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분쟁 역시 심화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 수출기업 3곳 중 2곳은 이를 ‘경영 위험’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수출제조업 448곳을 대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과 대응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1일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3.7%는 ‘사업 경쟁력 저하 수준’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일시적 위험’이라고 답한 곳은 39.5%로 집계됐습니다.
이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사업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답한 기업은 3.1%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큰 영향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32.6%였습니다. ‘반사이익(0.7%)’이나 ‘새로운 기회 요인(0.4%)’을 기대한 기업은 소수에 그쳤습니다.
주요 피해 유형? 결제지연>물류비 증가>매출 감소 순 💸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영 위험이라고 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유형도 조사됐습니다.
조사 결과,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리스크’가 43.1%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물류차질·물류비 증가’가 37.3%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밖에도 ‘해외시장 접근제한·매출감소’도 32.9%였습니다. ‘에너지·원자재 조달비용 증가’ 역시 30.5%를 차지했습니다.
주요 교역국별로도 피해유형을 살펴봤습니다.
대(對)중국 교역기업의 경우 ‘해외시장 접근제한·매출감소’가 30%로 가장 많았습니다. 대한상의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으로 대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했습니다.
미국·러시아 대상 수출입기업은 모두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리스크’ 피해가 가장 많았습니다. 미국은 30.2%, 러시아는 54.5%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해당국과 거래하던 기업 상당수가 수출대금 결제가 지연되거나 금융제재로 외화 송금이 중단되는 피해가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럽연합(EU)과 중동 지역의 경우 ‘물류차질·물류비 증가’가 피해유형 중에서 가장 많이 선택됐습니다. EU는 32.5%, 중동은 38%였습니다. 해당 수출입기업들의 경우 중동 전쟁 이후 홍해 운항을 중단하고, 남아프리카로 우회 운항을 시작하며 물류비 부담이 커졌습니다.
수출기업 22.5% “지정학적 리스크 빈번해질 것” 🌐
국내 수출기업 대다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응답 기업의 40.2%는 ‘지금 수준의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현재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 기업도 22.5%였습니다. 이는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 응답(7.8%)을 앞지른 겁니다. 예측 불가능하다고 답한 곳도 29.5%였습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확장 전략보다는 긴축경영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기업 차원의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 수출기업의 57.8%가 ‘비용절감·운영효율성 강화’를 꼽았습니다.
동시에 ‘대체시장 개척·사업 다각화’를 응답한 기업도 52.1%를 차지했습니다. 지금의 해외 시장과 사업 구조가 한계를 맞은 만큼 신규 시장과 수단을 개척해야 한다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대한상의는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공급망 다변화·현지조달 강화(37.3%)’, ‘환차손 등 금융리스크 관리(26.7%)’ 순으로 대응방안이 지목됐습니다.
“현실화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사전 식별 필요” 🗺️
우리나라 수출실적은 2023년 9월 547억 달러(약 75조 원)에서 2024년 9월 588억 달러(약 81조 원)로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한상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규제 정책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앞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무엇인지 식별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경고를 기업들에게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핵심 원부자재에 대한 대체 조달시장 확보와 국산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주 실장은 역설했습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현재 진행중인 리스크 외에도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갈등, 북한 핵 위협 등 향후 우리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