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환경 오염이 현 추세대로 이어질 경우 지구 환경이 더는 인간이 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인류가 지구에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생존하기 위한 주요 지표 9가지 중 6가지가 이미 안전 기준 한계치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최신 연구 결과, 7번째 지표 역시 임계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4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연구소는 ‘행성경계(Planetary Boundaries)’를 기반으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인류가 지속가능하게 생존하기 위해서 지구 환경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찾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지구 환경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건강검진을 한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지구위험한계선’으로도 불립니다.
행성경계는 크게 9가지 지표로 구성돼 있습니다.
①기후변화 ②생물권 보전(생물다양성) ③영양화(질소·인의 변화) ④새로운 물질 ⑤토지 이용 변화 ⑥담수 이용 변화 ⑦해양산성화 ⑧대기질(에어로졸) ⑨오존층 변화 순입니다.
2023년 연구 당시 3가지(해양산성화·대기질·오존층 변화)를 제외한 남은 지표들은 모두 안전 한계치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올해 분석에서는 해양산성화 지표도 곧 한계를 넘을 것이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행성경계? 인류에게 보내는 지구 건강 지표” ❤️🩹
물론 당장 인류가 지구에서 더는 살기 어려워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구소는 행성경계 지표가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신호’라고 설명합니다.
캐서린 리처드슨 코펜하겐대 생물해양학과 교수는 지구를 고혈압 환자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그는 작년에 연구소와 함께 행성경계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그는 “고혈압 상태가 계속되면 심장마비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며 “지표를 한계치 밑으로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구에게 심장마비 같은 재난이 닥치지 않기 위해 인류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행성경계 개념을 처음 제시한 환경학자이자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소장인 요한 록스트롬은 이번 연구에 대해 “전반적인 진단 결과, 환자인 지구는 매우 위독한 상태”라고 우려했습니다.
록스트롬 소장은 지구 환경을 둘러싼 지표 상당수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어 그는 “행성경계 지표 상당수가 고위험 구역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행성경계 지표 9개 중 6개 ‘안전 기준’ 넘어 🚨
연구소는 각 기관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지반으로 지구 환경을 전반적으로 검진했습니다.
이후 그 결과를 시각화로 표현했습니다. 녹색인 영역은 아직 양호하다는 뜻입니다. 노란색부터 주황색 영역은 행성경계를 넘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붉은색부터 보라색으로 색이 짙어지는 영역은 고위험 구역에 해당합니다. 연구소는 “이 영역에 돌입했다는 뜻은 지구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먼저 ①기후변화는 고위험 구역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2023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9ppm(100만 분의 1)을 기록했습니다. 산업화 이전(280ppm)과 비교해 50% 넘게 증가한 겁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②생물다양성도 고위험 구역에 진입한 지 오래입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종(種)의 유전적 다양성 손실이 커졌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지난 150년간 동식물의 유전적 다양성이 10% 이상이 손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구소는 “해양생태계 내 다양성은 아직 다루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③영양화도 고위험 구역에 머물고 있습니다.
농업에서 과도한 비료 사용으로 인해 토지·해양 내 질소와 인이 급증했단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예컨대 이 영양분이 과잉 공급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해 어패류가 질식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구소는 최근 개발도상국에서 질소·인 과다 사용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④새로운 물질 지표 역시 고위험 구역에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방사성폐기물·화학물질 등을 말합니다.
연구진은 “새로운 물질로 인한 환경영향이 아직 어느 정도일지 파악이 안 된다”면서 “정량적인 수치 파악이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단, 이들 물질이 환경에 분명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⑤토지 이용 변화는 삼림 면적과 관련돼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삼림벌채로 인해 4억 2,000만㏊(헥타르) 규모의 삼림이 사라졌습니다. 현재 고위험 구역에 근접한 상황입니다.
⑥담수 이용 변화 역시 비슷한 상태입니다. 연구진은 담수를 크게 2가지로 구분합니다. 토양·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 저수지 등에 있는 물입니다. 두 담수 모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양산성화’ 안전 기준 침범 임박…“지표 역전 필요” 🤔
연구소는 ⑦해양산성화 지표가 조만간 안전 한계선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관은 “해양산성화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며 “북극해와 남극해 등에서도 산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해양에 흡수되며 산성도가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산성화가 높아지면 해양의 탄소흡수능력은 떨어질뿐더러,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9개 지표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하나로도 임계점을 벗어나면 연쇄효과로 다른 지표들 역시 무너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습니다.
⑧대기질과 ⑨오존층 파괴 지표는 안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기질 지표는 지난해 연구진이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올해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안전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반대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 주저자 겸 연구소 소속인 보리스 삭셰프스키 박사는 행성경계 지표 상당수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이에 그는 지표를 안전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한편, 연구소는 올해부터 행성경계와 관련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보고서는 지난해 말 수립된 과학자 파트너십 ‘PB사이언스’에 수행됐습니다. 연구소는 인공지능(AI)·위성데이터·토착지식 등 여러 기술과 정보를 행성경계 연구에 결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