀)’를 활용해 발효식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각종 식품폐기물에 코지를 더해 발효하는 방식입니다.

맥주박을 발효시켜 만든 일본식 된장이 대표적입니다. 맥주박은 지역 맥주 양조장 겸 식당인 크레이트브루어리에서 공급받습니다.

 

▲ 더글러스 맥매스터 사일로 셰프가 농장에서 우유를 직접 공수하는 모습. 다회용기를 사용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포장재를 피할 수 있다. ©Silo

식품 직거래로 식품폐기물·포장재 최소화 🗑️

맥매스터 셰프는 폐기물은 상상력의 실패라고 이야기합니다. 폐기물은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적 실험을 통해 없앨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사일로는 가장 먼저 생산자와 직거래를 원칙으로 합니다. 이는 식품부산물이 버려지는 것을 막습니다.

예컨대 제분된 밀가루를 사는 대신 농부에게 밀을 직접 공급받습니다. 밀기울까지도 버리지 않고 사용할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버터도 우유를 공급받아 직접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버터밀크는 밀기울와 남은 빵을 더해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 요리로 재탄생합니다.

제공되지 않은 음식물은 버리는 대신 발효해 새로운 식재료로 사용됩니다. 단, 손님이 먹고 남았거나 다시 먹기 어려운 음식물은 퇴비화됩니다.

사일로는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데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식품 직거래는 불필요한 포장재 폐기물을 줄이는 것을 돕습니다. 식당에서 많이 사용하는 비닐랩 등 일회용 포장재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보다는 유리·종이 등 재활용과 퇴비화가 용이한 소재를 우선시한다는 것이 맥매스터 셰프의 설명입니다.

 

사일로
▲ 사일로는 식품폐기물을 없애기 위해 밀가루를 직접 제분해 사용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등으로 상당 기간 적자가 계속됐다. ©Silo

“손님 줄 서도 적자 지속, 폐업 고민 여러번” 🤔

맥매스터 셰프는 지난 10년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주말이면 손님들이 줄을 섰지만 이익이 나지 않았다고 그는 토로했습니다.

밀가루를 직접 제분하고 버터를 만들고 빵을 굽는 비용을 따지면 토스트 하나에 9파운드(약 1만 6,300원)를 받아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맥매스터 셰프는 이 때문에 “(초기) 5년간 사업을 거의 접을 뻔한 것도 여러 번에 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이후 2019년 그는 식당을 런던으로 이전합니다. 그리고도 3년쯤이 지나서야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맥매스터 셰프는 “(결국은) 진전을 거뒀지만 상당히 느렸다”면서도 “그 이유는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레스토랑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 남은 빵을 물·설탕 함께 발효해 호주 발효식품인 마마이트를 만드는 과정. 완성된 마마이트는 소스 등으로 사용된다. ©Silo

식품폐기물, 발효 더하면 ‘고급와인’ 못지않아 🍷

지난 10년간 그는 레스토랑의 지속가능성의 핵심이 결국 맛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고객은 음식이 맛있는지 여부만 신경 쓴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동시에 맥매스터 셰프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발효의 힘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발효는 식품폐기물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맛과 풍미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맛은 더 깊어집니다. 그는 이는 “마치 고급와인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제로웨이스트의 미래는 레스토랑에서 발효의 힘을 이용해 식품폐기물을 정말로 맛있는 음식으로 바꾸어 내는데 달려 있다”는 것이 맥매스터 셰프의 설명입니다.

그가 발효공장을 설립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발효공장에서 신선한 코지를 생산해 이를 지역 식품업계에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통해 그는 요리사·양조업자·제빵사·바리스타들이 자체적으로 식품폐기물을 발효해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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