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작물 중 하나로 커피 원두가 꼽힙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으로 원두 생산량 감소가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커피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라비카 품종의 적정 재배 온도는 18~21℃ 사이입니다. 여기서 온도가 1℃만 올라도 생산량이 급감합니다.
11일 그리니엄이 스웨덴 스톡홀름환경연구소(SEI) 연구 결과를 확인한 결과, SEI는 세계 아라비카 품종 생산량이 45.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2050년에는 현존하는 아라비카 생산지 대다수에서 더는 원두 재배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영국 큐왕립식물원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아라비카 품종이 2080년에 멸종될 수 있단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매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대안은 없는 걸까요? 최근 싱가포르 푸드테크 스타트업 프리퍼(Prefer)가 대체커피를 개발해 화제입니다.
버려진 빵·곡물 등을 재활용, 즉 푸드업사이클링을 통해 개발한 것이 특징입니다. 푸드업사이클링으로 대체커피를 개발한 것은 아시아에서는 첫 사례입니다.
“싱가포르 푸드테크 기업 프리퍼가 대체커피 개발한 비법은?” 🤔
프리퍼는 신경과학자 출신인 제이크 베르베르와 식품과학자 딩지탄이 2022년 공동설립했습니다. 두 사람은 식품 기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안트러프러뉴어 퍼스트’에서 알게 됐습니다.
베르베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2050년까지 농지의 약 50%가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기후변화에도 지속가능한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프리퍼는 어떤 방식으로 개발한 것일까요? 이는 딩지탄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의 관심사와 연결돼 있습니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에서 화학 학사를 취득한 딩지탄 CTO는 일찍이부터 발효 기술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발효는 인류 문명만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그 역사 속에서 음식의 풍미를 만들고 재료를 보존하며 영양가를 높이는데 사용돼 왔다”고 밝혔습니다.
프리퍼는 1년간 자체 연구개발(R&D) 끝에 미생물과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대체커피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먼저 프리퍼가 주목한 재료는 빵·콩비지·곡물 등입니다. 버려질 뻔한 이들 식품을 싱가포르 전역에서 수거한 뒤 혼합해 특정 미생물과 함께 발효시킵니다.
이후 혼합물을 오븐에 구워 맛과 향이 나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혼합물을 분쇄하면 끝입니다.
프리퍼의 제품은 외관상 일반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리는 방법도 동일합니다. 이와 관련해 딩지탄 CTO는 “바리스타가 기존 방식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시아 최초 대체커피 개발한 프리퍼, 그 맛은? “초콜릿 맛과 유사” ☕
기존 아라비카 품종이 개화부터 수확까지 6~9개월이 걸리는 반면, 프리퍼의 제품 생산 공정은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또 푸드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제조된 덕에 기존 원두 생산 방식보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10배가량 적다고 사측은 주장했습니다.
물론 프리퍼의 제품은 카페인은 함유돼 있지 않습니다. 현재 나온 제품은 모두 디카페인 커피입니다. 다만, 홍차 등 차류에서 추출한 카페인 분말을 추가하는 식으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사측은 덧붙였습니다.
프리퍼는 작년 12월부터 제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2024년 2월 기준 싱가포르 내 카페와 음식점 등 14곳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럼 프리퍼가 개발한 제품의 맛은 어떨까요? 기존 커피의 맛과 향을 재현할 수 있냐가 성공의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딩지탄 CTO는 싱가포르 국영방송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 “커피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수많은 발효 실험을 진행했다”며 “향미성분과 관련해 분자 및 미생물 연구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 현지기자들이 직접 시음해 본 결과, 프리퍼의 대체커피로 만든 에스프레소 토닉 맛은 일반 커피 특유의 쓴맛이 났습니다. 반면, 귀리우유를 첨가한 라떼는 우유 맛에 대부분 가려졌단 평이 있었습니다.
식음료 전문 작가인 아디라 차우는 “커피 애호가라면 프리퍼의 제품과 일반 커피 간의 차이점을 알아차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맛이 다소 비슷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월드투어 일정 중 하나로 싱가포르에서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공연한 가운데 프리퍼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시음회를 진행했습니다. 우유 등 다른 첨가물 없이 오로지 대체커피만 맛 본 관람객들은 공통적으로 “초콜릿 맛과 유사하다”고 평했습니다.
시드투자서 26억원 확보한 프리퍼…“바닐라·카카오 또한 대체 연구할 것” 🍫
지난 2월 프리퍼는 시드투자를 통해 268만 싱가포르 달러(약 26억원)를 확보했습니다. 해당 투자는 동남아시아 내 벤처캐피털(VC)인 포지벤처스, 500글로벌 등이 참여했습니다.
우리나라 소풍벤처스 또한 시드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조윤민 소풍벤처스 파트너는 “기후변화는 식음료(F&B) 시장에서도 큰 변화를 만들고 있어 먹거리 산업을 지속가능하게 해줄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풍벤처스는 프리퍼와 같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세계 기술 기반 기업들을 찾아 글로벌 투자를 더욱 늘려갈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프리퍼는 시드투자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인력을 추가 채용한단 계획입니다.
또 추후에는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바닐라·카카오·헤이즐넛 등 기후취약작물도 대체한단 원대한 구상도 내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향미를 유지하되, 가격도 기존 제품과 유사하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베르베르 CEO는 밝혔습니다.
프리퍼의 제품은 기존 원두와 동등한 수준의 가격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베르베르 CEO는 “무엇이 됐든 사람들은 맛을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며 “깨끗한 라벨과 더 맛있는 제품으로 가격 동등성을 달성할 수 있다면 소비자가 프리퍼로 전환하기 더 쉬울 것”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