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이란 석유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하루 사이 5% 넘게 올랐습니다.
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 내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11월 인도분) 가격은 종가 기준 배럴당 73.71달러(약 9만 7,750원)로 마감했습니다. 전날 대비 5.14% 오른 겁니다.
3거래일 동안 8% 가까이 올랐을뿐더러, 약 1년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초기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입니다.
세계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역시 상승세입니다.
영국 런던국제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종가 기준 77.62달러(약 10만 3,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날 대비 5.03% 오른 겁니다.
“이스라엘, 이란 석유 시설 타격 시 유가 20달러 ↑” 🛢️
그간 국제 유가는 중동 지역 분쟁 속에서도 비교적 하락세를 보여 왔습니다. 미국 원유 생산량 증대와 중국의 수요 감소 덕분입니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등 중동 지역 긴장 상황에 시장이 둔감해진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그러나 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제 유가 시장은 폭등했습니다. 이란의 석유 저장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에 바이든 대통령은 논의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이 나오자 국제 유가가 하루 사이 급등한 겁니다.
이 가운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인해 이란의 산유량이 타격 받을 시 국제 유가가 현재보다 배럴당 20달러(약 2만 6,700원)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공동책임자인 다안 스트루이븐은 CNBC에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00만 배럴 줄어든다면 내년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정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 OPEC 산유국들로 구성된 ‘OPEC플러스(OPEC+)’가 증산을 통해 대응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나온 전망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OPEC+ 회원국이 생산을 늘릴 경우 유가 상승폭은 배럴당 10달러(약 1만 3,300원)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스트루이븐 책임자는 예상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스 산하 BMI는 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기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적으로 확대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약 13만원)까지 넘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배럴당 150달러(약 20만원)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기관은 경고했습니다.
韓 대책 마련 나서…“국내 산업 영향 아직 제한적” 🚢
국제 유가 상승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4일 오전 산업통상자원부는 최남호 산자부 2차관 주재로 관계기관·업계 등이 참여하는 종합상황 점검회의를 열었습니다.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같은 기관을 비롯해 한국무역협회·대한석유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정부는 중동 정세가 석유·가스 수급과 수출 나아가 공급망 등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판단했습니다.
국내 석유·가스 도입 선박 대다수가 홍해 통과 대신 우회 항로를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산자부는 “수출의 경우에도 중동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3% 수준으로 선적 인도도 차질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향후 확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일 점검 체계를 즉시 가동하는 등 대응에 만전을 기해 나갈 계획이라고 산자부는 밝혔습니다.
최 차관은 “중동의 상황이 현재보다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IMF, 중동 지역 긴장 고조 세계 경제 전반 악영향 💰
한편, 지난 1일 이란은 이스라엘을 겨냥해 200여발에 이르는 탄도미사일을 발생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당시 공격이 하마스 수장인 이스마일 하니예 등 주요 인사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숙소에서 암살당했습니다.
데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튿날(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 참석 직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스라엘은 조만간 이란을 향해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이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3일 이스라엘이 공습에 보복하면 더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과 함께 레바논 남부 지상전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수도 베이루트와 남부 지역에 대규모 공습이 가해졌습니다. 레바논 보건부는 24시간 동안 이스라엘 공격으로 최소 46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주요 7개국(G7)은 이틀 연속 성명을 통해 중동 위기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어 중동 지역 국가들이 평화를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란 외교부는 G7의 우려가 편협돼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가 역내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