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무역로를 둘러싼 긴장이 날로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테슬라 등 일부 완성차 업체가 유럽에서 생산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다른 산업에서도 서서히 공급 병목 현상이 시작되는 분위기입니다.
홍해는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로입니다. 해당 지역은 작년 10월부턴 예멘 후티 반군이 주요 선박을 공격하며 긴장감이 고조됐습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직후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가는 선박들을 연이어 공격하고 있습니다.
현재 선박 상당수가 공격을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까지 우회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공격이 계속되자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과 영국이 후티 반군의 군사시설에 대대적인 공습을 진행했습니다. 그러자 사흘뒤(15일) 후티 반군이 미국 회사 소유 컨테이선인 ‘M/V지블로터 이글호’을 향해 대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후티 반군은 미·영의 공격에도 굴하지 않겠단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홍해 사태 여파로 테슬라·볼보·미쉐린 유럽 공장 운영 일시 중단 🏭
그 영향으로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외곽에 있는 그륀하이데 공장에서의 일부 차량 생산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지난 11일 밝혔습니다.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생산이 중단됩니다.
2022년 가동을 시작한 테슬라 기가팩토리인 그륀하이데 공장은 전기차 연간 50만 대를 생산합니다. 테슬라의 유럽 내 첫 생산 공장이자, 독일 최대 전기차 제조 공장입니다.
테슬라는 홍해에서 발생한 선박 공격으로 수송로가 바뀌며 부품이 부족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급이 늦어진 구체적인 부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테슬라는 “홍해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함께 희망봉 쪽으로 향하는 유럽과 아시아 간 수송로 변경이 그륀하이데 공장의 생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상당히 긴 운송 시간으로 공급망에 틈이 발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번 홍해 사태로 생산 차질을 밝힌 첫 기업입니다. 로이터는 테슬라의 이번 부분 생산 중단이 홍해 사태가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경제에 타격을 입힌 첫 증거라고 평가했습니다.
테슬라의 생산중단 발표 직후 다음날(12일) 볼보자동차도 벨기에 헨트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볼보는 홍해 사태 영향으로 기어박스 배송이 지연됐다고 밝혔습니다.
단, 1월 4주 사흘간 생산이 일시 중단되는 것입니다. 볼보는 이번 조처가 생산 목표치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도 원자재 공급 지연으로 오는 20~21일 스페인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텔란티스·BMW 등 공급망 대란 없어”…사태 장기화 시 타격 불가피 🤔
자동차 공급망과 생산량을 추적하는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AFS) 소속 분석가인 샘 피오라니는 로이터통신에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홍해 사태로 공급망 대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피오라니 분석가는 “홍해 사태로 (공장 운영에) 가장 먼저 차질을 빚은 곳이 테슬라와 볼보 뿐이란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단, 스텔란티스는 제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홍해 사태로 공급이 제한된 경우에 항공 화물을 이용했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BMW, 폭스바겐, 르노그룹은 홍해 사태가 아직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 업체도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단 주장이 제기됩니다. 특히, 전기차 제조에서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아시아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피해가 크단 우려도 나옵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의하면, 지난 1년간(2022년 9월~2023년 9월) 유럽연합(EU)의 전기차 배터리 부품 수입의 67%는 아시아입니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겸 무역 담당 집행위원인 발디스 돔브로스키스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해 사태로 인한 무역 불안정이 EU를 넘어 세계 에너지 공급과 가격 전반에 위험을 불러오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케아·월마트 등 배송 지연 경고”…다시 고개 든 인플레이션 우려 📈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산업군에서도 홍해 사태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조금씩 관측되고 있습니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 영국 의류 소매업체 넥스트 등 제각기 다른 산업군의 기업들 또한 제품 배송 지연을 경고했습니다. 월마트와 아마존 등 글로벌 대기업들 또한 상황은 똑같습니다.
후티 반군이 민간 선박들을 계속 공격하는 상황.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3분의 1이 수에즈운하를 이용합니다. 이들 선박이 희망봉을 우회하여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왕복 연료비만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선박중개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1월 첫째주에만 전체 컨테이너선의 90%가 항로를 변경했습니다. 기존 수에즈 운하로 항해하던 컨테이너선 10대 중 9대가 더 먼 항로를 채택했단 뜻입니다.
세계은행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홍해 사태가 장기화될 시 국제유가 상승이 불가피합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은행은 최근 내놓은 2024년 세계 경제 전망에서 홍해 사태로 인해 중요 해상 운송로가 위협받고 있단 점을 우려했습니다. 에너지 공급도 차질을 빚을 시 다른 상품 가격에도 영향을 준단 것이 세계은행의 경고입니다.
실제로 카타르 국영기업인 카타르에너지가 안보상의 이유로 홍해를 통한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을 일시 중단한다고 지난 15일 밝혔습니다.
카타르는 미국과 호주에 이어 세계 최대 LNG 생산국으로 꼽힙니다. 러시아도 비슷한 조처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일의 킬 세계경제연구소(IfW Kiel)에 따르면, 2023년 11월부터 12월까지 한달간 후티의 공격 여파로 세계 무역량이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韓 수출 경기 영향 상대적 미비…유가 상승·확전 시 여파 ↑ 🚢
한편, 홍해 사태가 한국 수출 경기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 16일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홍해 리스크가 한국 수출 물량에 끼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 미국과 중국일뿐더러, 반도체처럼 수출품목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품목은 항공기를 통해 운반되기 때문입니다
단,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질 시 항공·운송 수출 영향은 경계해야 한다고 김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운임지수 급등에 따른 해운 운임비용 상승도 추가로 감안해야 할 사항입니다.
국내 해운·물류사들은 중동 사태의 확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10개국은 후티 반군의 해상 도발을 억제하고자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창설했습니다. EU도 최근 해당 작전에 협력해 홍해 순찰에 나섰습니다.
+ 또다른 핵심 운송로 파나마 운하, 가뭄으로 통항 제한 💧
이 가운데 파나마 운하는 작년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인해 선박 통항 제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운하 수위가 일부 회복돼 운하 제한이 점차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그러나 올해 본격화되는 엘니뇨 현상이 여파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 글로벌 물류 동맥, 파나마 운하 ‘최악 가뭄’으로 통과 선박 수 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