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후변화 관련 금융 리스크 최고 책임자인 케빈 스티로가 최근 중앙은행을 떠났습니다.
그의 사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환경 정책 기조와 맞물려, 연준의 기후 관련 역할이 축소되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결정은 미국과 유럽·아시아 국가 간 기후 대응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뤄졌습니다.
정치적 압박과 기후 정책 후퇴 사이에서 흔들리는 연준의 독립성
케빈 스티로는 2021년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연준 이사회로 자리를 옮기며, 새롭게 신설된 기후 변화 대응 리더십을 맡았습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스티로가 현재 연준에서 퇴사한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사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녹색 전환 및 기후 정책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연준이 정치적 압력을 의식해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준은 2025년 1월, 기후 변화로 인한 금융 시스템 리스크 완화를 목표로 구성된 글로벌 중앙은행 네트워크 ‘녹색금융협의체'(NGFS)에서 탈퇴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기후 기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미국은 이러한 기조로 인해 유럽 및 아시아 주요국과의 입장 차이를 드러냈는데, 지난 6월 금융안정위원회 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한 긴장이 수면 위로 드러냈습니다.
전 재무부 관리이자 정책 전문가인 그레이엄 스틸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 소식은 실망스럽지만, 불행히도 놀랍지는 않다”며 “연준이 기후 변화로 인한 금융 리스크 평가에서 한 발 물러서고 있다는 신호, 새로운 리더십 아래에서 숙련된 인사들이 잇따라 연준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티로의 퇴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금리 동결 결정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가운데 이루어졌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 이전에도 파월 의장은 기후 변화에 대한 소극적 태도로 환경 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는 2023년 의회 청문회에서 “기후 변화는 장기적으로 중요한 위협이지만, 현재로서는 연준의 주요 우선순위는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반면, 연준 내부에서는 여전히 경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준 이사 마이클 바는 최근 “기후 리스크는 실질적인 사회적 위협이며,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스티로는 오랜 기간 기후 변화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해온 인물입니다. 그는 2020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강연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사업 부문, 자산 유형, 전략과 운영,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연준 내 고위 간부들과 함께 기후 변화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감독 기후 위원회’를 이끌었고, 유럽중앙은행(ECB)의 프랭크 엘더슨과 함께 바젤은행감독위원회 산하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 태스크포스의 공동 의장도 맡았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위원회를 포함한 연준 내부의 주요 기후 관련 조직들은 2025년 초 일제히 해산됐습니다.
스틸은 “규제 완화는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기후 변화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은 특히 위험한 시기”라고 항상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