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G20 중앙은행 기후정책 중 16위 “정책 이행·글로벌 리더십 부족”

유럽은행 상위권 독주, ‘이중 실질성’ 인식에 적극 개입 이어져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의 기후정책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행이 16위란 낮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영국 비영리단체 포지티브머니가 발표한 ‘녹색 중앙은행 점수표’ 보고서에서 이같은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기후솔루션이 지난달 30일 밝혔습니다.

녹색 중앙은행 점수표는 G20 국가 중앙은행의 기후정책을 평가해 점수화한 보고서입니다. 포지티브머니가 점수표를 발표한 것은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3번째입니다.

단체는 ①연구 및 정책 지지 ②통화 정책 ③재정 정책 ④리더십 등 4가지 범주에 걸쳐 중앙은행들의 기후정책을 평가했습니다.

분석 결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전반적으로 상위권에 배치됐습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순서대로 상위 4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16위에 들며 하위권에 포함됐습니다. 13위에 올랐던 2022년 보고서와 비교하면 3순위 하락한 것입니다.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미국·튀르키예(터키)·아르헨티나·사우디아라비아뿐입니다.

 

한국은행
▲ G20 국가 중 유럽연합 회원국과 유럽연합이 상위 4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미국·튀르키예·아르헨티나·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하위 4위에 머물렀다. ©Positive Money 제공, 그리니엄 번역

한국은행, G20 중 16위 “2022년 대비 3순위 하락” 🔻

4일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130점 만점 중 16점(D-)으로 평가됐습니다.

구체적으로 4개 분야에서 각각 다음과 같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①연구 및 정책 지지(5점/10점 만점) ②통화 정책(8점/50점 만점) ③재정 정책(2점/50점 만점) ④리더십(1점/20점 만점) 등입니다.

연구 및 정책 지지, 재정 정책, 리더십 점수는 2022년 대비 하락했습니다. 통화 정책 점수는 소폭 상승했습니다.

포지티브머니는 보고서에서 한은이 공개시장운영(OMO) 내 녹색자산을 반영하고 지속가능성장실을 신설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공개시장운영은 중앙은행의 대표적인 통화정책 수단 중 하나입니다. 중앙은행이 국채 등 유가 증권 매매를 통해 통화량·금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한국의 주요 기후금융 정책인 녹색채권에 있어 한은의 정책 수행에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색채권과 관련해 인증 절차 부족, 녹색채권 발행량 부족으로 인해 (녹색금융) 전략 개발이 제약받았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은이 기후문제와 관련해 연구 및 과제 분석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 글로벌 리더십 측면에서도 한은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시됐습니다. 예컨대 녹색금융협의체(NGFS)에서 운영위원회 위원·태스크포스(TF) 의장 등 적극적 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NGFS는 기후리스크 대응 및 녹색금융 활성화를 목표로 설립된 중앙은행·감독기관 협의체입니다. 한은은 2019년 가입했습니다.

 

EU 회원국 상위권 차지…‘이중 실질성’ 인식 커져 🏦

이와 달리 상위권을 차지한 국가들은 강력한 진전을 이뤘다고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은행관리국(EBA)의 노력이 중점적으로 소개됐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이 유럽 내 은행을 대상으로 ▲기후스트레스 실험 시행 ▲녹색자산 비중 공시 의무화 ▲포트폴리오 내 기후 전환 목표 조사·요구 등을 시행한 점이 높게 평가됐습니다.

두 기관 덕에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상위 3국의 진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상당한 진전을 이룬 국가로는 인도·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이 언급됐습니다.

인도중앙은행은 지난 3월 금융기관 기후공시 의무화를 도입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습니다.

호주의 경우 중앙은행의 조치는 아직 미흡합니다. 다만, 호주건전성감독청(APRA)이 자국 내 5대 은행과 기후 취약성 평가(CVA)를 실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보고서는 상위권 중앙은행들이 ‘이중 실질성’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금융이 기후문제로부터 영향 받을 뿐만 아니라, 금융 역시 기후문제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인식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의 이중 중대성 개념과 맥을 같이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좁은 개념의 통화·금융 정책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 포지티브머니의 분석 결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30점 만점에서 15점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Green Central Banking

美 연준 기후대응 소극적 “글로벌 압력 촉구” 🇺🇸

한편, 기후대응에 소극적인 기관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꼽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포지티브머니는 연준이 세계 금융의 핵심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기후정책이 매우 부족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5월 시에라클럽 등 7개 환경단체가 공개한 ‘은행업계 기후혼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년간(2016년~2023년) 미국 상업은행이 화석연료 업계에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고서는 “이같은 결과는 해당 국가에서 기후규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기후공시가 약화·지연되는 상황도 기후대응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보고서는 연준의 소극적 태도가 미국을 넘어 세계 기후정책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고소득국이자 기축통화국으로서 미국이 세계 금융제도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G20 및 NGFS 가입국 금융기관이 연준에 기후조치를 촉구하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피력했습니다.

 

기후인플레이션·녹색 공공투자·분류체계 강조 💪

포지티브머니는 각국 중앙은행의 기후정책을 분석한 결과, “기후·생태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갈 길이 아직 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중앙은행의 기후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14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습니다.

그중에서 ▲기후인플레이션 조치 ▲녹색 공공투자 확대 ▲지속불가능성 분류법 개발 등 3가지 과제가 강조됐습니다.

우선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기후인플레이션 조치를 포함해야 합니다.

중앙은행은 다양한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안정을 관리합니다. 이때 기상이변과 식량공급 부족, 생태계 붕괴 등 기후·생태리스크를 인플레이션 예측 관련 정책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둘째, 중앙은행은 정부와 협력해 녹색 공공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녹색국채 매입, 녹색 공공은행에 자기자본 제공 등이 예시로 소개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각국 중앙은행이 ‘지속불가능 분류체계’ 개발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를 수립해 친환경 금융 투자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환경에 해로운 활동에 대한 투자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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