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없는’ 초콜릿 마트에서 만나나? 보야지푸드, 2025년 생산시설 본격 가동 예고

“누적 투자금만 1620억원…식품 대기업 카길과 독점 유통계약”

코코아 없는 초콜릿, 원두 없는 커피를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같은 대체식품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23일 취재를 종합한 결과, 푸드테크 스타트업 보야지푸드는 최근 미국 농무부로부터 2,500만 달러(약 345억 원) 상당의 대출 보증을 받았습니다.

보야지푸드는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된 기업입니다. 음식을 분자 단위까지 분석해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분자요리(Molecular Cuisine)’로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없는 누텔라 대체크림을 만들었을뿐더러, 병아리콩과 쌀겨로 대체커피도 만들어 판매 중입니다.

식물성 기름과 포도씨로 만든 코코아 없는 초콜릿 역시 대표 개발 상품 중 하나입니다.

사측은 농무부로 받은 대출 보증을 활용해 미 중서부 오하이오주 메이슨에 위치한 생산시설 규모를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일명 ‘메이슨 공장’은 2025년 1월까지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완전 가동 시 연간 1만 톤 규모의 대체 초콜릿이 생산될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 왼쪽부터 보야지푸드 CEO인 애덤 맥스웰과 연구개발 총 책임자 겸 부사장인 케슬리 테니의 모습. ©Voyage Foods

“2021년 창업 당시와 비교해 카카오 가격 4~5배 비싸” 🍫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애덤 맥스웰은 “메이슨 공장을 통해 보야지푸드는 신색 푸드테크 스타트업에서 대규모 제조업체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캐나다 맥길대를 출신인 맥스웰 CEO는 대학 졸업 직후 식품과학자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식품기업에서 연구직으로 일하던 그는 공급망 내 지속가능성 문제에 직면합니다.

식품 원료 상당수가 기후변화나 삼림벌채 같은 위협에 총체적으로 노출돼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커피 원두나 카카오만 하더라도 이상기후로 인해 작황이 부진한 상황입니다.

이는 곧 원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맥스웰 CEO는 “(카카오 가격이) 2021년 창업했을 때와 비교해 현재 요일에 따라 4~5배 더 비싸다”고 말했습니다.

윤리적 문제도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일례로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의 경우 농장 내 아동노동 문제가 여러 차례 불거진 바 있습니다.

여러 고민 끝에 그는 기존 원료에 의존하지 않는 대체식품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에 그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식품과학자인 케슬리 테니를 영입해 보야지푸드를 창업하게 됩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 기술 사용해 대체식품 잇따라 개발 🧪

두 사람은 보야지푸드 설립 후 불과 1년 만에 여러 대체식품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두 창업자가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기술을 사용한 덕분입니다. 이는 역으로 추적해 처음 만드렁진 원료나 소재의 정체를 규명하는 기법입니다.

먼저 보야지푸드는 커피나 초콜릿 등 식품에 있던 화합물을 분자 단위까지 분석해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역으로 조합해 나가며 식품의 풍미와 맛 그리고 색감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화합물을 찾았습니다. 이후 해당 화합물을 부산물로 대체하고자 했습니다.

사측이 개발한 대체 초콜릿만 하더라도 카카오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포도씨와 해바라기씨 내 단백질 등만 사용됐습니다. 단, 팜유는 아직 대체되지 못했습니다.

외부에 의뢰해 수명주기평가를 진행한 결과, 자사의 대체 초콜릿이 기본 초콜릿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84%나 줄었다고 보야지푸드는 밝혔습니다. 또 생산에 사용되는 물소비량 역시 기존 초콜릿보다 99% 가까이 줄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초콜릿이란 것이 보야지푸드 측의 주장입니다.

 

▲ 2021년 2월 설립된 보야지푸드는 여러 대체식품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왼쪽부터 땅콩·헤이즐넛 대체크림, 대체 초콜릿, 대체 커피의 모습. ©Voyage Foods

“식품 대기업 카길과 독점 유통계약 체결” 💸

이같은 기술력 덕에 보야지푸드는 설립 후 현재까지 1억 1,730만 달러(약 1,6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유명 기후테크 투자사인 SOSV 역시 보야지푸드에 투자한 이력이 있습니다.

올해 4월에는 다국적 식품 대기업 카길과 파트너십도 맺었습니다.

독점 계약을 통해 사측이 개발한 제품을 전 세계에 유통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보야지푸드가 만든 대체초콜릿을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등 카길 산하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내용의 계약입니다.

이와 별개로 땅콩·헤이즐넛 대체크림은 이미 미국 월마트 전역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월마트에서 판매 중인 대체크림의 경우 ‘진짜 누텔라’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대형마트 체인점에서 판매되는 가장 저렴한 무알레르기 잼입니다.

맥스웰 CEO는 “보야지푸드가 개발한 대체식품의 수요와 공급처가 명확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큰 인상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보야지푸드 투자에 참여한 레벨원펀드의 설립자인 제임스 스튜어트는 “(보야지푸드의 기술이) 식품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상업화 기준을 설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그는 기존 제품과 비교해도 비용이나 지속가능성 면에서 보야지푸드가 더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대체식품? 식품 공급망 재편 과정서 ‘완충’ 역할 가능 🍞

한편, 맥스웰 CEO는 대체식품이 식품 공급망 전체를 바꿀 힘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산업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식품 공급망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후 대체식품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입니다.

실제로 카길 유럽지부의 잉게 데메예레 이사도 “(보야지푸드의) 대체 초콜릿은 기존 제품을 보완할 수 있다”며 “(양사의) 파트너십은 지속가능성과 건강에 대한 소비자와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CEO는 미국의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부유층들은 항상 건강하게 먹을 것”이라며 “이같은 푸드테크는 덜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보야지푸드가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는 “미국인은 월마트에서 식품의 50%를 구매한다”며 “대중이 있는 곳에 있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추후 대체식품을 통해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나 매출 구조도 개선하고 싶다고 맥스웰 CEO는 덧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기후친화적 초콜릿을 판매함으로써 ESG 수치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한편, 보야지푸드는 올해 푸드테크 컨설팅 기업 포워딩푸딩이 선정한 세계 500대 푸드테크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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