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측 관계자의) 답변 시간이 7분도 안 됐다.”
소병천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지난 24일 열린 ‘플라스틱 국제협약 관련 정부 대응전략 점검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토론회에는 패널 한 명당 최대 7분의 답변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패널 대부분이 7분 이상 발언한 것과 비해 각 정부부처 관계자의 평균 답변 시간은 약 4분에 불과했습니다.
패널토론에는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외교부 등 4개 부처 관계자가 참석했습니다.
좌장을 맡은 소 원장은 주어진 답변 시간을 다 채우지 않는 모습을 통해 정부 관계자들의 답변 태도를 우회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앞서 패널토론자들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물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를 앞두고 열렸습니다.
정부부처와 시민단체가 정부 대응전략 점검을 주제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한국환경연구원·녹색연합이 공동주최했습니다.
환경부·산자부 ‘순환경제’ 역할 강조 그쳐 ♻️
“주요국의 입장을 면밀히 관찰하며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협상 전략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호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정부의 대응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 과장은 올해가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시행된 원년이란 점을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11월 5차 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한다는 점에서 순환경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김 과장은 “전략은 상대에 맞춰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습니다.
이어 “올해 협약 성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동철 산업통상자원부 화학산업팀장은 온실가스 감축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부와 함께 순환경제 구축을 협력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세액공제 등을 준비 중이라고 짧게 언급됐습니다.
이 팀장은 세계적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클러스터(종합단지) ‘울산ARC’도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완공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SK이노베이션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이 2조 원을 투자해 건설 중입니다.
‘책임론’ 해명 나선 외교부?…해수부 ‘전주기 관리’ 강조 💬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한국 정부가 선진국이자 5차 회의 개최국으로서 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중차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1차 플라스틱 감량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경화 외교부 녹색환경외교과장는 개최국은 의장국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개최국으로서의 노력은 의장 및 의장단이 회의를 이끄는 것과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정 과장은 한국 정부가 여러 협상 그룹과 주요 회의에 참여해 입장을 개진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입장을 전달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성희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장은 국내 해양 플라스틱 정책 관련 노력을 공유했습니다. 해양 플라스틱 정책 기조가 기존 수거 중심에서 전(全)주기 관리로 바꾸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해양 플라스틱 관리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내에서도 합의가 원활한 쟁점에 속합니다.
우리나라는 폐어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구 생산부터 수거까지 전주기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어구·부표보증금제가 올해 1월 본격 시행됐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처럼 어구·부표에 보증금을 더해 판매하고 회수할 때 돌려줍니다. 이로써 폐어구·부표의 자발적 회수를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전방위적 산업구조 개편, 탄녹위 중심 TF 나서야 💪
모든 정부부처가 더 유기적으로 협약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의 김경민 입법조사관은 “국가 사활을 걸고 모든 정부부처가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기존에는 관련성이 적다고 여겨졌던 부처까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렇게 해야 온실가스 감축과 순환경제 전환이라는 전방위적 산업구조 개편이 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 설립이 제안됐습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과 이행 모두를 위해 모든 부처가 상호연결돼야 한다는 것이 김 입법조사관의 설명입니다.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고용노동부의 참여가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협약 이행 과정에서 노동자 일자리 등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석유화학·플라스틱 등 관련 일자리는 국내에만 230만여개에 달합니다. 특히, 전남 여수의 경우 지역경제 전반이 석유화학에 기대고 있어 지역공동화도 우려됩니다.
한 이사장은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동부가 나서서 플라스틱 산업 전환 과정에서 연착륙을 위한 설계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플라스틱 감축, 산업 흔든다? “되레 두 마리 토끼 가능” 🐰
한편,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전향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한국 정부의 시각과 달리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국내 경쟁력 강화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신중한 태도를 취해 왔습니다. 세계 생산량 4위인 국내 산업의 경쟁력에 끼칠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홍 소장은 장기적인 전망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10년, 20년 후에는 중국에 경쟁력이 뒤처질 상황에서 지금 한국 정부의 (생산 감축 신중론) 입장은 오히려 중국에 도움이 되는 입장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홍 소장은 “오히려 석유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바이오플라스틱 등 대안 산업을 키우는 것이 국제적 명분도 취하고 산업 경쟁력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INC-5 국회 토론회 모아보기]
① 11월 마지막 회의 앞둔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 진행 현황은?
② 플라스틱 국제협약 관련 韓 4개 정부부처 대응전략은? “원론적 대답 그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