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선웨이즈, 세계 최초 분리형 ‘기찻길 태양광’ 시범 프로젝트 승인

알프스 보호 위해 부상한 철도 태양광…한국도 관심 높아

스위스 정부가 철도 선로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승인했습니다. 이르면 2025년부터 스위스에서 ‘기찻길 태양광’을 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태양광 스타트업 ‘선웨이즈’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스위스 연방교통청으로부터 철도 태양광발전에 대한 파일럿(시범) 프로젝트 건축 허가를 받았다고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선웨이즈는 기차선로 사이 공간에 태양광 패널을 배치한 후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입니다. 선로 사이에 태양광 패널이 검은 카펫처럼 깔려 전력이 생산됩니다.

도시 미관을 해치거나 작물을 가리지 않습니다. 철도 유휴 공간을 활용해 확장 잠재력도 높습니다.

사측은 스위스 철도 전역에 설치할 경우, 연간 1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스위스 연간 전력소비량의 약 2%에 맞먹습니다. 현재 스위스 내 철도 길이는 5,317㎞에 달합니다.

 

▲ 왼쪽부터 2014년 뱅크셋에너지가 공개한 최초의 철도 태양광 패널과 2023년 선웨이즈가 공개한 분리형 철도 태양광 패널 모습. ©Bankset Energy, Sun-Ways

세계 최초 ‘분리형’ 철도 태양광, 설치·보수 간편 👍

철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는 아이디어는 선웨이즈가 처음은 아닙니다.

이 아이디어는 2014년 영국 기업 ‘뱅크셋에너지’가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2017년에는 이탈리아 스타트업 ‘그린레일’이 폐타이어 재활용 소재로 만든 철도 태양광 패널을 선보였습니다.

두 기업 모두 선로를 잇는 구조물인 침목을 태양광 패널로 교체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태양광 패널이 선로 사이에 있어 기차 운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선로와 태양광 패널이 결합된 탓에 선로 유지·관리 작업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안을 개발한 곳이 2021년 설립된 선웨이즈입니다.

사측은 쉽게 분리가 가능한 태양광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덕분에 선로 유지·관리 작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했습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와 협력해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선웨이즈는 설립 후 현재까지 스위스 벤처캐피털(VC) 솔라임펄스 등으로부터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 5,740만원)을 조달했습니다.

사측이 만든 태양광 패널은 다른 곳에서 사용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수 도구를 사용해 선로와 단단해 결합한 것만 다를 뿐입니다. 뱅크셋에너지와 그린레일이 침목에만 태양광 패널을 접목해 발전용량이 적었던 것과 비교됩니다.

동시에 시간당 최대 속도가 150㎞에 달하는 기차와 240㎞의 풍속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전용 열차를 이용하면 선로 내 태양광 패널이 자동으로 설치됩니다.

전용 열차가 주행하면 열차에 달린 설치 장비가 열차를 한 장씩 자동으로 깔아주는 방식입니다.

하루에 최대 1,000㎡(제곱미터·약 302평)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또 전용 열차를 역순으로 가동하면 설치된 패널을 회수할 있습니다. 해당 열차는 스위스 철도 장비 기업 슈히처가 개발했습니다.

 

▲ 선웨이즈의 철도 태양광은 스위스 철도 장비 기업 슈히처가 개발한 전용 열차를 사용해 자동 설치가 가능하다. ©Sun-Ways

선웨이즈, 2025년 파일럿 프로젝트 출시 🛤️

선웨이즈는 당국의 승인에 따라 2025년 봄부터 스위스 서부 뇌샤텔주 근교 철도에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용할 계획입니다.

약 100m 구간에 각 380W(와트) 출력의 태양광 패널 48개가 설치됩니다. 총용량은 18㎾(킬로와트)로, 연간 전력생산량은 1만 6,000kWh(킬로와트시)로 예상됩니다. 프로젝트 비용은 58만 5000 스위스프랑(약 9억원)으로 예상됩니다.

생산된 전력은 인근 역사에 사용되거나 전력망에 연결돼 도시에 공급될 수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선로에서 생산된 전력을 기차 자체에 공급하는 것입니다.

파일럿 프로젝트 승인더 사실 쉽지는 않았습니다. 2023년 신청 당시 스위스 연방교통청은 프로젝트 승인을 거절했습니다. 관련 기술을 판단하기 위한 기술적 참고자료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에 선웨이즈는 스위스 보주경영공학대 기계학과 교수진과 협력해 프로토타입(시제품) 실험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스위스 철도 전문 기업 제스처엔지니어링에 기술·안전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자사가 개발한 철도 태양광 패널이 스위스 연방교통청의 안전기준과 완벽하게 호환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것이 선웨이즈의 설명입니다.

연방교통청은 이후 철도 인프라(기반시설)의 부정적 영향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실험·측정할 것을 전제로 프로젝트를 승인합니다.

 

우려 목소리 높지만…“문제는 해결하는 것” 💪

사측은 철도 태양광의 잠재력을 강조했습니다. 유럽에만 26만 ㎞, 세계적으로 100만 ㎞의 철도망이 존재합니다. 선웨이즈는 “(철도 태양광은) 그중 50%에 사용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상용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제철도연맹(UIC)은 선웨이즈 제품에 대해 선로 위 태양광 패널에서 반사된 빛이 기관사 시야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빛 반사로 인해 산불이 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선로에 먼지나 눈이 쌓여 태양광 패널을 가릴 수도 있습니다. 기차가 달리며 돌이나 모래 등 파편이 날리면 패널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선웨이즈 역시 이같은 이러한 우려를 인정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문제들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사측은 설명합니다. 태양광 패널에 반사 방지 필름 붙이거나 차량 하단에 브러시를 부착해 먼지를 털어내는 등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선웨이즈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조셉 스쿠데리는 이미 다수의 기차 제조사와 접촉해 기계화 청소 시스템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쿠데리 CEO는 파일럿 프로젝트 기간 오염 정도와 성질을 측정해 적절한 청소 유형·빈도를 찾아낼 계획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 스위스 정부 당국의 파일럿 프로젝트 승인 배경에는 알프스 산지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crash71100, Flickr

알프스 보호 위해 부상한 철도 태양광, 한국도 관심 ↑ 👀

그런데 왜 하필 기차선로였을까요?

스쿠데리 CEO는 기차를 기다리던 중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합니다. 선로 사이 공간이 사용되지 않는단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 배경에는 태양광 패널 설치를 둘러싼 스위스의 갈등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9월 스위스 남부 발레주에서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투표가 실시됐습니다. 주정부가 설치하기로 한 태양광 발전소를 예정대로 건설할지에 대한 찬반 투표였습니다.

투표 결과, 찬성 46.1% 대 반대 53.9%로 발전소 건설은 부결됐습니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소가 인근 알프스 산지의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정부 당국의 이번 승인도 자연환경이 아닌 유휴 공간을 찾기 위한 노력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측도 이와 관련해 “선웨이즈의 기술은 (주민투표 등) 반발에 대응하면서도 태양광 발전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철도 태양광은 태양광 패널 확대로 도시 미관 문제를 겪는 여타 국가·지역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역 풍광과 관광자원 훼손을 막기 위한 ‘태양광 기와’가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스위스 외에도 많은 국가가 철도 태양광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웨이즈는 한국을 포함해 프랑스·스페인·루마니아에서도 파일럿 프로젝트 관련 계획이 구체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태국·호주·미국에서는 잠재 파트너와 논의가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협상 대상이나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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