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질적으로 (국내) 기후금융 시장이 별로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다. 근본적인 이유는 실물경제에 있다. 녹색 프로젝트가 많으면 녹색금융이 활성화될 것이다.”
김종대 SDG 연구소장(전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교수)의 말입니다. 그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의 기후금융 어디까지 와 있나, 그 선결과제’란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세미나는 기후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가 더불어민주당(강훈식·오기형·정태호·김영환)과 조국혁신당(차규근) 의원실과 함께 주최해 열렸습니다.
기후금융은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조치를 지원하기 위한 대출·투자·금융상품 등을 모두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김 소장은 한국의 기후금융 생태계 규모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주된 이유로는 정부의 기후정책이 언급됐습니다. 그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투자자와 금융기관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기후금융 시장 발전과 관련해 확실한 시그널(신호)을 전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금융이 투자·생산·소비로 이루어지는 실물경제를 지원해야, 기후금융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나온다는 것이 김 소장의 말입니다.
“기후금융 활성화? 중앙은행이 시장조성자 역할 나서야” 💰
2020년 한국은 정부 예산 기준 기후금융 규모가 11조 원입니다. 녹색금융으로 범위를 넓히면 31조 원에 이릅니다.
국내 기후금융은 선진국과 달리 여전히 정부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민간 기후금융에 관한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기후금융의 공급 능력이 단기간에 확충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상당한 기후금융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역시 전체 기후금융의 70%가 민간을 통해 조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짚은 바 있습니다.
발제를 맡은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의 최기원 선임연구원은 민간 부문의 기후금융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과 에너지 전환 초기 단계 영역 등은 이익이 단기에 보장될 수 없는 영역이므로 민간이 쉽게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시장조성자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최 선임연구원은 짚었습니다.
물론 중앙은행 차원에서의 기후대응이 여러 영향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시장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을 두고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최 선임연구원은 그럼에도 중앙은행이 기후대응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를 크게 2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는 중앙은행 본연의 사명을 위해서입니다. 그는 “기후변화가 중앙은행의 일반적 목표인 물가와 금융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해수면 상승 등 여러 기후재난이 벌어질 경우 실물경제는 타격을 입는다”고 우려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상이변으로 보험손실이 늘어날 시 이는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기후위기로 인한 물리적리스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이 심각하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둘째는 녹색 전환을 위해서입니다. 한국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연간 평균 130조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재원 확대를 위해서는 재정 불균형을 완충적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나아가 기후금융 시장을 선도적으로 조성할 역할을 담당해 줄 곳도 필요합니다.
최 선임연구원은 “(녹색 전환을 위해) 증세를 해도 부정적 수요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며 “기후금융 활성화의 맥락에서 한은이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피력했습니다.
한은 기후대응 G20서 하위권…“연구·분석에만 몰려” 🤔
중앙은행 중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가장 포괄적인 대응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탄소배출량을 고려해 매입 비중을 조정하고, 금융기관 담보를 제한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한은 역시 기후대응을 위해 여러 정책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리스크 대응 및 녹색금융 활성화를 목표로 한 녹색금융협의체(NGFS)에 2019년 가입했을뿐더러, 2021년에는 ‘기후변화와 한국은행의 대응’이란 전략도 발표했습니다. 올해에는 한은 내부에 지속가능성실을 설치하고 금융권들과 함께 기후리스크를 측정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도 추진 중입니다.
최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한은이 현재까지 기후문제와 관련해 수행한 연구 건수만 27건에 달합니다.
그는 “한은은 연구와 과제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며 “영향력이나 파급력을 갖춘 정책 시행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2021년 전략에서 제안한 10가지 기후대응 정책 중 2개 정책(기후변화 전담조직 신설, 외화자산운용에서 ESG 자산 투자 확대 지속)만 계획대로 이행됐습니다. 나머지 8개는 미이행 또는 부분 시행 중입니다.
기후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위험을 분석하는 작업에 더 많은 자원을 할당했다는 경향이 보인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세계 중앙은행의 기후대응 수준을 평가하는 영국 싱크탱크 포지티브머니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은은 주요20개국(G20) 중앙은행 중 13위로 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녹색금융 유도” 한은, 기후공시·녹색금융 표준화 중요 💸
최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라며 “전환리스크가 물가상승이나 금융불안정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그는 기후대응을 ‘예방적 통화 정책’의 일환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한은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기후금융과 기후리크스 표준 설정과 분석에서 한은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피력했습니다. 민간금융이 관련 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분석하는 일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대건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연구팀 팀장은 “기후공시와 녹색금융을 얼마나 조기에 표준화를 만들어주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팀장은 “녹색금융의 기준이 매우 타이트(엄격)하다”며 “이 부분을 완화시켜 은행들이 녹색금융 상품을 더 쉽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아산을)은 “기후금융을 잘 자리 잡는 활성화 방안을 만드는 것이 많은 기준점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녹색 금융상품이 기업과 사회의 탄소 배출 경감을 유도하고, 저탄소 실천에 앞장설 수 있게 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비례) 역시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해 한은의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기후금융 세미나 모아보기]
① “기후금융 생태계 활성화서 한국은행 역할 중요”
② 韓 은행 13곳 금융배출량 중간 감축목표 설정
③ 금융위, 중소기업 대상 녹색채권 발행 기준 완화 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