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보험산업의 건전성과 안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이에 보험사들이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해 조직 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후전문조직을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26일 한국금융연구원의 ‘기후변화 위험 대응을 위한 보험산업의 역할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보험산업이 경험할 리스크는 크게 2가지입니다.
물리적 리스크와 이행 리스크입니다. 물리적 리스크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인적·경제적 피해가 초래될 가능성을 말합니다. 이행 리스크는 탈탄소화 전환 과정에서 정책·규제 변화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의미합니다.
보고서 저자인 한상용 연구위원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의 증가는 보험사의 건전성과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난해 자연재해 피해액 2500억 달러…보험사 손실 ↑ 📈
재보험사 뮌헨리에 의하면, 2023년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재산 피해액은 2,500억 달러(약 335조원)에 이릅니다. 이는 뉴질랜드나 포르투갈의 국내총생산(GDP)과 거의 맞먹습니다. 또 사망자 수만 7만 4,000여명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곧 재보험사의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한 연구위원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액의 급격한 증가는 이와 관련한 위험을 인수한 손해보험회사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2023년 자연재해로 인해 뮌헨리가 입은 손실 규모는 약 23억 유로(약 3조 4,075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보험 중개업체 갤러거리는 2024년 상반기(1~6월)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액을 최소 610억 달러(약 81조원)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인 490억 달러(약 65조원)보다 25%나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유독 피해가 두드러졌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이변 증가는 보험업계 위기로도 이어졌습니다. 2023년을 기점으로 극한 산불·홍수 등 기상이변이 빈번해지자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재해 관련 보험 상품 판매가 연이어 중단됐습니다. 재해로 보상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보험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겁니다. 일부 업체는 아예 파산하기도 했습니다
한 연구위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열사병과 감염병이 확산할 경우 의료비와 사망률이 모두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이 경우 생명보험사 역시 손해율 증가와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기후리스크 식별·평가·관리 역량 필요…전담조직 필요” 💸
이에 한 연구위원은 보험업계에 기후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기후리스크 관리가 당장 수익과 연결되지 않을 수 있으나 보험업계 내 경쟁력 제고와 중장기적인 성장 기회 포착을 위해서는 더는 미루기 힘든 과제로 판단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먼저 물리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험사들이 기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보험상품·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한 연구위원은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한 보험상품이 예시로 소개됐습니다.
그는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리스크로 인해 사업이 중단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고자) 이익 상실을 보장하는 다양한 보험상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보험업계가 자체적으로 기후리스크 평가·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사례도 여럿 있습니다.
캐나다 손해보험사인 인택트파이낸셜은 회사 산하에 기후적응센터를 설립해 홍수 위험지역 내 건축물을 대상으로 위험도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호주 대형 보험사인 선코프는 인공지능(AI) 기술 제공업체와 협력해 기후리스크 식별·평가 방법을 고도화했습니다.
일본 대형손보그룹인 솜포홀딩스도 자체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자사가 직면한 기후리스크를 식별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기후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르 구축했습니다.
한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선 보험회사 내 기후과학자·보험인수자·데이터전문가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기후전문조직의 설치와 운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보험사 역시 기후시나리오 분석을 위해 정교한 모형을 개발하는 등 기후리스크에 대한 평가와 인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그는 피력했습니다.
“보험업계 정부·금융당국 간 기후리스크 협력체계 강화” ⚖️
정부 역시 이를 지원해야 할뿐더러, 민관협력체계 역시 강화해야 합니다.
일례로 보험개발원이 국내의 기후변화 현실에 맞는 기후리스크 관리 모형 개발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 연구위원은 짚었습니다.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 주요 부처와의 협력도 필요합니다.
한 연구위원은 “보험회사는 자사가 보유한 기후리스크에 대한 관리·분석 정보를 정부와 금융당국에 적극 제공해 정책입안자들의 대응체계 수립에 반영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부와 금융당국 역시 이를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을 위해 여러 제도·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한 연구위원은 “기후리스크는 경제활동의 거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치며 장기간에 거쳐 일어나고 불확실성도 높다”며 “보험업계는 기후리스크 관리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투자자 기업가치 판단 도움” 기후공시 도입 적극 필요 🏛️
한편, 보험업계가 기후공시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한국은 기후공시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정확한 공시 시점은 미정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와 논의를 거쳐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연구위원은 “기후공시는 기업의 기후변화 리스크와 기회에 관한 정보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덕분에 투자자의 기업가치 판단에 도움이 될뿐더러, 정부의 효과적인 기후정책 수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는 역설했습니다.
그는 “아직 국내 보험사들은 기후공시에 따른 소송 발생 가능성과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기후 관련 정보 공시에 주저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고 꼬집었습니다.
적어도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TCFD)’의 권고에 맞춰 국내 보험사들 역시 기후리스크를 투명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한 연구위원은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