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빌딩풍으로 목도리 뜨개질이 가능하다면?

네덜란드 디자이너 ‘바람 뜨개질 공장’ 선보여

일반적으로 풍력발전이라 하면 한적한 공터에서 돌아가는 블레이드(날개)를 떠올립니다.

만약 도심 한가운데에서 부는 바람을 유용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네덜란드의 한 디자이너는 도심 속 빌딩풍을 활용해 양말과 목도리를 뜨개질하는 프로젝트에 나섰습니다.

10여년간 풍력 뜨개질 설계에 매진해 온 메렐 카르호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2024 네덜란드디자인위크(DDW)’에서 바람을 이용해 뜨개질하는 프로젝트 ‘바람 뜨개질 공장(Wind Knitting Factory)’을 선보였습니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이용 가능한 무료 에너지원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카르호프 디자이너는 말했습니다.

 

▲ 건물 외벽에 부착된 풍력 뜨개질 기계의 모습. 양말 직조 기계의 원리를 본 따 설계됐다. ©Studio Merel Karhof

1900년대 양말 직조 기계, 풍력으로 재탄생 🧦

카르호프 디자이너는 전시회에서 풍력 뜨개질 기계 2대를 선보였습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1900년대에 수동으로 양말을 직조하는 기계의 원리를 활용했습니다.

기존 기계는 손으로 손잡이를 돌리면 바늘에 실이 걸리며 지름 10㎝가량의 원통 형태의 편물이 만들어집니다. 이 손잡이에 풍력을 모으는 바람개비를 연결한 방식입니다.

해당 기계를 건물 외벽에 부착하면 바람개비가 돌아가며 짜인 편물이 건물 외벽 아래로 늘어집니다.

결과물이 만들어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날씨에 따라 다릅니다. 풍속이 강하면 빠르게, 잔잔하게 느리게 만들어집니다.

기계는 바람이 잘 부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이동도 가능합니다.

카르호프 디자이너는 목도리 하나를 만들기 위해 최소 40분에서 길게는 온종일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각 목도리의 라벨에는 해당 목도리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과 완성된 날짜가 표시돼 있습니다.

 

▲ 메렐 카르호프 디자이너는 2010년 초 영국에서 몸과 건물 기둥에 바람개비를 붙이는 실험을 통해 도심 속 바람 활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Studio Merel Karhof

바람개비 퍼포먼스서 빌딩풍 뜨개질까지 🎐

카르호프 디자이너가 일상 속 풍력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입니다.

그는 뜨개질 이전에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첫 시작은 몸에 직접 바람개비를 붙이고 영국 런던 한복판을 돌아다니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사람의 몸 주위에서 부는 바람을 느끼기 위해 직접 관찰하고자 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한번은 건물 외관의 일부분을 바람개비로 뒤덮고 여기서 나온 전력을 건물 내 미용실 간판에 사용한 적도 있습니다. 이후로도 사과껍질 벗기는 기계, 그림 그리는 기계 등의 창의적인 실험이 이어졌습니다.

이같은 실험 끝에 바람의 힘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뜨개질에 안착하게 됩니다.

 

▲ 바람 작품 프로젝트의 가구는 풍력 뜨개질 기계로 만든 천과 풍차를 이용해 만들어진 목재, 풍차로 제분된 안료가 사용됐다. ©Studio Merel Karhof

네덜란드 풍차마을 협업, 목재부터 염색까지 🇳🇱

카르호프 디자이너는 목도리 그 이상으로 넓히기 위한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바람 작품(Wind Works)’이란 프로젝트입니다. 가구에 사용되는 천을 풍력 뜨개질로 만들었습니다.

직조만이 아닙니다.

실 염색용 안료와 목재 생산에도 풍력이 사용됐습니다. 이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풍차마을 잔세스칸스와의 협업으로 이뤄졌습니다. 풍력을 이용하는 제재소와 안료 제분소와 협업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바람이 너무 강해질 경우 이를 조절해 줄 수 있는 기계 ‘페넌(Pennon)’도 설계했습니다. 강한 바람이 지속되면 너무 빠른 속도로 뜨개질 되며 결과물이 거칠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본인의 프로젝트가 도시에 얼마나 많은 바람이 있는지 추후 이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시각화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풍력발전을 넘어 바람의 힘을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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